국물 떡볶이의 진수를 보여주는 곳이 있다. 춘천교대생들의 자취 골목이라고 볼 수 있기도 한 석사동 뒷골목에 자리한 이곳은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한적한 골목의 단점에도 불구하고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다. 맛이며 가격이며 청결도며 뭐하나 빠지는 것이 없다.

두 명이 가서 2인분을 시키면 냄비에 충분한 국물과 함께 쌀떡과 밀떡 그리고 라면 사리가 올려져 나온다. 새하얀 갓 삶은 계란도 1인당 1개씩 넣어주고 떡볶이에서 빠질 수 없는 사각 어묵도 적당히 들어있고 넓적한 튀김 만두도 2개 올려져 있다. 국물을 조려가며 먹으면 더욱 맛이 좋다. 

기다리기 힘들어 먼저 어묵부터 한 점 집어 든다. 아직 국물이 스미지는 않았지만 쫄깃해서 이것도 맛이 좋다. 이어 아직 덜 익은 라면도 꼬들한 상태로 먹어보았다. 칼칼한 국물과의 조화가 예사롭지 않다. 꽃이 피듯 떡들이 익어 떠올랐다. 밀떡은 쫄깃하고 쌀떡은 말랑하다. 어느 것이 맛있다고 말할 수가 없다. 

듬성듬성 썰어 넣은 양배추가 익어가니 국물도 어느 정도 졸아 맛있게 되었다. 이제부터는 냄비 안의 모든 재료가 맛있다. 젓가락질이 쉴새 없이 오갔다. 그다음 아껴두었던 삶은 계란에 국물이 베어 발그스름해진 것을 앞접시로 옮겨와 숟가락으로 반을 세로로 갈랐다. 노오란 노른자가 폭신폭신 잘 익어있다. 잘려진 계란 위에 국물 한 숟가락을 떠서 끼얹었다. 촉촉해진 삶은 계란이 새삼 맛있게 느껴졌다.

국물이 반 정도 남아있을 때 치즈 볶음밥을 주문했다. 남은 국물을 가져가 만들어온다. 조금 후 치즈 볶음밥이 나왔다. 국물에 볶아 주황빛이 된 볶음밥 위로 김 가루가 듬뿍 올려져 있다. 주방에서 피자 치즈를 넣고 이미 볶아서 나왔는데 자글자글 윤이 난다. 숟가락으로 뜨니 치즈가 녹아서 숟가락을 따라 쭈욱 따라 올라오는데 실처럼 치즈들이 죽죽 늘어진다. 한입 먹으니 너무 황홀했다. 이 집의 인기 이유 중에 볶음밥이 차지하는 부분도 상당하다. 먹고 또 먹으니 바닥에 조금 눌어붙은 것이 보였다. 그것을 숟가락으로 박박 긁으니 말랑한 누룽지처럼 돌돌 말린다. 모아서 먹어보니 이 또한 너무 고소하고 맛있었다.

다 먹어가니 떡볶이에 팔렸던 정신이 돌아왔다. 옆을 보니 서너 팀이 입구의 의자에서 대기 중이었다. 어디에 자리가 나나 살펴보면서 말이다. 얼른 자리를 양보하지 않으면 눈총을 받게 생겨 빠른 속도로 양보하듯 일어섰다.

가끔 포장해서 집에서 먹을 때가 있는데 집에서 먹어도 맛이 참 좋다. 양도 넉넉해서 온 가족이 먹기에 충분하다. 페트병에 싸주는 국물은 양이 넉넉해서 조금 남길 수가 있다. 남겨서 냉장고에 뒀다가 다음날 라볶이를 해 먹는 데 쓰기도 한다. 알뜰하게 이 집의 국물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성실하게 늘 한결같이 일하는 주인장 부부를 수년간 봐왔는데 늘 맛에 변함이 없고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게 느껴진다. 친구와 가족과 오순도순 떡볶이를 먹으며 사랑을 꽃피우기 좋은 집이다.

후석로46번길 20 1층

편현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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