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2026 춘천문화예술지도그리기’
행정·의회·축제·예술가 등 50여 명 참여
민선 8기 춘천시 문화정책 방향 종합 제안

지난 25일 커먼즈필드 안녕하우스에서 포럼 ‘2023~2026 춘천문화예술지도 그리기’가 열렸다. 포럼은 민선 8기 춘천시 문화정책 방향성을 짚어보고, 지역 문화예술영역 각 주체가 정책 제안을 함께 논의하는 자리였다. 포럼 제목의 숫자 ‘2023~2026’은 민선 8기가 예산부터 정책까지 책임지고 본격적으로 이끌어가는 기간을 의미한다.

민선 8기 시작 후 처음 열린 자리인 만큼 육동한 시장 및 문화예술과, 최연호 춘천문화재단 이사장·김희정 사무처장 및 직원들, 시의원, 축제 및 예술단체 관계자, 춘천교육지원청 장학사, 예술인 등 춘천의 문화예술을 이끌어가는 주체 50여 명이 참석 열띤 토의를 펼쳤다.

“이것도 필요하고 저것도 해야하고…” 민선 8기 문화예술정책에 대한 열띤 논의가 펼쳐졌다.

이번 포럼이 주목할 만한 점은, 지역 문화예술현장에서는 민선 8기가 다른 영역에 비해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포럼에 앞서 한 예술가는 “육동한 시장은 7대 과제 중 하나로 고품격 문화관광도시를 내세웠지만 문화예술을 경제·교육·관광 등을 보완하는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구호는 거창한데 취임 100여 일이 지나도록 문화예술에 대한 특별한 메시지가 없다”라고 꼬집었다. 

민선 8기는 문화정책 시정과제로 △‘세계 문화도시 성장기반 마련’ △‘축제도시 활성화를 위한 통합지원체계 구축’ △‘문화예술 진흥 지원사업 체계화’ △‘맞춤형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등 4가지를 정했다. 포럼은 각 과제별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정책 방향을 모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요 제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전통 민속문화, 시민협의체, 시립미술관 

‘세계 문화도시 성장기반 마련’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전통 민속문화, 시민협의체, 시립미술관 등을 주요 키워드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백형민 문화도시정책위원회 위원은 “새로운 문화도 전통이라는 토양에서 태동한다. 지역문화의 고유성을 살리려면 춘천의 전통 민속문화를 발굴·보전하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 김진영 시민협의체 봄바람 운영위원은 “공공이 주도하는 시민을 위한 문화에서 시민이 주도하는 문화로 전환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성열 시의원은 “문화도시 시민협의체 봄바람이 자칫 새로운 기득권이 되지 않도록 운영해야 한다.” 김윤선 춘천미술협회 회장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지역 미술의 과거·현재·미래를 아우르는 박물관 역할을 할 시립미술관 건립이 절실하다.” 유명한 춘천문화도시 연구PM은 “춘천의 지역문화 정체성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춘천의 모든 자원을 다시 묶어 춘천만의 독자성을 제시해야 한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너무 많은 것이 혼재되어 있다. 춘천의 좋은 예술가 인적자원, 먹거리, 관광자원 등을 하나로 모아 춘천은 어떤 도시다고 하나로 쉽게 묶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축제를 위한 공간, 시민 주도하는 축제, 축제 간 연대

‘축제도시 활성화를 위한 통합지원체계 구축’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축제를 준비하는 애로사항, 시민의 역할, 축제 간 연대 방향 등을 주요 키워드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강영규 춘천마임축제 예술감독과 홍용민 춘천인형극제 사무국장, 엄윤경 춘천연극제 사무국장 등 축제 주요 관계자들은 “축제 운영·장비 보관·연습 등 마음 놓고 준비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통합지원체계에 꼭 필요하다. 그렇게 되면 축제 간 소통도 늘 것이다. 또 시민 참여를 높이는 시민 기획단, 아카데미 등 인적자원을 육성하는 지원이 절실하다. 또 춘천에 이주해 온 예술인에 대한 최소한의 지원과 여러 축제의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는 통합플랫폼이 필요하다. 여러 축제가 연대해 하나의 콘텐츠를 만드는 시도도 필요하다”라고 제안했다.

오성룡 강원오페라앙상블 대표는 “춘천의 호수자원과 연계한 축제 콘텐츠를 개발하자.” 안윤희 시민협의체 봄바람 운영위원은 “축제 기간이나 콘텐츠가 중복되지 않도록 협의할 필요가 있고, 공연을 준비하는 시민동호회가 장비와 스태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예산의 효율성, 지역 미래 소비층 개발, 정책 전문성 강화 

‘문화예술 진흥 지원사업 체계화’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예산의 효율적 집행, 현장 중심의 정책 반영, 학교와 대학의 협력 등을 주요 키워드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전상영 춘천예총 이사는 “현재 재단의 전문예술지원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횟수가 연 1회뿐이다. 한 번 더 늘려서 예총에서도 전문예술지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원로 예술인을 우대하는 지원이 절실하다. 특히 효율적인 예산 집행을 위해 각 축제의 장르별 통합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봄내 예술제 안에 소양강처녀가요제를 포함한다면 낭비성 지출을 줄이며 축제가 더 탄탄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홍주 춘천민예총회장은 “춘천문화재단이 수많은 예산을 행사 중심으로만 소진하지 말고 미래지향적 콘텐츠 개발에도 더 투자해야 한다. 특히 중고교 및 대학생 등 미래 소비층 발굴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 각 학교와 대학, 춘천문화재단과 교육지원청 등의 협력이 절실하다.”

김영훈 예술밭사이로 대표는 “행정과 의회가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획일적인 지원과 정책, 예산 편성을 거듭하며 숫자 논쟁만 반복되고 있다. 결과가 아닌 동기부여나 역량 강화, 과정 중심의 예술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려면 예술 현장을 잘 아는 사람 또는 그런 사람들이 모인 자문 기구가 필요하다. 거기서 나온 창의적 정책을 시와 의회가 존중하고 과감하게 집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준형 극단이륙 대표는 “상한선을 정해놓고 더 많은 단체, 더 많은 사람에게 지원하여 계량적 성과를 내는 방식이 아닌 명확한 선택을 통한 지원 선정, 작품의 규모와 수행능력에 맞는 집중적 지원이 필요하다. 또 전문예술과 예술인에 대한 평가를 예술성과 미래가치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자율성, 예술강사 역할 및 지원 확대, 생물학적 나이 지양 

‘맞춤형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지역 문화예술교육 생태계, 자율성 등을 주요 키워드로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김정훈 통통창의력발전소 대표는 “교육에 함몰되지 않고, 문화예술교육을 놀이로 접근해야 한다. 또 행정의 가이드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문화예술교육 생태계를 구축하여 각 주체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신정아 어린이통합예술교육 강사는 “장애인 등 사업 대상에 따라 지원조건과 기간을 다변화하고 청소년 주도성·자율성 확대, 예술강사의 역할 확대와 지원 현실화가 절실하다”라고 강조했다.

최주희 춘천교육지원청 문화예술교육 장학사는 “학생 주도의 활동(축제)과 자율적인 문화공간이 필요하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이 단순한 경험에서 진로 연계로 나아가야 한다.” 지형구 춘천지혜의숲 신중년사업팀장은 “생물학적 연령이 아니라 의지에 따라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다. 연령 별 개성과 욕구가 다양해진 만큼 신중년 및 노인세대를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남겨진 말들 

김홍주 춘천민예총회장은 “아주 오랜 세월 모든 토론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수많은 정책을 제안해왔다. 하지만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 또 이렇게 토론에 참석했다. 부디 오늘 나온 제안이 오늘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권순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는 “문화예술이라는 혼용된 단어를 잘못 사용하다 보니 예술은 예술대로 제대로 인정받고 지원받지 못하고 문화는 그저 여가활동 정도로 이해되고 있다. 이 틀이 바뀌어야 한다. 현재 예술가를 지원하는 방법이 보조금과 용역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상상력을 보태면 다양한 지원방식이 가능하다”라고 말하며 “이를 위해서 예술 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 필요하다. 시민과 국민에게 이해와 동의를 구해 개인적 취향의 활동으로 치부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도시와 이 사회를 위해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인가 증명해나가는 일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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