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개인전 ‘표면에서 내면으로’ 이상원미술관
80년대 초부터 최근작 20여 점… 화풍 변화 한눈에

누군가 한국적 정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상원 작가의 그림을 보여주면 된다.

춘천 출신 이상원 작가는 극사실주의 화풍으로 오랜 세월 한국적 정서를 그림에 담아왔다. 이 작가의 반세기 화풍 변화를 돌아보는 전시 ‘표면에서 내면으로’가 지난 8일부터 이상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1980년대 초반부터 지난해까지 제작된 작품 20여 점이 소개된다. 먹과 유화 물감으로 제작된 극사실주의적 작품부터 흙을 재료로 삼은 작업에 이르기까지 과거 활동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작업 방향을 살펴볼 수 있다.

〈해변의 풍경〉(1983)

그는 한국 미술계에 사실적 화풍의 작품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1970년대부터 활동을 시작, 독학으로 터득한 기법과 재료 운용을 통해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었다. 동서양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으며 사람의 눈보다 정밀한 표현에 더해 카메라 렌즈가 담지 못하는 정서를 그림에 담아왔다. 그 결과 한국 미술계의 극사실주의 회화의 대표적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대표적으로 〈해변의 풍경〉(1983)을 들 수 있다. 그는 이 작품에서 놀라운 집중력과 집요함으로 조개껍질이 포대 자루에서 흘러내리는 모습을 사실감 넘치게 묘사했다. 화폭 가득 낡고 헤진 포대의 질감과 무심히 흘러내린 조개껍질 더미의 질감에서 극사실주의 기법의 극치를 확인할 수 있다. 

작가가 60세가 되며 시작한, 1900년대를 관통해온 한국인의 삶을 표현한 〈동해인〉 연작(1997~2017)에서는 강렬함에서 유연함으로 변화한 화풍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삶처럼 말이다. 연작은 파도와 마주한 채 노동에 열중하는 어부부터 생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노년의 인물화까지 다양하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다시 한번 화풍에 뚜렷한 변화가 생겼다. 특히 〈철모〉(2018)에서 그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철모’라는 오브제를 있는 그대로 그리지 않고, 자연스러운 감각으로 대상을 해체하여 추상적인 이미지로 전쟁의 참혹함을 보다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도자기〉(2021)

그는 재료에서도 변화를 거듭해왔다. 지난 50여 년 동안 수묵을 기본으로 유화 물감을 함께 사용하며 사물을 표현해 왔지만, 최근작 〈도자기〉(2021)처럼 사물의 근원을 표현하기 위한 매개체로 흙(황토)을 추가, 담백한 한지와 어우러지며 포근함과 깊이감을 더하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오랜 시간 재현에 중점을 둔 작가의 작업과 예술 세계가 외부대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강고하게 이어온 형식적 사실주의로부터 주관과 상상이 더해진 또 다른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건 한국적 정서이다. (문의 255-9001)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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