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부터 10개 읍면 ‘마을버스 개편 주민설명회’ 개최
중앙시장 접근성 향상, 통근택시 제공, 전기 저상버스 도입

내년 3월 개편을 앞둔 춘천 마을버스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 조율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춘천시는 최근 내년 3월 마을버스 환승역을 없애고, 중앙시장까지 연장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춘천시 마을버스 환승시스템 개편’을 일부 매체를 통해 밝혔다. 보도자료나 기자회견을 통해 정식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1일 춘천 마을버스 환승 시스템 개편에 대한 주민 의견을 듣겠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놓은 것으로 보아 3월 개편은 사실인 것으로 파악된다. 춘천시는 지난 5일부터 서면, 북산면, 신북읍, 사북면, 남면, 동면, 신동면, 동산면, 남산면, 동내면을 차례로 ‘마을버스 개편 주민설명회’를 개최해 춘천시가 마련한 개편안에 대해 설명하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지만 그동안 쌓였던 주민들의 불만과 다양한 요구사항으로 인해 의견 조율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동면에서 이루어진 설명회에 직접 참여해서 의견들을 모아봤다. 

춘천시가 내년 3월 마을버스 개편을 예고했다. 지난 5일부터 열린 ‘마을버스 개편 주민설명회’에는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모여 춘천시에 다양한 요구사항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사진은 설명회가 끝나고도 자리를 뜨지 않고 토론을 벌이는 춘천시 동면 주민들.

춘천시의 주요 개편 내용

춘천시가 마련한 개편안의 내용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중앙시장으로의 접근성 향상이다. 현재는 읍면에서 중앙시장을 방문할 경우 일부 시간을 제외하고 기본적으로 환승센터에 내려서 시내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2019년 대대적인 개편 이후 병원이나 시장에 방문하기가 어렵다는 원성은 줄곧 이어졌다. 이용자뿐만이 아니라 중앙시장 인근의 상인이나 병원에서도 방문자 숫자가 확실히 줄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춘천시가 이번 개편안을 마련하면서 400명의 읍면 주민들을 상대로 설문 조사를 시행한 결과 압도적인 1위(158명) 항목이 ‘중앙시장으로 직결’이었다. 이에 춘천시는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를 중앙시장까지의 접근성 문제로 보고 내년 3월부터는 거의 모든 마을버스가 중앙시장으로 바로 연결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환승 시스템 자체를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춘천시는 설명회에서 ‘중앙시장환승센터’라는 현재의 명칭 자체를 일반정류장 명칭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편 중앙시장으로의 접근성 향상을 위해 정류장의 위치도 현재의 환승센터가 아니라 중앙초교 인근으로 옮기겠다고 말했다.

둘째는 마을버스 이용이 어려운 읍면 주민들에게 대체교통수단(통근택시)을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지역이나,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시간에는 버스요금과 비슷한 금액으로 통근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희망택시와 비슷하면서도 약간의 차이점은 있다. 희망택시는 오지마을 주민이 전화로 배차를 요청하는 서비스로서, 저렴한 가격에 택시를 이용하는 택시비 지원의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통근택시는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마을버스 운행 시간과 맞지 않을 경우, 통근용으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게 해 택시로 버스를 대체하는 측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농촌 도로 정비 시기에 맞춰 읍면 지역에도 전기 저상버스(출입문에 계단이 없거나 한 개만 있어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 약자를 위해 디자인된 버스)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2019년 개편 이후 읍면 지역의 버스가 마을버스로 바뀌고 좌석 수가 적고 차량이 좁아 위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됐다. 특히 휠체어 사용자는 마을버스를 이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에 이에 대한 지적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춘천시는 이러한 요구를 파악하고 2025년까지 296억 원을 들여 19개 노선, 34km 구간에 대해 도로 폭을 6m로 확장하고 전기 저상버스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을버스를 주로 이용하는 주민들의 연령대가 높다는 점,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 증가에 따라 거동이 불편한 교통 약자의 수와 불편의 정도가 더욱 심해지리라는 점 등을 예상해보자면 저상버스 도입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완점은 없나?

춘천시가 제시한 이러한 3가지 개편 방향에 일면 납득하면서도,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먼저 모든 마을버스가 중앙시장으로 들어오게 되면 중앙시장 일대의 교통혼잡 문제가 우려된다. 현재도 춘천에서 가장 복잡한 도로 중의 하나인 중앙로에 모든 마을버스가 다 들어 온다면 교통체증이 심해질 것이라는 사실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단순히 차량의 수가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버스의 특성상 반복되는 정차로 인해 실제 정체의 정도는 극심해질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통근택시의 운용의 문제도 변수가 없지 않다. 설명회에서 통근택시 이용 자격에 대한 주민의 질문에 대해 춘천시는 마을버스를 이용하려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주민 중, 출퇴근 시간이 명시된 근로계약서를 확인하고 통근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이 유동적인 직업 종사자나 자영업 종사자 등의 경우는 애매해질 가능성도 있다.

전기 저상버스 도입에 대해서는 주민들이 “매우 필요하다”면서도 “너무 늦다”고 말했다. 감정리에서 왔다는 한 주민은 “4년을 고생했다. 2025년이면 3년을 또 기다려야 한다. 그사이 노인들은 늙어간다. 예전처럼 큰 버스로 빨리 돌려달라”고 말했다. 춘천시는 “주민들의 불편을 알고 있지만, 현재는 도로가 좁아 운행이 불가하다. 농어촌 도로 정비를 하고 있으니 순차적으로 교체를 하겠다”고 대답했다. 

읍면 주민들, “다 필요 없고 예전으로만”

설명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주민들은 춘천시에서 제공한 자료를 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이거는 아니지.”, “똑같잖아.”, “예전처럼 돌려놓으면 되지. 또 뭘 복잡하게.” 등등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분위기는 더 격앙됐다. 처음 마이크를 잡은 한 주민은 춘천시가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소리쳤다. 해당 주민은 “시내버스를 건드려놔서 지금 우리 동네뿐이 아니고, 전체 시민이 엄청 고생들을 하셨다. 주민들한테 진짜 죄송하고 미안하다고 사과부터 하고 시작해야 한다. 지금 이런 설명회를 몇 번째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계속 말로만 하지 실천된 거 하나도 없다. 지금 어려운 시기에 돈도 못 벌고 여기 와 또 이렇게 듣고 있다”고 질타했다.

춘천시의 자세한 설명에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지만 1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 동안 참석한 주민들은 각자의 생각과 불편 사항을 가감 없이 춘천시에 전달했다. 심지어 설명회가 끝나고도 한참 동안 질의와 설명, 호소가 이어졌다.

주민들은 한목소리로 개편 이전으로 돌아가면 가장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춘천시에서도 비단 동면만이 아니라 춘천시 읍면 주민 모두가 그러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예전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주민들의 목소리와 춘천시의 입장을 들어보니 몇 가지 핵심을 추려낼 수 있었다.

시간과 장소- 주민들의 요구는 단순한 측면도 있다. 시간과 장소를 적절히 해달라는 것이다. 꼭 필요한 시간에 출발하고, 꼭 필요한 장소에 도착했으면 좋겠다는 것. 하지만 이것은 또한 가장 복잡한 문제이기도 했다. 꼭 필요한 시간과 장소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주민은 “출근 시간을 맞춰달라. 지금은 너무 일찍 출발하기 때문에 이용하기가 불편하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해당 주민의 요구를 반영하면 또 다른 주민의 출근 시간은 오히려 너무 늦어지게 되는 식이었다. 장소도 마찬가지였다. “중앙시장이 꼭 필요한 것은 맞지만 적어도 춘천역, 남춘천역, 터미널 등 다른 대중교통까지는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민이 있는가 하면, “시청과 도청까지도 연결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주민도 있었다. 하지만 공통으로 요구하는 부분도 있었다. 바로 학생들의 통학시간을 최우선으로 맞춰 달라는 것이었다. 주민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추운데 아침에 학교 문이 열리지 않아 떨고 있는 학생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면서 “통학시간만큼은 꼭 고려해달라”고 당부했다.

증차가 만병통치약? 문제는 돈- 주민들은 증차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사실 차량이라는 교통 자원만 충분하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된다. 어느 지역이나 계속 들어갈 수 있다면 문제 될 것이 별로 없다. 하지만 춘천시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대중교통 관련 재정이 계속해서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쉽게 증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도 특정 시간에는 빈 차로 운행하는 경우가 왕왕 있어 증차에 대한 여론도 편이 갈리는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이에 한 주민은 “행정적으로는 읍면이지만 만천리 등 이미 시내권에 속한 지역은 시내버스를 운행하고, 이로 인해 남는 차량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면 되지 않겠느냐”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만천리 주민들도 “만천리는 사실상 시내권이니 시내버스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주 이용객은 학생과 노인- 마을버스의 경우 다른 대중교통과는 달리, 주 이용객이 학생과 어르신이라는 특징이 있다. 춘천시는 이러한 질적인 데이터를 조금 더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환승시스템만 하더라도 버스를 지하철 노선처럼 만들어 교통 효율성 극대화에 성공한 브라질 쿠리치파의 사례를 춘천시가 벤치마킹했지만, 쿠리치파는 430㎢에 200만 명이 사는 도시이고, 춘천은 1천116㎢에 30만 명이 사는 도시다. 춘천 외곽의 주민들은 서로 훨씬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노약자가 마을버스의 주 이용객이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효율성보다는 편리성에 더 무게를 두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실제 설명회에서도 한 주민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많다. 좀 둘러 가도 좋으니 갈아타지만 않게 해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예전으로’ 못 돌아가는 속사정-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한결같이 “예전으로 돌아가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되돌릴 수 없는 춘천시의 속사정도 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시내버스 이용객이다. 2019년 개편 이후 읍면 마을버스 이용자들의 불만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지만, 반대로 시내권의 시내버스 이용자들의 만족도는 올라갔다. 즉 마을버스 이용자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번 개편은 상대적으로 소외당하고 있는 읍면 지역 주민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성격을 띠고 있다. 이번 시도가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춘천의 전체적인 만족도는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훨씬 높아지게 된다. 한정적인 자원으로 최대한의 만족을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주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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