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요왕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연말이다. 연말은 한해를 정리하고 되돌아보며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성찰의 시간이고 서로의 노고에 토닥이는 환대의 시간이다. 연말에 올 한 해 노력한 삶에 대한 보상으로 어딘가로부터 인정받아 ‘상’을 받게 된다면 더욱 푸근한 연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춘천시는 주민자치, 마을공동체 분야에서 정부로부터 2관왕을 수상했다. 춘천시 퇴계동주민자치회가 지난 21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했고, 호반안심마을공동체가 ‘춘천행복교육지구 우리봄내동동 사업’으로 행정안전부장관상(최우수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이번에 상을 수상한 자치회, 공동체가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이하 마자센터)가 지원하고 함께 노력한 사업으로 인정받고 수상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기쁘고 감격스러웠다. 

퇴계동주민자치회는 전국 320개 내로라하는 주민자치회가 신청했고 60개 우수사례 선정, 그중 최고 영예의 대상을 받은 것이다. 본선에 오른 지역의 사례발표를 듣고 60여 개 지역의 홍보부스를 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전국에서 주민자치에 대한 주민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고민을 엿볼 수 있었다. 발표에 홍보부스에 보이지는 않는 주민들의 애씀과 갈등, 울고 웃었을 민초들의 이야기가 있었을 것이다. 획기적인 아이템이 아니라 하더라도 과정이 완벽하게 매끄럽지는 못하더라도 ‘주민자치’란 말에 흡족하게는 아니었다 하더라도 그 과정과 방향에서 주민자치는 조금씩 전진하고 있는 것 같았다. 호반안심마을공동체도 마을과 학교와 아이들, 부모들이 함께 동동 협의체를 구성해 마을돌봄, 마을교육을 실천했다. 사람도 공간도, 활동도 모두가 협력해 인근의 작지 않은 초등학생 80%가 이용한 보기 드문 혁신적이고 모범적인 공동체적 우수사례였다.

내가 주목하고 말하고 싶은 것은 어느 한 단체 또는 지자체나 공공기관 하나가 잘해서 성과를 올린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협력과 협치 무수히 쏟아지고 얘기하는 말이지만 실제로 구현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이번에 수상한 두 곳의 사례는 이 어렵다는 민관학+중간지원조직이 함께 협력하고 자기 역할을 다 하면서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퇴계동 주민자치회만 보아도 그렇다. 대상을 받았다고 주민자치를 완전히 실현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 부족함도 많고, 갈등도 있고,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그렇다고 이를 잘못이라거나 또는 아니다라고 치부하면 안 된다. 무언가를 함께 도모하고 숙의하고 결정하고 실행한다는 것은 결사체가 아닌 일반 주민들에게 있어 매우 어려운 일임을 옆에서 지켜보게 된다. 그래서 각자의 시간과 에너지와 발걸음을 내어 마을을 위해 무언가 한다는 것은 박수받아 마땅한 일일 것이다. 수상발표가 나고 감격과 애씀의 눈물을 흘리는 자치위원분들의 손을 잡으며 느낄 수 있었다. 

이번 퇴계동 주민자치회의 대표 사례인 ‘새삶스런 벤치’ 사업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돌이켜보면 그 과정에서 누구 하나 무엇하나 빠졌더라면 안되었을 협력, 협치의 대표적 사례였음을 느낀다. 춘천사회혁신센터가 이 사업 아이템을 기획하지 않았더라면, 또 마자센터에 주민들과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마자센터에서 주민자치회와 마을공동체에 사업제안과 홍보를 안 했더라면, 퇴계동 동장님(현 교육도시과장)이 주민자치회와 자생단체들에게 적극 독려하고 제안하지 않았더라면, 퇴계동주민자치회가, 퇴계동통장협의회, 자생단체들이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퇴계동 주민들이 그 더운 날 냄새나고 지저분한 배달용기와 병뚜껑을 그리 열심히 모으지 않았더라면, 퇴계동 주무관이 또 사회혁신센터 담당 실무자들이, 마자센터 팀장과 마을지원관들이 그 현장에서 수거하고 옮기고 깨끗하게 닦지 않았더라면, 분쇄하고 압축하고 가구로 제작하는 선도적인 업체가 없었더라면….

어찌 생각해보면 그 시작과 과정과 끝 그 어딘가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손과 발과 지혜와 마음을 함께 모으지 못했더라면 오늘의 이 결과는 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상을 받은 것보다 더 주목해야 하는 건 이 많은 사람들이 협력, 협치했다는 것이다. 웃으며 서로 격려하며 늘 화기애애하기만 했겠는가. 몇 개월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웃픈 스토리가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포기하지 않았고 감당해 냈음에 상을 주고 싶다. 

누군가 ‘협치가 잘 되면 자치로 나아간다’고 했다.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라는 말도 있다. 여러 가지 힘든 시기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저기서 한숨 섞인 소리가 들리고 울분의 큰 소리들이 나온다. 늘 이야기하고 다짐한다. 자치는 민원이 아니다. 오늘 바로 내 발걸음을 옮기고 손을 움직이고 사람들과 몸과 마음을 부대끼며 실천적인 땀방울을 흘려야 하는 것이다. 또, 느끼고 깨닫는다. 작고 약한 힘들이 모여 협력, 협치하고 자치시대를 열어야 진정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고 행복한 마을을, 도시를 만들 수 있음을.

춘천에서, 강원도에서, 전국에서 이처럼 미약하고 부족하지만 ‘협치’를 통해 ‘행복한 자치시대’를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주민들과 관계 공무원, 중간지원조직 활동가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윤요왕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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