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일 기자

춘천시 중간지원조직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시의회 회기가 아직 남아 있어 변동 가능성이 있지만, (재)지혜의 숲과 춘천사회혁신센터 운영비는 대폭 삭감됐고 (재)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의 출연동의안은 상정도 되지 못했다. 특히 춘천시청년청의 내년도 운영비는 전액 삭감, 출범 3년 만에 존립이 위태롭게 됐다.

자치분권 2.0시대는 건강한 시민사회를 요구한다. 지역민 스스로 지역의 이해갈등을 조정하여 발전적인 해결방안과 정책을 도출해 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될 수 없다. 시민참여가 절실해진 상황에서 행정과 시민을, 민간과 민간을 연결하며 다양한 문제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게 중간지원조직이다. 한국에서는 2000년대 초, 일본 중간지원조직의 기능과 역할이 소개된 이래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등 시민의 일상과 가까운 의제들을 수용하며 시민사회의 구심점과 활성화 토대가 되고 있다.

춘천에는 춘천문화재단, 춘천사회혁신센터, 춘천시마을자치지원센터, 춘천시협동조합지원센터, 춘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춘천지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춘천지혜의 숲, 춘천시청년청 등 여러 중간지원조직이 있다. 그간 취재현장에서 만나온 중간지원조직과 관계자들에게서 ‘바람 앞의 등불’ 같은 인상을 받을 때가 많았다. 지자체 위탁사업을 운영하는 대행기관이라는 오해도 있고 또 주민자치회와 관련해서는 보조금이 주민자치회에 직접지원 되기보다는 중간지원조직을 거쳐 교부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다. 일부 조직은 시의 출연으로 설립되어 조직을 없애는 게 쉽지 않지만 청년청처럼 지자체 재원에 의존하여 불안정한 민간위탁의 방식으로 구성된 조직은 지자체 정치 지형의 변화에 취약하다. 

지난 지방선거를 통해 시의회 구성이 역전되고 같은 당 출신이긴 하지만 철학이 사뭇 다른 인물이 시장으로 당선됐을 때부터 위기가 예견되긴 했다. 육 시장과 인수위는 시민사회와 중간지원조직보다는 행정 주도성을 강조했었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근본적인 변화와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단단하고 영향력 있는 시민사회가 존재해야 하고 시민사회와 주민자치회 등도 역량을 길러 지역 의사결정의 주체가 되려면 중간지원조직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중간지원조직은 참여민주주의 확대와 공동체의 문제해결력 강화를 위해서는 오히려 강화되어야 한다. 중간지원조직을 위축시킬 때가 아니라 지자체로부터 자율성과 독립성을 늘려줄 때다. 행정이 잘할 수 있다고? 순환보직으로 걸핏하면 업무 연속성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꿈같은 말이다. 그렇다고 중간지원조직들이 무조건 잘하고 있다는 건 아니다. 타 조직간 협력과 조정을 통해 시너지를 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중간지원조직을 정치적 진영논리로 바라보지 말자. 지자체에 예속된 한계가 있지만, 주민자치회만 해도 다양한 정치적 입장의 시민들이 있기에 중간지원조직이 특정 정파에 이롭게 한눈을 팔 수 없다. 또 춘천시 조직과 중간지원조직의 역할이 중복될 정도로 각각의 역할이 세밀하고 역량은 고도화됐는지 다시 살펴야 한다. 그저 조직이 비대하다는 인상비평과 정치적 판단으로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조직을 위축시키지 말자. 어차피 시민사회가 성숙해지고 행정이 제 역할을 다하게 되는 날 중간지원조직은 자연스레 역할이 축소되고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춘천은 아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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