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이란 무엇인가? 세계은행의 정의에 의하면 빈곤은 웰빙(well-being)의 가시적 결핍이다. 웰빙은 행복, 안녕, 복지, 복리라는 여러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인지, 이에 대한 마땅한 우리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참살이’라는 우리말로 순화했지만, 잘 먹고 잘사는(잘 지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웰빙은 건강을 유지하고, 좋은 교육을 받고, 충분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는 자원이나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조건이 마련되지 않은 사람들이 빈곤층이라 하겠다. 

흔히 인간 생활의 기본 조건으로 의식주를 들고 있지만, 현대생활에는 에너지 또한 기본요소가 된 지 오래다. 그래서 주거환경에서 에너지의 결핍으로 외부의 기온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는 가구를 일컫는 에너지 빈곤층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에너지 빈곤층이란 적정한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감당할 경제적 수준이 안되는 가구를 말한다. 이 개념이 처음 등장한 1970년대 영국에서는 구체적으로 겨울철 거실 온도 21℃, 거실 이외의 온도 18℃를 유지할 때 드는 에너지 구매비용이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를 에너지 빈곤층이라고 정의했다. 우리도 이 규정에 따르고 있지만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견이 있고, 가구소득의 파악도 어렵고, 10%가 적정한 기준인가에 대한 합의도 없어 모호하기만 하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여름에는 더위에 내몰리고, 겨울에는 추위에 내몰리는 등 기온 변화와 같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노출되어 생활뿐만 아니라 생존마저 위협받는 가구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문제는 국가 차원에서 에너지 빈곤층에 대해 현황조차 파악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문제해결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실태조사자료가 없는 셈이다. 그러니 제대로 된 대책이 있을 수 없다. 과장해서 말하면 폭염과 추위에 대해 행정안전부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안전 문자를 보내는 것이 전부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지자체만이라도 나서서 이들에 대해 현황을 파악하고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국가나 지자체의 지원이 미흡하다 보니 주로 기업의 후원과 시민단체의 봉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현재 실정이다. 민간활동이라야 여름철에는 냉방 용품, 겨울철에는 난방용품이나 연탄 나눔 정도에 머문다. 지자체가 연탄은행의 연탄 구입비를 지원해 주는 차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좀 더 적극적으로 에너지 빈곤층을 발굴하고, 사회적으로 배제되지 않게 해야 한다. 이제 연말마다 불우이웃 돕기 성금에 의존하고 기업의 후원에 의존하는 시대를 벗어나야 한다. 도움과 봉사의 전통은 전통대로 가져가되 복지의 영역은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국가가 나서서 실태조사도 하고, 법을 만들어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시급한 일에 지자체가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춘천시부터 선도적으로 꼼꼼하고 촘촘한 정책을 시행해 전범이 되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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