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동시집 《까무룩, 갑자기 아득해져요》

시인 엄마가 시를 짓고 초등학생 딸이 그림을 넣어 동시집을 펴냈다.

《까무룩, 갑자기 아득해져요》는 2021년 《동화향기동시향기》 ‘아침신인문학상’ 동시 부문에 당선된 김보람 씨가 춘천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아 처음 펴낸 동시집이다. 김 시인과 가산초 3학년 홍솔 어린이는 백 세 가까운 나이에 요양원에서 먼 여행을 떠난 할머니를 추억한다. 

52편의 동시는 저마다 맑고 쉬운 언어로 할머니가 베풀어 주신 사랑과 생명의 유한함,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관찰한 일상 등을 노래한다. 마음이 먹먹해지다가 어느새 배시시 미소짓게 한다. 시인은 동시 〈우리는 모두〉에서 ‘까르륵’ 울음을 터뜨리며 태어나 ‘까무룩’ 눈을 감는 생명체의 유한함이라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단단하고 쉽게 단 네 줄로 전한다. 또 〈참새의 노래〉에서는 “세상의 모든 전깃줄에는 / 참새의 노래가 깃들어 있지” (중략) “콩닥콩닥 그 애와 눈이 마주칠 때 / 찌릿-찌릿-찌리-잇” 처럼 얽히고설킨 세상의 많은 것들을 어린이의 마음으로 노래한다. 그의 눈과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요강’은 한밤 할머니 방 안에 흐르는 강이 되고, ‘요양원’은 하얀 뽀글머리 착한 양들이 모여 사는 곳이며 ‘초승달’은 까만 밤 이불 사이로 살짝 보이는 아기의 황금 엉덩이가 된다.

한편, 김 시인은 독서기반 융복합 예술동호회 ‘리딩스케치’ 멤버로서 춘천에 새로운 책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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