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신문방송들이 새해에 달라지는 것들을 소개한다. 보통 어떤 제도가 신설되는지 또는 기존의 제도가 어떻게 바뀌는지에 대한 내용이 대다수이다. 사람들은 새해가 되면 그 전과는 다른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하고 변화를 꿈꾼다. 그러나 올해 새롭게 바뀌는 제도나 법을 보면 희망찬 기대보다는 암울한 전망을 하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도 하고, 오히려 현상 유지라도 하였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얘기하기도 한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유통기한으로 표시되던 것이 소비 기간 표시제로 바뀌고, 최저시급이 9천 620원으로 5% 인상에 그치고, 대학입학금이 폐지되고, 군 장병 월급이 월 최대 100만 원 인상되고, 나이 기준도 만 나이로 통일되는 것 등이 있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좋아하기보다는 실망이 앞선다. 

유통기한이 폐지되고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되는 것만 해도 그렇다. 통상적으로는 유통기한이 품질 안전 한계 기간의 50~70%로 설정되어있어서 소비기한이 표시되면 소비자가 해당 식재료(식품)을 언제까지 섭취해야 하는지 명확히 알 수 있고,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제도 도입의 이유이다. 그러나 이런 제도 도입은 소비자의 인지적 권한과 주권을 무시하고, 제조사인 기업의 입장을 고려한 후진적 정책이다. 제품에 대한 안전은 폭넓고 엄격하게 보장되는 게 좋다. 먹을 수 있을지 없을지에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다. 국가는 제도적으로 엄격한 안전관리를 통한 신뢰를 제도나 정책에 실현하면 되는 것이다.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최저임금 5% 인상은 어려운 경제 사정을 고려해도 국제 기준이나 노동자 기대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적정임금이 아니라 최저임금이다. 대학입학금 폐지도 속 빈 강정이다. 하지만 입학금을 제외하더라도 이미 대학등록금은 오를 대로 올라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지도 오래되었다. 빚내어 대학등록금을 마련한 학생들은 졸업 후 취업하자마자 부채부터 갚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비싼 대학등록금은 출산율까지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이르렀다. 대학 전체뿐만 아니라 교육 전반에 관한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내년 6월부터 만 나이로 통일된다. 현재 법령상으로는 민법상 만 나이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출생한 날부터 한 살로 여겨 매해 한 살씩 증가하는 이른바 세는 나이를 사용하던 것을, 사법(私法)관계와 행정 분야에서 ‘만 나이’로 사용으로 통일한다. 행정상의 편의성이 도모될지는 모르나 먹는 나이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니 크게 기뻐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예고된 경제적 어려움이 새해를 우울하게 한다. 소비자 물가는 더욱 올라 장 보기가 무섭고, 전기세와 가스요금 등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 요금도 몇 배나 뛴다고 하고, 건강보험료 부담이 늘어나고, 택시비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 요금도 인상되어 서민들 살아가기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다. 국가나 지방 정부가 그들의 존재 이유를 잊지 않기 바란다. 우리는 우리대로 또 한해를 버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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