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이면 레미제라블의 주제가인 ‘분노한 민중의 노래’였을까?

“우리 사회 진정한 약자 그리고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 기득권 이권 카르텔에 대한 근절의 의지”라며 “정부가 목숨 걸고 일해야 한다는 결기를 다지는 노래”라는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해명을 곁들여 이 노래를 다시 되새기자니 한편으로는 모골이 송연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블랙 코미디 같은 것이 무척이나 그로테스크하다.

3·1혁명 104주년 기념사에서 일제의 강점을 ‘우리 탓’으로 돌린 것은 이른바 ‘강제징용 배상금 3자 변제’라는 괴상한 해법의 전주곡이었다. 그들에게 목숨을 걸고 일해야 할 대상인 “진정한 약자”와 “서민”은 일본 군국주의자들과 전범 기업들이었을까?

빅토르 위고의 소설 《Les Misérables레미제라블》은 비참한 민중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가난 때문에 빵을 훔쳐야 했던 장발장과 그를 쫓는 형사 자베르로 대변되는, 법을 위반한 사람과 법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대립 구도가 얼마나 현실 기만적인지를 꼬집는다. 일제강점기에도 순사나 헌병은 그들의 법을 지키는 수호자였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

singing a song of angry men!

It is the music of a people

who will not be slaves again!

When the beating of your heart

echoes the beating of the drums

There is a life about to start

when tomorrow comes!

Will you join in our crusade?

Who will be strong and stand with me?

Beyond the barricade

is there a world you long to see?

Then join in the fight

that will give you the right to be free!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분노에 찬 사람들의 노래가

다시는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사람들의 외침이다

그대 심장의 박동이

드럼 소리로 울려 퍼질 때

내일과 함께 시작되는

새 삶이 도래하리라!

우리의 성전에 함께 하겠는가?

누가 함께 강고하게 일어설 것인가?

저 바리케이드 너머

그대가 기다리던 세상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함께 싸우자.

자유로울 권리를 얻을 것이니!

 

법과 원칙, 공정과 정의를 소리 높여 외치며 미래를 위해 과거는 통 크게 용서하자는 그 관용이 왜 자기가 속한 정당의 당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는 그토록 용렬하고 치졸하고 뻔뻔하게 전복되는가?

법과 정의를 위해 올곧게 일한다는 신념으로 똘똘 뭉친 자신의 가치관이 무너졌을 때 자베르가 선택할 수 있었던 것은 센강에 몸을 던지는 것뿐이었다. 그것조차 최소한의 양심과 용기가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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