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이 가까워 지면 누군가와 허기를 나누고 싶어질 때가 있다.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었던 노포에서 연탄불에 구워 먹던 구수한 고기 냄새. 그 냄새와 그 분위기의 식당이 바로 ‘소달구지’이다. 

골목 어귀의 가게 문을 들어서니 깔끔하게 정돈된 원탁 테이블 서너 개와 단체석이 창문 옆에 놓여 있다. 가운데에 연탄을 넣을 수 있는 테이블이다. 가성비 넘치는 소갈빗살은 직장인들의 마음을 나누고 허기를 채워 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되었다. 장년으로 짐작되는 내외분이 운영하신다. 주메뉴는 소갈빗살 한 가지다. 주문을 해 놓고 주방을 살펴보았다.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어 위생적으로도 안심이 되었다. 조로라니 여러 개의 전기 압력솥이 놓여 있어서 주인장께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주문과 동시에 밥솥에 버튼을 눌러 고기를 먹은 후 바로 맛있는 밥을 제공하기 위해 여러 개의 밥솥을 준비했노라고 하신다. 주메뉴인 갈빗살의 맛과 향은 물론 곁들이는 밥에도 세심한 정성을 다하는 대목이었다. 

 

주방 입구 벽에 걸린 사진을 보고 또 한 번 감동이었다. 주인장은 어떤 극단적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을 구한 춘천의 의인이라 하셨다. 춘천시장 표창장을 타신 의인이시다. 예사롭지 않은 주인장의 인생 철학이 담긴 공간이라는 생각을 했다. 주인장은 아무 말 없이 적당한 화력의 연탄을 올려 주시고 주문한 갈빗살을 내 오셨다. 신선하다. 일일 한정 판매한다고 한다. 안주인은 주방에서 이것저것 찬을 챙겨 테이블에 놓아 주시고, 조용한 주인 내외분이다. 

 

연탄불에 구운 양념소갈빗살은 담백하고 고소하고 느끼하지 않은 일품 소갈빗살이다. 곁들여진 신선한 쌈 채소와 된장, 찍어 먹는 특제 가루 소스는 직접 사장님께서 만드셨다고 한다. 맛이 마력에 가깝다. 고기를 몇 점 남겨 사이드메뉴인 열무물김치 소면에 한 점 말아서 후루룩 먹는 맛은 뭐든 날려버릴 맛이다. 더위도 추위도 스트레스도. 

 

 

마무리로 된장찌개에 밥을 주문하니 갓 지은 기름진 쌀밥이 환상이다. 지금 여기가 천국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이 테이블 저 테이블 연탄불에 고기 한 점 올려놓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끌벅적한 모습들이 퍽 아름답다. 오늘 힘들었지만, 내일은 다시 힘을 내 보겠다고 외치는 듯하다. 연탄 갈빗살 ‘소달구지’에서 허기도 채우고 희망도 채우고 서로를 채워본다. 

양념소 갈빗살 1인분 200g 17,000원(미국산) 주류, 음료, 열무 소면, 된장찌개 등 사이드메뉴가 있다. 오후 다섯 시에 시작 오후 10시 마감, 매주 일요일은 쉰다.

춘천시 둥지길 8 1층  / 255-7333

성순옥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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