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강추위와 달리 눈도 없이 삭막하게
지나가는 겨울이다.
어느 해보다도 봄소식이 간절하다.
쌀쌀맞은 봄바람이지만
비밀스런 온기 품고 입김 한 번 불어주면
꽃눈들 땅속에서 꽃대 올릴 준비할 텐데.
홀로 견뎌내고 스스로 부단히 애쓰는 풀꽃들에게서 용기와 위안을 얻는다.
특히 혹독한 겨울을 이겨낸
작고 여린 봄꽃들은 위대하기까지 하다.
흔하지 않은 파란빛의 갈퀴현호색은
우리나라의 희귀 특산식물이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말 이름을 얻지 못한 채
일본학자의 이름이 학명에 붙어있는 우리 들꽃이 많다.
갈퀴현호색은 1998년 인제에서 발견되어
우리나라 사람의 이름이 학명에 올라있다.
꽃말처럼 비밀스럽게 숨죽이며
백두대간의 산자락을 지키고 있던
갈퀴현호색이 자랑스럽다.
현호색의 뿌리에 달려있는 둥근 덩이줄기는
약효가 뛰어나 의약품으로도 개발된다고 하니 더욱 기특하고 대견하지 않은가.
곧 현호색의 무지갯빛을 만날 수 있으리라.

 

 

김예진 (자수공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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