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가족들, 극단적인 선택 잇따라
공적 돌봄 부족해 개인이 책임 도맡는 현실
공적 일자리 희망 1순위는 ‘장애인보호작업장’

지난 18일 가랑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와중에도 전국장애인부모연대(회장 윤종술, 이하 부모연대)는 서울 이룸센터 농성장에 모여 제34회차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24시간 지원체계 구축 촉구를 위한 화요집회’를 열었다. 부모연대는 매주 화요일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더 이상 죽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기 위해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장애인의 날을 맞이해 발달장애인 가족들의 요구와 필요를 살펴보았다.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체계 절실

지난 2월, 춘천시 북산면 오항리의 한 선착장 인근에서 50대 남성과 20대 발달장애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 당국이 구조작업을 벌였으나, 부자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고 한다. 승용차에는 부친 A(54)씨와 아들 B(21)씨가 타고 있었는데, B씨는 발달장애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관계 당국은 발달장애 가족을 돌보던 보호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끊임없이 터져나오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 성동구에서 40대 여성이 6살 발달지체 아이와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고, 지난 1월에는 60대 여성이 뇌병변장애를 앓던 30대 딸이 대장암에 걸려 괴로워하자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여성은 딸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후 자신도 수면제를 복용해 극단적 선택을 기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021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그저 함께 살아간다는 것 희망의 기록 : 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탈시설 이후 삶의 변화 보고회’ 정책세미나에서 부모연대 윤 회장은 축사를 통해 “중증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로서 지난 십여 년간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 권리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발달장애인에 대한 지원의 책임은 부모나 가족에게 전가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의 비극적 죽음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발달장애인 가족 4천33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6.3%(1천139명)가 하루 20시간 이상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응답했지만, 응답자 중 실제 20시간 이상 지원서비스를 받는 경우는 0.1%(4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서도 발달장애인 중 31.8%가 평일 낮을 주로 부모나 가족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집에서 혼자 보낸다’는 비율이 20.2%, ‘복지시설을 이용한다’가 13.9%, ‘직장에서 보낸다’가 11.3%로 나타났다. 공적 돌봄 체계를 이용하는 이들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며, 대부분은 가족이 책임을 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상생활에서 발달장애인에게 주로 도움을 주는 사람 역시 부모가 67.6%로 가장 많았으며, 형제·자매(8.0%), 배우자(6.8%), 방문 돌봄 제공인력(4.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장애인정책조정실무위원회를 열고 ‘발달장애인 평생 돌봄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가 2018년 9월 발표한 ‘발달장애인 평생케어 종합대책’ 이후 두 번째로 내놓은 발달장애인 대책으로,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지원체계를 2024년 6월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최중증 발달장애인은 1만2천여 명 정도로 전체 5%에도 미치지 못해, 여전히 보편적 복지라기에는 어렵다는 평이다.

발달장애인 공적 일자리 구축 시급

일상생활에서 돌봄에 이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발달장애인의 경제활동 문제다.

2021년 발달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15세 이상의 발달장애인 20.3%가 취업 중인 상태로 나타났다. 취업 형태는 보호작업장(30.9%), 근로사업장(9.3%) 등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비중이 높았다.

발달장애인의 79.7%가 미취업으로 나타난 가운데, 미취업 발달장애인 중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15.4%)은 주로 공적 일자리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꼽힌 것은 장애인 보호작업장으로 27.4%를 차지했으며, 이어서 장애인 관련 기관(19.3%), 일반사업체(17.0%), 정부 및 정부 관련 기관(16.7%) 등의 순으로 확인됐다.

헌법에 따라 모든 국민은 노동할 권리가 있다. 이에 국가는 장애인복지법에 근거해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실시하는 등 장애인의 경제활동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여태까지는 노동력이라는 경제논리에 따라 경증장애인을 중심으로 일자리 사업이 추진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중증 발달장애인을 포함한 보다 광범위한 경제활동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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