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과 추억이 깃든 섬…하중도 생태공원은 생태계의 보고

춘천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은 어디일까? 누군가 기자에게 묻는다면, 가장 먼저 ‘중도’라고 대답할 것이다.

지난 4월 13일, 중도에서 ‘호수리트릿’이라는 이름으로 호수를 향유하는 문화프로그램이 열렸다. ‘굿볼 메소드(goodball method)’와 걷기 명상을 체험하는 맨발 걷기 프로그램이었다. 굿볼 메소드란 몸에 적합한 탄력을 지닌 굿볼을 이용해 해부생리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만든 동작과 운동법으로 인체의 탄력을 회복시키는 건강 관리법이다.

호수리트릿 프로그램에 참여한 유명숙 씨는 “중도에 몇 번 온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걷기 좋은 길이 있는 줄 몰랐다. 맨발 걷기도 처음 해봤는데, 호수를 바라보며 좋은 흙길을 걷고 나니 너무 기분이 좋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다음날 유 씨는 혼자 맨발 걷기를 처음 해봤다면서 ‘나 홀로 맨발 걷기’ 인증샷을 보내왔다.

올해는 벚꽃이 일찍 피어 기자가 방문했던 지난 4일에는 벚꽃이 이미 만개했다. 하중도 외곽을 따라 꽃망울을 자랑하는 벚꽃의 화려함은 사라졌지만, 신록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공원 입구에서 2~3분만 걸어가면 자작나무군락과 버드나무를 만날 수 있다. 중도의 태초의 신비를 머금고 있을 것만 같은 버드나무를 보고 있으면 구석기시대나 신석기시대 혹은 청동기시대 고인돌의 주인공을 만나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호숫가가 아닌 숲 쪽으로 방향을 틀어 맨발을 내딛었다. 이제 막 돋아나기 시작하는 연둣빛 작은 잎들과 ‘쪼로롱’ 노래하는 새들이 맨발로 걷는 자유인들의 숲길 걷기를 인도한다. 고대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대지 위를 맨발로 걷는 기분은 굉장히 신선하고 신비로웠다. 느티나무를 지나 숲속으로 향했던 그 순간은 넷플릭스의 유명 시리즈 ‘아웃랜더(Outlander)’의 여주인공 클레어가 된 것만 같았다. 잔디를 밟고, 나뭇가지와 나뭇잎, 나무뿌리도 밟으며 대자연의 선물에 깊이 감동한 하루였다.

중도는 춘천시민들에게 추억의 장소다. 1980년대 후반 관광유원지가 되면서 소풍·MT·캠핑 등을 즐겼던 곳이고,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해서 낭만과 추억이 깃든 곳으로 기억하는 이가 많다. 2000년대 중반 개발에 떠밀려 출입이 금지돼 한동안 시민들에게 잊힌 섬이 되기도 했다.

하중도 생태공원이 조성되면서 휴식을 즐기기 위해 찾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레고랜드가 들어서지 않은 하중도 일부 구역은 생태계의 보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멸종위기종들도 서식하고 있다. 하중도 생태공원 남쪽 끝자락에 앉아 호수의 잔잔한 물결과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곳이 천국인가 싶다. 그래서 나는 중도를 춘천의 보물섬이라 부른다.

정미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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