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은 제2의 고향

바딤 아쿨렌코 (중앙대 RCCZ연구단 연구교수)
바딤 아쿨렌코 (중앙대 RCCZ연구단 연구교수)

나는 러시아 동남쪽에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태어나 자랐다. 내 고향은 항구 도시로서 동양의 여러 국가와 접경을 이루고 있어 다른 러시아 도시들과 조금 다른 느낌을 준다.

블라디보스토크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급격한 성장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차이나타운과 한인 마을인 신한촌이 생겨났는데, 시내에 즐비하게 늘어선 그리스정교·천주교·루터교·아르메니아교 등의 성당과 유대교 회당인 시나고가와 불교사원 등 각종 종교 건축물은 아직도 남아 있다.

내가 어릴 때는 이른바 페레스트로이카와 민주화로 러시아가 격동하는 시기였다. 러시아의 동문이라고 할 수 있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여러 문화를 대표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특히 아시아 문화의 대표자들이 많았다. 그래서 부모님은 내가 중국어와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학교에 보냈다. 그 당시에는 중국어가 가장 인기를 얻었기 때문에 나는 학교에서 거의 10년 동안 중국어를 배우게 되었다.

그러나 운명은 나에게 다른 일을 준비해 놓았다. 나는 학교를 졸업한 뒤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교육 기관인 극동국립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 대학교는 1900년에 러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최초로 한국어학과를 개설한 대학교이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 학과의 역사보다는 나를 실력 있는 한국어 학습자로 만들어줄 기회에 관심을 두었다. 결과적으로 내 선택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2015년 청평사 가족 나들이. 맨 오른쪽 아이를 안고 있는 사람이 필자.

러시아에서 ‘제2의 고향’이라고 하면 자기가 오랫동안 살 뿐만 아니라 너무 좋아해서 자신의 고향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5년 춘천 최초의 러시아 유학생으로서 들어와 대학교 1학년 때 배우려고 했던 한국이 바로 이곳 춘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서울의 마천루와 경주의 수수한 왕릉보다 춘천을 둘러싼 아름다운 산을 비롯해 평화로운 강과 호수가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자신의 문화를 소중히 여기는 데 관심이 많은 춘천사람들이었다. 산과 강은 그저 돌과 물일 뿐이다. 어떤 곳을 ‘제2의 고향’이라고 부르려면 금수강산보다 더 중요한 것이 사람들이다. 바로 그 사람들이 돌이나 물을 연결해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때문이다. 춘천사람들 덕분에 춘천은 내게 제2의 고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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