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의 날 특집

지난 11일은 국내에 건전한 입양문화를 정착시키고 입양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정된 ‘입양의 날’이었다. 춘천에서는 제18회 입양의날 기념식이 지난 13일 강원입양한사랑회 주최·강원도 주관으로 서면 강원음악창작소 1층 아니마떼끄에서 열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보호 아동의 70~80%가 여전히 가정이 아닌 시설에서 양육되고 있다. 2021년 기준 보육원에 맡겨진 아동은 약 2만 4천여 명이다.

지난 11일은 ‘입양의 날’이었다. 입양 가족들은 제도 및 인식 개선 등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사진=픽사베이

줄어드는 입양…10명 중 9명은 3세 미만

보건복지부의 최근 5년간 통계에 따르면 국내외 입양아동의 수는 2017년 863명, 2018년 681명, 2019년 704명, 2020년 492명, 2021년 415명으로서 지난 1958년부터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급격하게 줄고 있다. 특히 코로나를 거치며 확연히 줄어든 이유는 법원과 정부의 입양 관련 행정 업무가 원활하지 못했던 영향과 출산율 감소 등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입양아동 대부분은 미혼모의 자녀로서 2020년 기준 국내 입양아 83.1%(216명)가 미혼모의 자녀였고 유기 아동(14.6%·38명), 가족 해체 등(2.3%·6명)이 뒤를 이었다. 국외 입양에서는 99.6%(231명)가 미혼모 자녀였다. 입양국가를 살펴보면 미국 가정으로 간 아동이 156명(67.2%)으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캐나다 19명(8.2%), 스웨덴 18명(7.8%), 호주 17명(7.3%) 등의 순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유아 입양 쏠림 현상도 두드러진다. 보건복지부 최근 5년간 통계에 따르면 국내 입양 중 3세 미만 영유아 입양 사례는 2017년 93.5%, 2018년 89.2%, 2019년 92.8%, 2020년 91.2%, 2021년 89.4%로 연평균 91.2%를 차지했다. 이중 생후 3개월∼1년 미만 아동의 입양 사례는 2017년 60.4%, 2018년 65.1%, 2019년 69.8%, 2020년 60.4%, 2021년 53.6%로 가장 비중이 컸다.

해외입양의 경우 영유아 편중 현상이 더욱 뚜렷했다. 해외입양 중 1∼3세 미만 입양 사례는 2017년 96.0%, 2018년 97.0%, 2019년 95.6%, 2020년 97.0%, 2021년 97.9%로 연평균 96.7%다.

춘천은 입양 사각지대

춘천시는 입양특례법의 요건과 절차를 갖춰 국내에서 입양한 가정의 입양아동이 18세가 될 때까지 월 20만 원의 입양아동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100여 가구가 지원받고 있다.

춘천의 입양 가족들과 단체는 입양 기관이 없는 춘천과 강원도는 입양의 사각지대라고 지적한다. 박복순 강원입양한사랑회 회장은 “강원도와 춘천에서 입양이 활성화되려면 입양 전문 기관이 있어야 한다. 입양 과정도 까다롭고 오래 걸리는데 입양 기관이 모두 다른 지역에 있으니 활성화되기 쉽지 않다. 또 양육수당 20만 원도 늘려야 한다. 특히 아이가 대학에 진학할 무렵이면 입양 부모들의 경제력이 줄어드는 나이가 되니 대학입학금 등 입양아동에게 직접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견 많아 제도·인식개선 더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보육원에 맡겨진 보호 대상 아동(0세∼고등학교 재학)은 약 2만 4천여 명이다. 2만 명 이상이 가정의 보호 아래 자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입양이 활성화되지 못한 배경으로 혈연주의와 딩크족(결혼생활을 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 1인 가구 증가, 출산율 저하 등 사회·문화적 요인과 더불어 ‘입양특례법’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점을 근본적 원인으로 꼽는다

입양특례법은 아동 복리 최우선과 입양을 공적 영역으로 포함하기 위한 취지로 2012년 8월 시행 됐다. 핵심은 해외 입양아들이 친부모를 찾는 경우 부모를 찾기 수월하도록 입양을 신고제에서 법원의 허가제로 변경, 입양 허가를 신청할 때 아이의 출생 신고서를 반드시 친생부모가 제출하도록 했다. 

입양 절차가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까다로워지면서 입양이 급격히 줄기 시작, 2011년 1천548명에서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인 2013년에는 686명으로 줄었다. 출생신고를 꺼리며 신생아를 유기하는 일이 늘어났다. 신생아 1만 명당 유기 아동수가 2011년에는 4.6명에 그쳤지만 2018년에는 9.8명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입양 활성화를 위한 제도개선 움직임은 있지만, 이견이 많아 속도가 더디다. 2021년 입양특례법 개정안과 국제입양법이 발의됐지만, 현재까지도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입양의 공공성 강화와 헤이그 국제아동 입양협약의 이행을 위한 내용으로 아동의 권익 최우선 원칙을 기초로 하고 있다. 아동은 태어난 가정에서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하며, 만약 그럴 수 없다면 국내 입양가정에서 양육해야 하고 국내에서 가정을 찾지 못할 경우 해외의 가정에서 양육 받아야 한다. 가정을 찾지 못하는 경우 가정위탁이 먼저이며 이후 시설 양육 순으로 아동을 보호하는 등 철저히 아동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또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가 발의됐지만, 마찬가지로 심의단계에 계류 중이다. 영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측면에서 찬성한다는 쪽과 아동의 알권리와 친생부모의 섣부른 양육포기 조장 등의 이유로 반대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나유경 시의원(입양가족)은 “첫 상담부터 입양 절차가 모두 끝나기까지 2~3년이 걸리는 등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직도 체계가 정리되지 않아서 많은 아이가 보육원에 보내지는 경우가 많다. 이제 입양을 인구 정책 중 하나로 생각할 때가 됐다. 인터넷 포털에 입양을 검색하면 반려동물 입양 관련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은 현실이다. 입양을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고 편견에 대한 인식전환뿐만 아니라 지원예산도 늘려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입양부모 박시온(서면 주민) 씨 인터뷰

정인이 사건 등으로 인하여 입양제도의 허점이 많다고 사회적으로 크게 공론화됐지만, 입양부모로서 보기에 관련법은 충분히 강화되어왔다고 생각한다. 2~3년이 걸리는 입양 과정에서 부모로서 자격이 있는지 속속들이 알게 된다. 정인이 사건은 아동학대 대처를 잘못한 관계기관의 문제이지 입양 절차와 검증의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 아이가 어릴수록 부모와 애착 관계 형성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견이 많지만, 익명성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게라도 아이를 구해야 한다. 성범죄피해자 등 미혼모가 신원을 밝히기 어려운 불가피한 상황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미국·독일·프랑스 등 해외 선진국은 보호출산제 또는 출산통보제(병원이 출생신고를 맡으며 산모의 익명성 보장)를 통해 영유아 유기를 막고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인식개선도 절실하다. 입양가정에 사건이 일어나면 전체 입양 가족과 입양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진실이 왜곡된다. 하지만 아동학대 대부분은 친생부모나 친인척 등에서 80% 이상 일어난다. 또 아이를 쇼핑하듯 입양했다가 마음에 안 들면 파양한다고 잘못 알려져 있다. 최근에 입양가족 단체들이 실태 조사를 통해 확인해 봤는데 입양특례법 이후 단 한 건의 파양 사례가 있었다. 그것은 민법 입양 (재혼 과정에서 호적 정리 또는 친인척 입양)에서 발생한 파양이었다. 이렇게 입양 후 파양이 많은 것처럼 왜곡되고 부풀려 있음을 확인했다. 혈연주의가 강한 한국에서 이렇게 왜곡된 정보와 정치적 입장에 따른 제도개선 미비 등이 입양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 입양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그들을 하나의 가족으로 인정해 줘야 한다. 자신들의 선택으로 만든 가족인 만큼 더욱 큰 책임감과 사랑으로 이뤄진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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