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가 건네준 색칠공부용 그림 한 장을 색칠하다 보니 이 정도는 나도 그릴 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 그려본 양귀비였다. 그 이후 자녀들이 미술용품과 도감을 사드리는 등 그림을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드렸고 꽃이나 새를 이틀에 한 점, 나흘에 한 점, 그렇게 그린 그림이 100여 점 이상 되었다.

 

그림을 본 사회복지사의 도움으로 서면 서상리보건소에서 첫 그림 전시를 했다. 춘천시보 기사를 보고 우리 도서관에 전시를 제안해 4월 한 달 동안 할머니 전시를 진행했다. 도서관 전시를 앞두고 할머니는 춘천mbc <강원365> 프로그램에도 출연하였고 도서관에서 시민과 만남의 자리도 즐겁게 함께했다.

뇌경색을 앓아 한쪽 눈은 거의 시력을 잃었지만,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고 세세히 표현하면서 그림 그리는 손에 떨림이 전혀 없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조금 더 일찍 재능을 발견하였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지금이 딱 좋지 않을까.

도서관 전시 기간 중 채널A의 <고두심이 좋아서> 프로그램 섭외가 들어왔고, <전원일기> 맏며느리역 배우 고두심을 좋아했던 할머니는 고두심 때문에 출연을 결심, 너무도 편안하게, 재밌게 삶과 그림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덕분에 우리도 배우 고두심, 가수 신화의 김동완과 사진 한 컷을 찍었다. 즐거움으로 오후 내내 즐거웠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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