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자동 로컬카페 ‘소양하다’

‘불금’보다 ‘독(讀)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곳이 있다. 효자동의 로컬카페  ‘소양하다’(대표 윤한)에서는 매주 금요일 저녁 7시부터 ‘반딧불이클럽’을 운영 중이다. 안도현 시인이 글을 쓴 그림책 《반딧불이》에서 그 이름을 따온 ‘반딧불이클럽’은 한 주를 마무리하는 시간에 참여자들이 모여 각자 가져온 책을 읽는다. 책 읽을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책 읽기 좋은 분위기를 제공하는 클럽이다. 이 클럽에 들어오면 해야 하는 선서가 있다고 한다.

“반딧불이 선서 하나, 전자기기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둘, 선택한 책에 집중합니다. 셋, 자리 이탈을 자주 하지 않습니다. 넷, 나에게 영감을 준 문장, 울림이 된 단어 등을 기록해둡니다. 다섯, 즐거운 ‘반딧불이클럽’이 될 수 있도록 편안한 마음으로 함께합니다.”

선서의 조항 하나하나 혼자서 책 읽을 때마다 하는 다짐이지만, 혼자서는 지키기 어렵다. 독서 시간을 함께하는 ‘타인’이 있을 때, ‘나’는 더욱 적극적인 독자가 될 수 있다. 3시간가량 독서 후 갖는 소감 ‘나누기’로 머릿속이 정리되고, 의미가 배가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홀로 독서에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일 것이다. ‘소양하다’가 내건 ‘함께 읽고, 쓰고, 만나서 소양해요’라는 구호는 이렇게 실천으로 나타난다.

이곳 대표는 로컬 크리에이터로서 지역을 기반으로, 문학을 매개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지역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할 목적으로 이 로컬카페를 열었다고 한다. ‘소양하다’란 문학을 통해 쌓는 ‘소양’(素養)과 춘천에 흐르는 ‘소양’(昭陽)강의 의미를 모두 담고 있다. 이름에서도 지역과의 연결성을 나타내고 있는 만큼 카페 음료와 디저트도 로컬 푸드를 활용하여 만든다.

카페 안을 둘러보고 있으니 매니저가 책자 한 권을 내민다. 그것은 이곳 대표 윤한 씨가 카페를 창업하는 과정을 남긴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결과물인 《이를테면 소양하는 방식으로》였다. 대표이자 저자가 쓴 글 중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한 후 고향인 춘천으로 돌아와 이곳을 만들게 된 배경에 관해 읽다 보니 그림책 《반딧불이》의 마지막 장과 장면이 겹쳐 보였다. 그림책 속 반딧불이는 밝은 빛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도시로 날아간다. 반딧불이는 휘황찬란한 도시에 정전이 발생하자 집안에서 촛불을 밝히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깨닫는다.

“크고 화려한 것만이 이 세상을 밝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작은 촛불보다 더 작은 반딧불이도 얼마든지 세상을 밝힐 수 있다는 것을.”

대표의 바람대로 이 공간이 독서와 대화의 일렁임을 지역에서 살려내길 바란다. 반딧불이 클럽 참여비(음료 포함)는 1일권 1만5천 원, 1개월권 5만 원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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