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2일은 세계 생물 다양성의 날이다. 올해는 이날을 기념해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는 가시박 제거 활동에 관한 기사가 넘쳐난다. 그런데 생물 다양성의 날이라면서 가시박 제거에 나서다니? 그것은 가시박이 우리 고유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생물다양성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가시박(Sicyos angulatus)은 박과 한해살이풀로, 북아메리카가 원산이며, 유럽이나 호주 등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다. 그 유입 경로는 정확지 않지만, 우리나라에도 급속히 퍼져 2009년에는 생태계 교란 식물로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은 특정 외래생물로, 미국에서는 유해 잡초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초기에 주로 금강 유역에서 발견되었지만, 현재는 거의 전국에 분포하고 있다. 이제는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는 강변이나 절벽뿐만 아니라 도로변에서도 뒤덮인 가시박 덤불을 보는 것이 어렵지 않다. 가시박은 열매에 튼튼한 가시가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가시는 억세어 장갑을 뚫고 들어올 정도이다. 찔리면 통증도 강해서 만지지 않는 게 좋다. 줄기나 가시에 찔리면 피부병을 유발하기도 한다. 번식력이 매우 뛰어나 ‘식물계의 황소개구리’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이다. 

덩굴줄기는 최대 12m 넘게 자라며, 여름철에는 하루 20㎝가 넘게 자란다. TV의 환경스페셜 프로그램에서는 가시박이 1분 안에 손가락을 감쌀 정도로 자라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물의 흐름이나 동물의 털에 묻어 이동하며, 열매는 땅속에 깊이 묻혀도 싹이 잘 트는 데다 땅속에 묻혀서도 60년 이상 발아력을 간직한 채 휴면할 수 있을 만큼 생존력과 번식력이 강하다고 한다. 가시박은 씨앗으로 전파가 되기 때문에, 그 전에 제거해야 효과적이다. 그래서 기존에는 주로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열매가 여물기 전에 무성하게 자란 다음 베는 작업을 주로 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쉽게 뽑히기도 하는 어린줄기 단계에서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공감을 얻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춘천시가 지난 5월 24일 고구마섬에서 전 부서와 시민단체, 관계 기관 등 2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가시박 제거 활동을 벌인 것은 고무적이다. 올해 4억8천400만 원을 투입해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사업을 펼칠 거라고 한다. 가시박 넝쿨 제거작업도 중요하며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가을철에 가시박을 베는 제거작업보다는 봄철에 가시박을 뽑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이다. 봄철 뽑기든 가을철 배기든 한두 차례 작업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몇 년에 걸쳐 여러 차례씩 지속해서 해야 한다. 

가시박 외에도 다른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로 인한 폐해가 커지고 있다. 야생생물이 들어오는 유입 단계부터 관리대책이 필요하다. 고유의 토착 생물들이 자라지 못해, 생태계의 균형이 파괴되지 않도록 시민의 노력과 지자체와 국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