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6만8천의 사바에 시, 사양산업 되살려 청년들 귀환
지난 10년간 행복도 조사 1위 ‘화려한 부활’

일본 전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지역활성화 아이디어 콘테스트 ‘시장(市長)이 돼보지 않겠습니까?’의 참가자들           출처=사바에 시
일본 전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주최한 지역활성화 아이디어 콘테스트 ‘시장(市長)이 돼보지 않겠습니까?’의 참가자들 출처=사바에 시
사바에 시는 일본 기초지자체 중 인구 증가를 실현한 드문 곳이다. 	     출처=사바에 시
사바에 시는 일본 기초지자체 중 인구 증가를 실현한 드문 곳이다. 출처=사바에 시

 

춘천시는 올해를 ‘교육도시 원년’으로 선포했다. 지난 373호에서 춘천시가 제시한 5대 분야 18개 교육도시 핵심 추진과제를 살펴본 데 이어서 두 번째 순서로 교육도시 조성에서 민·관·산·학 협력의 중요성을 살폈다.

△초·중·고·대학 인구 감소

최근 20년간 춘천시 인구는 2003년 25만3천363명, 2012년 27만3천364명, 2017년 28만514명, 2022년 28만6천664명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하지만 인구증가를 견인하는 건 60세 이상 고령층이다.

60세 이상 고령층 인구는 2003년 3만6천978명에서 2022년 8만57명으로 꾸준히 늘어난 반면에 영·유아(0~6세)의 경우 2003년 2만1천164명에서 2022년 1만2천700명으로, 초·중·고(7~18세) 인구는 2003년 4만2천541명에서 2022년 3만863명으로, 대학 청년(19~34세)의 경우 2003년 6만4천679명에서 2022년 5만7천647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영·유아와 초·중·고·대학의 학령인구는 지난 20년간 지속해서 감소하며 총 2만7천여 명이 줄었다.

춘천은 강릉과 함께 산업연구원의 ‘K-지방소멸지수’에서 소멸예방지역에 포함됐다. K-지방소멸지수는 지수단계를 소멸위험지역(0.5미만), 소멸우려지역(0.5~0.75미만), 소멸선제대응지역(0.75~1.0미만), 소멸예방지역(1.0~1.25미만), 소멸안심지역(1.25~1.50미만), 소멸무관지역(1.50이상) 등 모두 6단계로 분류했다. 춘천의 소멸지수는 1.115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는 교육수요 창출과 교육 불평등 개선으로 인구유출을 방지하고 인구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교육기관 많지만 교육수요·일자리 불만족

춘천의 교육기관은 총 130개 소이며 재학생 수는 6만7천885명이다. 유치원 44개소(공립 25·사립19)에 2만836명(공립 807명·사립 2천29명)이 재학하고 있다. 초등학교 43개소(공립 41·국립 1·사립 1)에 1만4천885명(공립 1만4천197명·국립 405명·사립 283명)이, 중학교 20개소(공립 18·사립 2)에 7천674명(공립 6천750·사립 924)이, 고등학교 14개소(공립 8·국립 1·사립 5)에 7천242명(공립 4천149명·국립 699명·사립 2천394명)이, 대학 6개소(국립2·사립4)에 3만5천922명(국립 2만3천895명·사립 1만2천27명)이, 특수학교 3개소(지적장애 1·청각장애 1·시각장애 1)에 245명(지적장애 125·청각장애 46·시각장애 74)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춘천에는 애니고·기계공고·소양고·한샘고·전인고 등의 특성화고교가 있지만 다양한 교육수요에 답하지 못하고 있다. 시는 ‘교육 특구’ 지정으로 국제학교·자율학교·특성화 학교 등 다양한 학교를 유치·육성할 계획이다. 

지역의 주요 대학마다 산학협력단을 통해 지역과 연계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해 내는 데는 미흡한 상황이다. 시는 대학생 창업 활성화, ‘첨단지식산업 R&D 지원 거점센터(강원과학기술원)’ 설립, ‘대학도시 정책협의회’, ‘대학협력협의회’ 등을 통해 지역 산업 활성화를 촉진하며 정주 인구를 늘리는 선순환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러한 이유로 교육도시 기반 조성, 안전하고 편리한 교육환경, 학생 역량 강화, 대학 역량의 지역선순환, 평생교육 활성화 등 시가 교육도시 조성을 위해 설정한 5가지 큰 방향의 18개 핵심 과제 중에서 민·관·산학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춘천형 자치교육 모델’ 정립과 창업 중심 대학 육성, 산·학·연 협력인프라 고도화 등이 중요하다. 해외에서도 춘천이 내세운 비전과 유사한 정책을 앞서 실천하여 인구유출을 막고 행복도시를 구현한 도시가 있다. 일본 최고의 행복도시라 일컬어지는 후쿠이현과 사바에 시다.

△일본 후쿠이 현(福井県)…산학 협력으로 먹거리 창출

일본 혼슈(本州) 중서부에 있는 후쿠이현은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지나오면서 일본의 여러 지역과 마찬가지로 저성장·저물가·저금리 등과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활기를 잃었었다. 눈에 띄는 자원이나 대기업이 없으며 관광도시도 아니다. 하지만 현재 후쿠이현에는 안경 프레임·자동차용 카시트·자동차 에어백용 원사 및 기포 등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제품 14개가 생산되고 일본 내 1위 제품과 기술도 51개나 있다. 모두 지역 중소기업이 이룬 성과다. 

그 중심에 대학이 있다. 후쿠이현 인구는 74만여 명으로 일본에서 중소규모이지만 이처럼 세계와 국내 점유율 상위의 제품 및 기술을 가진 기업을 다수 보유하며 인구를 끌어들이고 있다. 후쿠이국립대학은 ‘산학관 제휴본부협력회’를 설치해 약 240개 지역 기업 회원사들의 니즈를 분석하고 산업 활성화와 기술고도화를 위한 공동연구와 세미나·기술자 교육 등을 추진한다. 이 사업을 통해 매년 치러지는 프로젝트 건수는 약 200~250건으로 지역의 새로운 먹을거리가 산학 협력으로 만들어진다. 

또 지리상 열악한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행복도에서 오랫동안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 자치교육·시민주역·지역문화·혁신제품·여성고용 등을 핵심 키워드로 삼는 ‘후쿠이 모델’이라는 지역활성화 모델이 있다. ‘후쿠이모델’은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지역 활성화 모범사례로서 지역 맞춤형 자치교육으로 향토기업과 교육현장을 산학연계로 묶어내며 ‘정규직+맞벌이+기술력’의 결합을 실현했다. 즉 인재육성과 고용환경을 충실하고 일관되게 엮어서 지역 안에서 교육이 고용으로 연결되는 안정된 정주기반을 완성했다.  

△혁신은 교육에 있었다

특히 주입식 교육이 아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후쿠이만의 교육 방식으로 전국학력평가에서 1위를 놓치지 않는다. 지역 교육개혁을 위한 교사연구모임이 만들어지고 ‘교직 대학원’을 통해 교사의 전문성을 높였다. 10년 앞을 내다본 수업을 설계하여 아이들이 주체인 수업이 교육현장에서 펼쳐졌다. 

서로 다른 학년의 아이들이 한 조가 되어 서로 이야기하며 주제를 정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아이들은 협동을 통해 인간관계 형성·정보 활용·미래 설계·의사 결정 능력 등을 키운다. 후쿠이 교육에서 학교는 지역에 대한 정체성을 지닌 아이들을 키우며 지역을 육성하는 곳이다.

△사바에 시(市)…학생세대 참여로 인구유출 방지 

특히 후쿠이현 중부 인구 6만8천여 명의 사바에 시(市)는 한때 안경산업의 메카로서 안경테 시장의 90%를 석권하며 호황기를 누렸다. 그러나 1990년대 중국의 저가 안경테에 밀려 안경산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동시에 섬유와 칠기 등 사바에 시의 전통 산업들도 쇠락의 길로 들어섰다.

사바에 시는 ‘시민과 융합’이라는 슬로건 아래 주민자치를 바탕으로 시민의 제안을 토대로 도시를 변화시켰다. 700~800여 개에 이르는 행정사업 중 시민주도사업 100개를 선정하고 시민들에게 맡겼다. 또 지역 활성화를 위해 대기업을 유치하기보다 사양산업을 걷고 있던 기존 안경 산업과 칠기, 섬유 등 전통 산업을 포기하지 않으며 혁신적인 아이디어에 투자했다. 창의적인 시민제안이 일어나고, 고향을 떠났던 청년들이 돌아와 창업에 나섰다. 

사바에 시는 일본 전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지역활성화 아이디어 콘테스트 ‘시장(市長)이 돼보지 않겠습니까?’를 열며 청년세대의 참여를 강화했다. 이를 통해 ‘시장’으로 뽑힌 학생들은 지역에 머물며 다양한 도시 활성화 정책 아이디어를 내놨으며 채택된 아이템은 사업화로 나갔다. 특히 안경 제작 중소기업과 가내수공업 등 250여 개 업체가 여성과 청년의 안정적인 일자리가 되어 일본 내 안경테의 80% 이상을 생산하고 전 세계 안경 시장 약 5%를 점유하게 됐다. 

이렇다 할 유명대학이 없는 사바에 시는 교육과 취업 시기가 맞물리는 고등학생에도 주목했다. 특히 사바에 시 ‘JK과’는 지역 여고생들이 주도하는 프로젝트로서 지역 자원을 활용한 상품개발과 이벤트를 기획한다. 여고생들이 낸 좋은 아이디어는 시청 직원들과 기업 등과 함께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더욱 발전시킨다. 2018년 참여 학생은 (주)로손과 협업해 지역특산물인 유자와 고추 등을 섞어 만든 양념장을 활용한 샌드위치와 주먹밥을 출시했다. 지역 제과 기업과 협력해서 다양한 빵을 출시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이래 참여자의 상당수가 프로젝트 참여 후 지역에 정주하는 성과를 냈으며 지역 기업과의 신제품 공동개발·판매까지 확보해 대내외 호평을 받으며 토박이 청년세대가 지역에서 정주할 가능성과 토대를 넓혔다. 

△저출산은 막지 못해도 유출은 막았다

후쿠이현은 살기 좋은 마을로 일본 내 상위권을 차지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일본에서 초·중학교 학력평가 1위, 정규직 사원 비율 1위, 대졸 취업률 1위, 인구 10만 명당 서점 수 1위, 노동자 가구 실수입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행복도 조사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살기 좋은 마을의 현주소는 인구 추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후쿠이현 사바에 시는 2015년 인구 6만8천284명에서 2020년에는 6만8천302명으로 느는 등 인구 감소가 진행되는 일본의 현황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지역 청년들이 고향에 남고 교육과 취업 등의 이유로 떠났던 25~39세 청년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며 저출산은 막지 못했어도 타지역 인구 유출은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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