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업체가 차지한 구역. 닭갈비가 3만 원이었다.
외부업체가 차지한 구역. 닭갈비가 3만 원이었다.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삼악산 케이블카 주차장 일대에서 ‘2023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가 펼쳐져 춘천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각종 매체에서는 이번 축제를 ‘먹거리·볼거리·즐길거리 풍성’, ‘합리적인 가격, 위생적인 음식’ 등으로 소개하며 성공적인 행사로 평하고 있다. 지난해와 같은 장소에서 열렸지만, 훨씬 더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설을 준비했으며 방문객 수도 눈으로 확연히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늘었다. 특히 지역축제 바가지요금에 대한 대중들의 비판이 높아지는 가운데 1인당 1만 원에 즐길 수 있는 막국수·닭갈비 뷔페를 최초로 도입하는 등의 행사는 호평을 받기에 충분했다.

지역 업체는 노력했는데…

하지만 이러한 호평은 반쪽짜리뿐이었다. 춘천시 지역 업체들이 들어선 구역은 합리적인 가격(닭갈비 1만4천 원, 막국수 8천 원)과 질 좋은 음식으로 좋은 평가를 받으며 발 디딜 틈 없을 만큼 사람들이 북적였지만, 반대쪽의 외부업체는 그렇지 않았다. 안주류 중 가장 저렴한 해물파전이 2만 원(어묵 1만 원)이었고 홍어삼합은 6만 원이나 했다. 통삽겹·쪽갈비·낙지볶음 등 3~4만 원대 메뉴가 가장 많았고, 닭갈비는 3만 원이었다.

실제 인터넷에는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를 다녀와 작성한 포스팅이 올라오기도 하고 지역축제와 관련된 기사에 춘천막국수닭갈비축제에 대한 댓글도 달렸다.

“닭갈비와 막국수는 자리가 없어 못 먹고, 2만 원짜리 해물파전만 먹고 돌아왔다”는 글에는 “지방 축제마다 돌아다니는 장사꾼들이 있다. 보통 지방 축제에 그 지역 상인들이 하는 거로 생각하고 사 먹는데, 저런 바가지 상인 때문에 토착 상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댓글이 달렸다. 또 “축제만 다니는 상인이 존재하는 이유를 살펴보면 업체 선정 시 지역 상인이 우선이지만, 실제 축제에서 장사한다는 지역상인은 생각보다 적다. 자기 가게에 장비가 다 있고 항상 받는 손님이 있어서 굳이 축제행사장에 안 가려고 한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일단 상인들이 많이 와야 예산도 집행하고 축제 분위기가 나기 때문에 바가지 업체를 어쩔 수 없이 받기도 한다”는 설명도 덧붙었다.

수원 지역축제 먹거리 가격을 성토하는 기사 채팅방에는 한 네티즌이 “어제 춘천 닭갈비 축제에도 비슷한 장사꾼이 득실댔다. 아이가 먹던 ‘소떡소떡’이 상해서 항의 후 환불을 받았다”는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외부업체도 관리·감독 가능

지역 업체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하더라도 외부업체의 문제로 인해 축제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 가능성은 크다. 그렇다면 지자체는 외부업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5일 동안 무주군 무주읍 지남공원 일원에서 열린 ‘무주 산골 영화제’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인해 저렴한 가격으로 관광객의 박수를 받았다.

무주군은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축제장의 간식 부스를 직접 관리했다. 영화제 간식 부스 운영권에 대한 공모를 진행하면서 공모에 참여하는 업체에는 △20~30대를 대상으로 하는 메뉴를 개발할 것 △음식 단가를 1만 원 이하로 책정할 것 등의 조건을 달았다. 또 음료와 주류 가격을 참여 업체 전체가 통일해야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이에 엄선된 7개 업체가 축제에 참여했으며, 삼겹살은 1만 원, 수제 소시지가 들어간 핫도그가 3천 원에 팔렸다. 500㎖짜리 식혜 가격은 1천500원이었다.

이렇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지만, 상인들의 매출은 오히려 작년보다 늘었다고 한다. 또 부스 참여 업체들은 축제가 끝난 뒤 50만 원씩 모아 총 350만 원의 장학금을 무주군에 전달해 지역축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였다는 평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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