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의 미완성된 세계화에 대한 반가움

아들은 가끔 나에게 그의 친구들이 춘천으로 이사 오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그 친구들이 우리 도시에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을지에 대해 한참 동안 심사숙고해 본다. 우리 아들의 러시아 친구들이 춘천에서 살면 외국인으로서의 불편함을 겪을 것 같아서 그렇다. 

5월 초에 우유를 사러 마트 가는 길에 작은 집회를 보았다. 집회에 모인 사람들 중 누군가 세계화에 대해 큰소리로 연설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글로벌 춘천이라는 슬로건은 경제·스피치·음식 등 다양한 부문에서 자주 들은 것 같다.

세계화의 한 가지 중요한 요소는 다양한 문화와 국적의 사람들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춘천은 자본과 기술의 이동에 대비하고 있지만, 외국인이 대규모로 이사 오는 것에 대비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독자 여러분은 춘천출입국관리사무소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 시청이나 경찰서와 같은 공공 기관인데도 불구하고 시내에서 꽤 멀리 떨어져 있다. 농업 부문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을 위해 그곳에 있다는 설명을 들은 바가 있다. 하지만 대부분 외국인이 개인 차량이 없는 것을 감안하면 그러한 설명은 비논리적이다. 그래도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직원들이 친절하고 자기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말해두고 싶다.

글로벌 세계는 현대 기술 세계다. 그리고 한국은 세계적으로 첨단기술로 유명한 나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와 같은 타국인이 한국의 첨단통신과 은행 기술을 체험하는 것이 어렵다. 통신사와의 계약을 체결하려면 은행 계좌도 필요하고 외국인등록증도 필수다. 그래서 한국에 온 후 외국인등록증이 발급될 때까지 한참 동안 20세기 중반의 사람처럼 생활했다. 즉 물건을 살 때 현금으로 내고 전화도 공중전화를 이용하였다. 

그래서 지난여름 제일 반가운 날이 외국인등록증을 받는 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실망한 날이기도 했다. 출입국관리사무소를 떠나 택시를 잡고 바로 은행에 갔다. 한국 통장을 만들고 체크카드를 발급해 달라고 했더니 은행 직원은 갑자기 서류상 체류 기간이 1년이라는 이유로 발급을 거부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내가 친구에게 조언을 구하기로 하고, 서울의 동일 은행 지점에서 다시 확인해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반 체크카드는 제한 없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바로 발급받았다. 춘천은 왜 안 되었는가?

해당 은행 지점은 상당히 큰 은행의 춘천 중앙지점인데,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전문적이고 한 번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문제의 본질은 아마도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 제공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나서 통신과 재정적 자유를 어렵게도 쟁취한 나는 교통 자유에 도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 운전면허증을 한국 면허증으로 교환해야 했다. 한국에 살고 있는 많은 친구들이 이미 별다른 문제 없이 면허증 교환을 진행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나 역시 그들의 조언을 듣고 약 3개월 동안 필요한 서류를 준비했다. 아포스티유 도장으로 인증된 면허증 번역본, 한국 주재 러시아 연방 대사관이 발급한 제 이름에 대한 증명서 등을 가지고 춘천 운전면허시험장에 가서 서류를 제출했다. 직원은 2시간 동안 서류를 확인할 필요가 있고 그 후 시험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저녁 시간이니 다음날 다시 오라고 했다. 내 친구들은 면허증 교부 절차가 약 20분밖에 걸리지 않고 시험도 볼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었기 때문에, 나는 이 말에 매우 놀랐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같은 시험장의 직원은 전화로 면허증 교환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내 친구들 중에는 아무도 이런 문제를 겪지 않았기에 나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면허증에 중요한 표시가 없다는 이유로 교부를 거부한다는 말을 들었다. 면허증이 진짜이며 필요한 모든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나는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이전에 은행에서 겪었던 일에 대한 기억이 떠올라 이번에도 서울에서 다시 시도해보기로 했다. 놀랍게도 서울에서는 시력 검사 후 약 20분 만에 한국 면허증을 발급해주었고, 서울 시험장의 직원은 내 친구들이 말했던 것처럼 시험을 볼 필요가 없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춘천에서 사는 게 정말 좋다. 이곳에는 뛰어난 자연환경과 훌륭한 사람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아직 완전한 ‘글로벌 도시’가 되지 못한 점도 귀중히 여긴다. 왜냐하면 글로벌 도시는 외국인을 위한 조건이 다 있기는 있지만, 자신의 독특한 전통의 모습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 춘천이 세계화되는 것보다는 차라리 우리 가족이 춘천의 생활에 점점 더 적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필요한 무언가가 있다면, 언제든지 서울로 가서 처리할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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