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책방 파피루스 전경
고양이 책방 파피루스 전경
원보경 대표
원보경 대표
다양한 책들과 소품들이 가득한 고양이 책방 파피루스의 내부 모습
다양한 책들과 소품들이 가득한 고양이 책방 파피루스의 내부 모습

작은 책방의 매력은 그 책방 주인의 취향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양이 책방? 고양이가 있나? 정말 고양이 책만 파는 곳일까? 파피루스를 찾아가는 길. 고양이를 세 마리나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처음 가 보는 고양이 책방이라 마냥 기분이 좋았다. 

큰 길가 옆 통나무집 같은 책방 입구엔 사람처럼 의자에 앉아 있는 고양이가 있었다. 고양이가 있는 책방은 아니었지만, 책방 같은 분위기도 아니었다. 책방 안을 가득 채운 고풍스러운 엔틱가구들과 조명, 예쁜 그릇들. 

“엔틱 소품을 전시 중이에요”라며 사르르 녹는 듯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책방을 소개해 주는 원보경 대표님은 인터뷰 도중에도 삼삼오오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틈에서 부드럽지만 밝은 목소리로 사람들의 안부를 묻고, 음료를 만들며 전시 중인 엔틱가구 소품 설명까지 힘든 내색 없이 친근하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이 시간이 사실 가장 한가한 시간인데 미안해요. 오늘은 정말 신기하네요” 작은 책방에 손님들이 많은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대체 이 책방은 어떤 공간일까? 어떤 곳이길래 이 더위에 이 사람들은 여기까지 찾아온 걸까? 엔틱한 조명이 있는 커다란 책상을 가리키며 “이곳에 앉으세요” 고풍스런 서재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드는 곳에서 예쁜 소품들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고양이 책들이 빼곡한 책장을 뒤로하고 앉아 그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임시 보호를 하면서 길고양이의 삶이 힘든 것을 알게 된 그녀는 우연히 만난 고양이 덕분에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 주는 삶을 살게 되었다고 했다. 고양이를 만난 순간 그 고양이를 통해 삶을 새롭게 보게 됐고 고양이 관련 책들을 파는 독립서점을 춘천에서 가장 먼저 열게 되었다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고양이에 대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다. 

처음엔 고양이를 싫어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원보경 대표는 고양이와 관련된 다양한 책을 파는 것은 물론 고양이와 함께 잘 살기 위해 그녀만의 방법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칠전동 고양이》 등 고양이를 소재로 한 책 이외에도 시집 등 다양한 책을 만드는 출판사 대표이기도 하다. 그녀의 행동은 대범하고 직관적이지만 부드럽다. 길에서 태어나고 죽은 고양이를 위로하고 싶은 맘에 시작한 길고양이 배움길 프로젝트부터 길고양이 추모제 행사 등 책방은 그녀가 사랑하는 고양이와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연결해 주고 있었다. 

책방의 시작은 출판작업실이었지만, 고양이에 대한 진심은 작업실을 고양이 전문 책방으로 변신시켰다. 현재는 고양이 소품판매, 그림 전시회, 영화상영까지 다양한 활동을 하는 문화공간으로 발전했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 그 진심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 분명했다. 고양이 책방답게 고양이에 관한 다양한 책과 그림들이 구매 충동을 일으켰다. 판매용 책이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고양이 3마리를 키우고 있다는 말 한마디에 자신이 모은 고양이 그림, 영화 포스터를 준다. 외국 엽서 책, 고풍스러운 북, 일본 잡지까지 맘에 쏙 드는 고양이 책들을 “이젠 보낼 때가 됐다”고 말하며 건네주었다. 

소장용 책이란 걸 알면서도 맘에 드는 책을 살 수 없을 때의 기분은 아는 사람만이 안다. 왠지 꼭 사야 할 것 같은데 사지 못했을 때의 기분은 섭섭하다. 하지만 그녀의 고양이에 대한 사랑은 고양이를 키운다는 공통점 하나로 책방을 방문한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섭섭함 대신 행복함을 선물해 주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고양이 책방 ‘파피루스’를 추천한다. 고양이 책을 직접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그녀와 함께 분명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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