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 맨발걷기 동호회를 만들어 걷기 시작한 지 100일이 넘었다. 매일 저녁에는 춘천교대 운동장에서 모여 맨발로 걷고, 오전에는 다양한 길을 찾아다니고 있다. 6월이 되면서 더워지니 자연스레 산길을 찾아 나서게 되었다. 맨발걷기 초심자도 쉽게 오를 수 있고 접근성도 좋은 산을 생각하다 보니 단연 안마산이 제일 먼저 떠올랐다.

 안마산은 춘천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산책코스로 춘천을 대표하는 봉의산 정상인 301m보다 2m 높다. 말안장을 얹어 놓은 것 같은 모습이라 해서 안마산(鞍馬山)이라 하며, 안화산·아내산·아나산으로도 불렸다고 전해진다. 춘천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석사동, 퇴계동 경계에 위치하고 있어 춘천 도심 산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산이기도 하다. 

 안마산 산책코스는 등산로 입구가 사방으로 연결되어 있으나 주로 토마스 요양병원(구 한방병원) 입구, 대룡중, 퇴계농공단지 3곳에서 시작하여 샘터를 거쳐 정상까지 이어지며, 안마산 정상에서 춘천 시내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까지 왕복 1시간 남짓 소요되는 코스로 어린아이들도 정상까지 등반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다. 

 맨발걷기 동호회원들과는 대룡중앞 편의점 마당에서 만나 간단히 인사나누고 우리들만의 의식인 맨발 인증샷을 찍은 후에 곧바로 맨발걷기를 시작하였다. 산속으로 난 등산로를 따라 걷자마자 땅속에서 올라오는 시원한 기운이 느껴진다. 등산로 입구부터 나무 그늘이 시원하고 새들도 노래 부르며 반겨주니 발걸음이 가볍고 신난다. 폭신하면서도 촉촉한 땅의 촉감, 피톤치드가 가득한 숲 내음, 밝은 햇빛, 쪼로롱 귀여운 산새들의 합창, 오감을 자극하는 이 모든 것들에 감사하며 한발 한발 나아간다. 땅속 자유전자가 내 발바닥을 타고 올라 온몸을 순환하여 피를 맑게 해줄 생각을 하니 더 큰 감사와 충만함이 밀려온다. 

15분 정도 걸으니 샘터와 안마산 정상 갈림길이 나온다. 안마산에서의 맨발걷기가 처음이라 좀 더 쉬운 코스인 샘터 코스로 향했다. 샘터 코스 초입에서 반가운 맨발이 보이길래 인사를 드렸더니, 최근에 맨발걷기를 시작한 후로 몸이 많이 좋아져서 매일같이 안마산 샘터 코스를 걷는다고 하신다. 샘터가 있어선지 땅은 더 촉촉하고 숲 내음도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중간에 아주 고운 흙길이 있는데, 이곳에서 매일 맨발로 걸으면서 길을 쓸고 닦는 분 덕분이라고 한다. 

 맨발걷기운동을 전국적으로 펼치고 있는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는 이타행과 우분투 정신을 가장 강조하고 있다. 이타행(利他行)이란 ‘다른 사람을 위한 행동’을 의미하고, 우분투(Ubuntu)란 ‘당신이 있어 내가 있다’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용어로 공동체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누군가가 이타행, 우분투의 정신으로 닦아놓은 안마산 숲길을 밟으며 나도 누군가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고, 아무런 해가 없고, 아무런 부작용이 없는 맨발걷기! 나를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맨발걷기 운동에 동참하는 분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바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춘천사람들》 - 춘천시민의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