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헌과 전범선이 만나다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공동저자 정성헌 씨(좌)와 전범선 씨(우).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공동저자 정성헌 씨(좌)와 전범선 씨(우).

 

작가들은 어떻게 글을 쓰게 됐을까? 책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은 걸까?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글로 세상에 알려주는 것,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았다면 절대 들을 수 없는 혼자서 듣기 아까운 이야기들을 이 책은 고스란히 전해준다. 작가이자 가수인 춘천 청년 전범선 씨와 새마을운동 중앙회 회장이었고 현재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의 이사장으로 생명살림운동을 하는 정성헌 씨가 만났다. 만나지 못할 것 같은 서로 너무나 다른 30대의 청년과 70 대의 어른이 만난 것이다. 그리고 젊은 세대의 진심을 정성헌 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응원해 주었다.

“지난해 11월 심산 김창숙 연구회는 저에게 심산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주셨습니다. 심산상이 각별한 이유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바탕에 두고 180여 명의 회원들이 스스로 시간과 돈을 내어 운영하고 상금도 회원들의 성금으로 마련하기 때문입니다. 상을 받고 두 가지 일을 했습니다. 하나는 심산 선생님의 묘역에 선생의 뜻을 상징하는 나무를 심은 일입니다. 또 하나는 바로 이 책《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를 만든 일입니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경험으로 살아난 어른들을 만나지 않는 한 그들의 이야기는 쉽게 들을 수 없다. 내가 존경할 수 있는 어른을 만날 기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저는 솔직히 윗세대에 대한 불만이 많습니다. 기후위기 때문입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룬것은 분명 대단한 업적입니다. 덕분에 저희 세대는 부유하고 자유로운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청년이란 이름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서로살아온 세월이 다르고 그래서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전해 들은 말로 오해와 편견만 쌓인 채 직접 만나 이야기할 기회조차 없는 세상에서 어른다운 어른을 만난다는 건 행운이다. 절대 만날 수 없을 것같은 두 사람이 시대를 뛰어넘어 서로 마주 대하고 이야기할 수 있었던 시작은 예상치 못한 ‘소’였다.

“2021년 초 불법농장에서 소를 만났어요. 생명을 오로지 고기로만 치부하는 현실이 끔찍했습니다. 그래서 소들을 살리기로 결심했어요.”

우리가 쉽게 먹는 소고기를 먹지 말자는 소리가 아니었다. 생명을 가진 소를 살려보자는 이야기였다. 2천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힘을 모아 소 6마리를 구조했지만 정작 소들을 보호할 공간이 없었다. 소 6마리를 어디에둘 수 있단 말인가?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현실의 문제에 직면한 경험은 모두 한 번쯤 있을 것이다. 혼자 해결할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을 때, 보이지 않는 길을 가야 하는데 방향을 알수 없을 때, 바로 그럴 때 경험많은 어른을 만나야 한다. 그는 수소문해서 정성헌 씨를 찾아가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

“젊은이들이 소 생명까지 살리겠다고 하니 그것 참 아름다운 거지.”

소들을 살리겠다는 황당한 패기를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어른을 만난 것이다. 소들이 있을 만한 곳을 마련해주고, 결국 두 사람은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물어보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친구가 되었다. 그는 지난 2년간 정성헌 씨와 가까워 지면서 신기한 변화를 경험했다고 말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었다는 것. 할아버지뻘 되는 정성헌 씨를 만나고 그는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고 말한다. 참 멋진 말이다. 젊은이들이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정성헌 씨는 오히려 “우리에게는 아직 10년이 남았다.”고 말하며 자신의 경험과 지혜를 들려주었다.

두 사람의 이야기들은 너무 광범위해서 하나로 정리할 수가 없다. 하지만 이 책에는 두 사람의 대화가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궁금한 것을 서로 물어보고 대화를 나눈 과정을 정리한 책이《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이다. 두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분명했다. “우리에게는아직 시간이 남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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