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의 《걷는 독서》와 함께 저항의 길을 걷다

모든 진실은 현장에 있다. 현장이 변하면 진실도 변한다. Every truth is in its place. If the place changes, the place changes, too. - 박노해《걷는 독서》 175쪽

 

6.10 민주항쟁 36주년 기념일에 〈강원교육연구회(독서인문교육연구회VISTA)〉에서 주관하는 ‘2023 강원 교사 인문학여행-걷는 독서’ 제2차 ‘기억과 매체’ 연수에 동행하였다. 춘천지역 22명의 교사들이 모여서 민주주의를 외쳤던 역사와 문학의 길을 탐방하는 연수였다. 마침 역사재생총감독으로 저명한 서해성 씨가 해설사로 나와서 더욱 의미 있는 답사가 되었다. 

일제강점기 민족대표 33인의 한 사람으로 3·1만세운동을 이끌었던 만해 한용운 선생이 감옥에서 나와 사망할 때까지 머물렀다는 ‘심우장’, 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위해 항일무장투쟁의 본산인 신흥무관학교를 개설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에 중추 역할을 했던 공화주의자이고 독립운동가이며 아나키스트였던 ‘우당(右堂) 이회영 선생 기념관’, 1970년대와 1980년대 군사정권의 독재 시절 무자비한 폭력이 자행된 중앙정보부의 흔적들을 보존하고 있는 ‘기억6 전시관’(남산 예장공원) 등을 돌아보았다. 

근현대 역사에서 누가 억압하고 누가 저항했는가. 기억을 더듬어 국가 폭력의 현장을 답사하는 감회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특히 일제강점기 일제 경찰력의 중심부이자 독립운동가 검거와 탄압의 상징이었던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던지고, 서울 시내에서 일본 경찰과 홀로 총격전을 벌여 그들에게 두려움을 주었던 김상옥 열사의 순국터를 소개하며, 열사 추모비를 세우지 못한 서러움을 눈물로 보여주던 서해성 씨가 모두의 가슴을 울렸다.

 “역사에 대한 말을 걸 때면 돌과 시멘트도 외쳐 답을 해줄 것입니다. 역사가 말이 없는 게 아니라 말을 걸지 않을 때 침묵하는 것입니다.” (‘기억6’ 전시관에서)

어두운 시대의 터널을 건너왔어도 여전히 대한민국과 세계 곳곳에 남아 있는 반민주와 반인권의 고통을 새롭게 되새기며, 민주 시민으로 살아있다면 더욱더 시끄럽게 민주주의를 외쳐야 함을 각성하며 숙연한 마음으로 춘천으로 돌아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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