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만 바라보지 말고 시민 우선해 정책 펼쳐야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나유경·윤민섭·김용갑 시의원, 전흥우·나철성·오동철 등이 육동한 시장의 지난 1년을 진단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나유경·윤민섭·김용갑 시의원, 전흥우·나철성·오동철 등이 육동한 시장의 지난 1년을 진단했다

춘천의 핵심 현안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이슈칵테일’이 세 번째 주제로 취임 1년을 맞은 육동한 시장의 지난 1년을 진단했다. 이번 이슈칵테일은 김용갑(국민의힘), 나유경(더불어민주당), 윤민섭(정의당) 등 세 명의 초선 시의원이 함께했다.

전흥우(《춘천사람들》 이사장)

먼저 초선의원으로서 지난 1년간의 의정 경험에 관한 소회를 들려달라.

김용갑(국민의힘)

1년이 정말 짧았다. 시민으로 살 때와 달리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 내가 어떻게 활동하느냐에 따라서 시민의 삶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달려왔다. 

윤민섭(정의당)

양당제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다양한 정당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다당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하지만 동시에 쉽지 않음도 느꼈다.

나유경(더불어민주당)

일을 찾아서 하려면 시간이 늘 부족하고 아무 일도 안 하려 한다면 아무것도 안 할 수 있는 게 시의원이더라. 봉사하는 마음이 없으면 시의원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임을 깨달았다. 언행의 책임감과 상대 당 의원을 설득할 수 있는 자질을 계속 키워야 한다는 의무감도 커졌다. 

전흥우

시의원으로서 육동한 시정 1년에 대해서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겠나? 그 이유는?

나유경

70점이다. 육 시장이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놓지는 못했지만, 버스 문제와 서면 대교 등 묵은 과제들을 조금씩 해결해가고 있다. 또 여야를 가리지 않고 중립적인 관점으로 대하는 모습도 좋게 평가할만하다. 또 중앙정부와의 소통은 잘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다만 강원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서 춘천이 수부 도시로서 주도권을 잡아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점은 아쉽다. 하지만 육 시장의 능력 부족보다는 정치지형에 따른 결과인 것 같다. 

김용갑

40점이다. ‘교육도시, 춘천’을 예로 들면 기존 정책에 비해 새로운 게 없다. ‘전입 대학생 장려금’도 금액만 높였지 인구를 늘리기 위한 미봉책이다. 일자리 창출 없이는 공염불이다. 다만 마을 곳곳을 다니면서 주민을 만나 숙원 사업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은 좋았다.

나유경

교육도시는 ‘첨단지식산업도시’와 연계하여 대학의 역량을 키워 춘천으로 오고 싶은 대학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잘못된 정책은 아니다. 

윤민섭 

50점이다. 우선 인사청문회 도입을 전향적으로 도입하길 바랐지만 그러지 못해 아쉽다. 시민버스의 경우 완전공영제로 갈 수 있었는데 너무 쉽게 포기한 것 같다. 준공영제를 하더라도 마을버스까지 준공영제 영역으로 들어와야 하는데 또다시 한정면허로 가는 게 아쉽다. ‘먹거리 복합문화공간’도 운영사를 찾지 못하고 있고 ‘치유의 숲’도 100억짜리 땅이 방치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지역 균형 발전이다. 고은리 도청사 부지를 발표한 다음 날 탈락 지역에 대한 발전계획을 내놓는 등 균형 발전의 측면에서 도시에 대한 장기적 청사진 없이 졸속적이다. 다만 마을버스 노선 개편과 환승 등은 잘했다고 평가한다.

전흥우

육동한 시장의 대표 공약은 무엇이고 어떻게 평하나?

나철성(강원평화경제연구소 소장)

육동한 시장의 후보 시절 대표 공약은 세 가지였다. 첫째 첨단지식산업도시 조성, 둘째 전국 최고의 교육도시, 셋째 삼춘이경(三春二京) 세일즈 시장이었다. 당선 후에는 ‘첨단지식산업도시’, ‘최고의 교육도시’, ‘고품격 문화관광도시’, ‘건강하고 행복한 복지공동체’, ‘편리하고 쾌적한 미래형 도시’, ‘지속 가능한 도시’, ‘강원특별자치도 중심도시’ 등 7대 시정목표를 중점 시책으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육 시장의 시정은 한마디로 ‘시민들의 인내심이 필요하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관료로서 화려한 경력에 대한 시민의 기대가 컸지만, 춘천시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뭔가가 없다. 또 현 정부 들어와서 전국적인 현상인데 공무원들이 굉장히 경직돼 있어서 잘 움직이지 않고 몸을 사린다. 하지만 기대를 버리기는 아직 이른 만큼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전흥우

지난 1년 육동한 시정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나철성

지난 10년 동안 알펜시아와 레고랜드를 통해 얻은 교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암호 마리나 사업’과 관련된 공청회나 간담회조차 진행하지 않는 등 판단 능력이 매우 실망스럽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객관화하고 바로잡는가에 따라 앞으로 남은 3년의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오동철(춘천시민사회단체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도청사 부지 선정과정에서 보인 모습이 무척 아쉽다. 실사할 때까지 없던 고은리 부지를 갑자기 춘천시가 제안했었다고 하는데 향후 새로운 갈등과 소모적인 행정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허영 의원이 가장 힘주어 말하는 것 중 하나가 ‘국가 호수 정원’인데 육 시장은 의암호 주변에 관광사업을 활성화하겠다고 한다. 같은 당 국회의원과 지자체장의 비전이 충돌하는데도 아무 설명도 대책도 없다.

윤민섭

의암호 마리나 사업은 사실상 대규모 숙박시설이다. 육 시장이 춘천에 숙박 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부담이 큰 것 같다. 하지만 향후 동서고속철도가 놓이면 춘천은 중간 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 인구가 얼마만큼 유입될지 등 종합적인 계산이 부족하다. 기존 숙박 시설을 손보는 등 다양한 계획을 병행해야 한다.

전흥우

상중도·고슴도치섬·의암호 등 난개발의 우려가 크다. 민선8기가 춘천의 도시 정체성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나?

오동철

춘천시의 도시 정체성과 지속가능을 위한 방향성을 다시 새롭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현재의 춘천처럼 색깔이 없는 도시가 과연 있는지 묻고 싶다. 춘천은 3천 년 전에 도시가 형성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역사가 있다. 하지만 행정과 시민들 대부분 잘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춘천이라면 당연히 이런 역사성을 활용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 지자체는 그런 걸 해야 한다. 춘천에 관광객을 유입하는 건 닭갈비·막국수·커피다. 그거 다 춘천시가 유치한 관광객이 아니다. 민간이 오랫동안 노력해서 이뤄내는 거다. 춘천시가 돈을 쏟아부어 관광산업을 일으키겠다고 해왔지만 뚜렷하게 성공한 것이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춘천시에서는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부터 다시 살피고 그 바탕에서 관광이든 개발이든 청사진을 마련해야 한다. 

나철성

‘춘천=관광도시’는 자아도취이고 허상이다. 강원도의 손꼽히는 축제를 보면 ‘화천 산천어 축제’에 약 130만 명, ‘강릉 단오제’에는 5~60만 명이 방문한다. ‘삼척 맹방 유채꽃 축제’와 ‘원주 한지축제’에는 평균 30만 명 이상이 방문한다. 춘천을 대표하는 마임축제에는 평균 15만 명이 방문한다. 수치만 따져봐도 이런 데 춘천을 관광도시라 자신할 수 있나? 무슨 도시라고 이름만 내세울 게 아니라 교육도시든 관광도시든 문화도시든 산업분야의 일자리 창출과 연계해서 상호보완되어야 의미가 생기고 시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다.

전흥우

육동한 시장이 성공하려면 앞으로 무엇에 신경을 써야 하나?

김용갑

정책 방향이 세워지면 시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특히 지역균형발전부터 교육도시까지 그 바탕에는 기업유치 등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윤민섭

육 시장이 고립돼서 외롭다는 말을 했었다. 이해는 하지만 그럴수록 다양한 의견을 많이 수렴해 주길 바란다. 

나유경

시민이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다면 주요 시정목표도 과감히 계획을 수정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오동철

시민의 삶의 질에 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 한다. 지금 이곳에서 살아가는 시민이 행복해지면 외부에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몰려온다. 자꾸 바깥에서 끌어오려고 하지만 말고 시민들을 가장 첫 번째 우선순위에 두고 정책을 펼치길 바란다.

나철성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들으며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시민사회와도 정례적으로 만나야 한다.

전흥우

이 자리에서 오고 간 수많은 말들은 ‘시민이 행복한 도시’로 요약할 수 있겠다. 외부에서 사람을 유인하려는 관행적인 정책과 거창한 구호 속에서 시민이 소외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육동한 시장이 주요 정책과 비전을 다시 원점에서 점검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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