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시민대책위, 2020년에 이어 이번에도 승소
건축물은 가공제품으로 아니라는 원안위 주장 기각

강종윤 춘천방사능시민대책위원회 대표가 행정소송 승소 후 6월 26일 시청 기자회견에서 소송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강종윤 춘천방사능시민대책위원회 대표가 행정소송 승소 후 6월 26일 시청 기자회견에서 소송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6월 16일 춘천방사능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를 상대로 작년 5월 30일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만 1년을 채우고 승소했다. 

소송의 정식명칭은 ‘생활방사선법상 결함가공제품 여부 조사 거부처분 취소 행정소송’으로, 대책위가 2022년 3월 춘천의 여러 시설물 중에서 건축물(춘천시청소년수련관)과 주차장(강원대 주차장), 콘크리트로 대상물을 특정해 ‘결함가공제품’에 해당하는지 안전 기준 초과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원안위에 신청했으나 원안위에서 거부 결정을 한 데에 대한 취소소송이다.

생활방사선법에 보면 가공제품은 원안위가 고시하는 방사능 안전 기준을 초과해선 안되며(제15조1항3호), 그 기준을 초과하는 결함 가공제품을 제조하는 제조업자는 보완·교환·수거 등 조치를 취해야 하고(제16조1항), 원안위는 결함 가공제품에 대해 보완‧교환‧수거 등 조치를 취하라고 명할 수 있다(제17조1항)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2018년부터 한창 이슈가 됐던 라돈 침대 사건에서도 원안위를 통해 전량 수거 조치가 이루어졌던 바 있다. 라돈 침대 사건 이후로는 2019년 생활방사선안전기준법이 개정됐다.

대책위는 2016년부터 춘천의 건물과 도로 곳곳에서 안전 기준치보다 높은 방사선 수치가 계속 측정되는 현상을 발견했고, 방사능 방출 근원을 추적한 끝에 춘천의 특정 골재장 몇 군데에서 생산된 골재에서 기인하는 것을 추적해왔다. 원자력연구원에 춘천 골재 성분을 의뢰해 규정에 정해진 원료 물질 방사능 농도를 2배 이상 초과한 수치가 방출되고 있음을 파악했다. 2020년에 대책위는 춘천에서 높은 방사능을 방출하는 원인으로 지목된 춘천 특정 골재장에서 생산된 골재가 생활방사선법상 원료 물질에 해당하는지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골재가 원료물질인 부분은 재판에서 인정됐지만 이미 방사선이 방출되는 골재로 건물이 지어진 경우, 방사능 문제는 잔존하기 때문에 춘천에서 해당 수치를 넘기는 골재로 지어진 건물과 주차장(아스팔트, 콘크리트) 등에 대해서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한 과정으로 넘어갔다.

이번 판결에서 서울행정법원은 골재를 원료로 써서 일정한 형체를 갖춘 물질적 대상인 이 사건 시설물을 만들었다면 이를 ‘가공제품’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판결했다. 기존에 취소소송 청구내용 중 하나였던 콘크리트 몰드에 대한 청구는 부분 기각되었다. 법원에서는 생활방사선법상 가공제품을 해석함에 있어 ‘제품’이라는 품목에서 콘크리트 몰드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안위는 소송에서 ‘건물’은 기존에 분류하던 가공제품과는 형상이 다르기 때문에 현행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로 변론을 했고, 법원은 상황에 맞는 기준을 원안위가 적절하게 정하면 되는 것이지, 가공제품이 아니라고 거부하면서 적용 자체를 회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또한 원안위는 제품안전기본법상 건물이나 시설물은 가공제품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생활방사선법은 입법 목적이나 규제 취지 등이 제품안전기본법과 다르기 때문에, 제품안전기본법에서 정의한 제품에 구속되어서 품목을 적게 볼 것이 아니라고 봤다. 즉 원안위는 춘천시청소년수련관 및 강원대 주차장이 결함가공제품임을 인지하고 생활방사선법상의 안전 기준을 충족하는지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을 내렸다.

대책위와 소송을 수행한 법무법인 강남 진재용 변호사는 “그간 건물과 시설물의 방사선에 관해 약간의 규제 공백 상태가 있었다. 이번 판결로 소송의 목적물이 생활방사선법상에 안전 기준을 초과한 결함가공제품에 해당하게 된다면 추후에 원안위가 보완이나 수거·폐기 등 조치가 가능해진다. 즉 이러한 규제 공백 상태가 법원의 해석을 통해서 해소됐다고 볼 수 있다”며 “후속 법령의 개정 작업이 필요한데 전국에 여러 건물이 있기 때문에 원안위가 모든 시설물을 규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지자체 또는 다른 정부 부처에 권한을 위임하는 식으로 생활방사선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강종윤 춘천방사능시민대책위원회 대표는 “교육시설, 영유아시설, 시민들이 찾는 공공시설에 대한 방사능 조사를 해야 한다. 춘천의 골재장은 대안 부지를 물색하고 기존 골재장을 건축물 폐기장으로 쓰는 방안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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