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별꽃
농원풍경
쇠박새
물까치
물까치
물까치

운동화에 내 몸을 가볍게 얹고 집을 나섰다. 오뉴월 햇빛이 소낙비처럼 쏟아져 내린다. 장마 시작 전이라 무더위에 짜증도 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치 소리, 참새 소리에 귀가 맑아진다. 집에서 안마산 방향으로 걸으면 ‘믹스테이블’이라고 칵테일 바를 지난다. ‘T7’ 상호이던 시절부터 20여 년 정도 칵테일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던 곳이다. ‘무궁화마트’ 뒤로는 막 파닭 집이 오픈했다. ‘태평소’라는 고깃집이 떡하니 보인다. 이 골목에는 터주대감인 ‘박대감·동해곰치·오징어천국·투다리’가 약 20여 년 전부터 있었고. 꿔바로우가 맛있는 ‘화룡양꼬치·퇴골오리’가 있다. 차도로 나오면 ‘스무숲경로당’이 공원을 옆으로 품고 있다. 봄가을로 붉은 단풍을 보여주는 나무와 함께, 시시때때로 가을 여자를 만들어주는 예쁜 벤치가 있다. 봄에는 날개 달린 벚꽃이 눈을 부시게 해주기도 한다. 

‘클린하우스’가 있는 골목으로 접어들면, 이 동네에 터를 잡은 물까치가 한두 마리씩 보이기 시작한다. 검정 머리, 파란색 날개가 눈에 확 들어온다. 전깃줄에, 나뭇가지에, 갑자기 길을 횡단하며 휙 지나가는 물까치를 자주 본다. 천천히 길을 따라가노라면 왼쪽 ‘느린밀’이라는 브런치 카페에서 참새 소리 마냥 다정스런 여인네 들의 수다를 들어야만 지날 수 있다. 

이제 안마산 등산코스 중 하나의 시작 되는 곳이 보인다. 계단과 해충기피제 자동분사기가 있다. 여기서부터 좌우로 물까치가 군락을 이루어 지내고 있는 보금자리다. 이제 아주 천천히 걸어야 한다. 눈을 크게 뜨고 나무의 푸르름과 숲속에서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를 눈에 천천히 담고 귀에 소중하게 간직하자. 

길가에 애기똥풀도 여전히 피어있고 쇠별꽃도 하얗게 활짝 웃는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산딸기가 날 유혹하여 손을 붉게 물들게 했다. 핸드폰의 녹음기를 사용해도 좋다. 나도 그렇게 가끔 새소리를 듣곤 한다. 물까치·박새·딱새·참새·꾀꼬리·곤줄박이·직박구리·멧비둘기 등의 소리가 어우러져 산이 교향악을 연주한다. 참새목의 작을 새들이 수시로 날아다니는데 나무에 숨어서 눈에 잘 띄지는 않는다. 이곳을 지날 때는 그저 눈을 감고 소리만 들으면 깊은 산속 옹달샘에 와있는 기분이 든다. 

길 오른쪽으로는 나무를 키우는 농원이 있다. 이곳이 물까치의 보금자리다. 깊은 숲처럼 울창하여 사람이 잘 다니지 않아 안전하게 번식한다. 농원이 끝나는 지점에 작은 새들과 직박구리 등이 한 나무에 수시로 날아든다. 가까이 가보니 뽕나무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많이 달려 작은 새들의 먹이가 되고 있다.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이 보이지는 않지만, 많이 다녀간다. 직박구리는 덩치가 커서 금방 알아봤다. 한참 동안 새들이 오가는 것을 지켜봤다. 날이 좋은 오전의 스무숲은 새도 노래하고, 내 마음에도 노래가 흐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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