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하락에 대출이자 올라 경영난
최근 3년간 지역 대형서점 3곳 폐업

책을 사러온 학생들이 안내문을 보고 크게 아쉬워했다.
책을 사러온 학생들이 안내문을 보고 크게 아쉬워했다.

1999년 문을 열고 20년 넘게 춘천에서 지식과 문화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광장서적’이 영업을 중단했다.

지난 3일 오후 석사동에 자리한 광장서적을 방문했다. 영업이 한창일 시간이었지만 내부 불은 모두 꺼져있고 출입문에는 ‘부도로 인한 영업종료’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송규철 광장서적 대표는 안내문을 통해 “올해 들어 납품이 40% 하락하고 소매 매출은 30% 하락하며 운영에 어려움이 오기 시작했다”라며 “구조 조정을 통하여 자구책을 만들었으나 대출이자는 하염없이 오르고 매출은 하락하는 상황에 더 이상 운영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라고 폐업 이유를 밝혔다.

서점 앞에는 안내문을 확인하고 아쉬워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았다. 학부모 A(44·퇴계동) 씨는 “근처에 학습지와 아이들 책을 살 곳이 여기 밖에 없다. 동네 서점은 온라인서점과 달리 책 내용을 살피며 좋은 걸 고를 수 있는 장점이 있어서 아이들이 입학하기 전부터 사랑방처럼 자주 이용했는데 당황스럽다. 앞으로 책을 어디서 사야 하나 고민스럽다”라고 말했다. 남가윤(남춘천여중·1) 학생은 “학습지를 사러 종종 오는 곳인데 깜짝 놀랐다. 서점이 어렵다는 이야기는 뉴스에서도 들었는데 겪어보니 실감이 난다”라고 말했다.

광장서적은 춘천 도서 유통의 60% 이상을 담당해 온 대형서점이었던 만큼 도서 납품 관계자들의 충격도 크다. 서점 앞에서 만난 영어어린이전문서적 출판사 직원은 “부도가 났기 때문에 책이라도 회수하기 위해 나와 있다. 책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알려진 규모보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라며 한숨을 지었다.

지역 향토서점의 폐업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21년 4월에는 데미안책방이, 올해 3월에는 춘천문고 만천점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2022 한국서점편람’에 따르면 2003년 135곳에 달했던 도내 서점은 2021년 87곳으로 줄었다. 강원도는 ‘지역서점 인증제’를 통해 도내 서점들의 마케팅·컨설팅·자금융자 등을 지원하고 학교와 공공도서관에 계약 우선권을 주고 있지만, 독서인구 감소와 온라인서점 확대, 전자책 시장 규모 확대 등 급변하는 도서 유통시장을 감당하기 역부족이다.

지역의 가장 기초적인 문화인프라인 서점을 보존하기 위한 춘천시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퇴계동의 한 동네서점 대표 A씨는 “문구류 판매를 겸하면서 버티고 있는데 우리 같은 동네 서점도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다. 춘천시 차원에서 동네서점을 지원하는 정책을 서둘러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장서적까지 폐업하면서 춘천에 남은 100평 이상 대형서점은 팔호광장의 춘천문고 본점과 퇴계동 대형마트 안에 위치한 ‘청년서점’ 등 2곳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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