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서점 도우미 하광복 씨.
산골서점 도우미 하광복 씨.

 

춘천 도심을 벗어나 여행 온 기분으로 경춘선의 옛 김유정역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길을 걷다가 ‘산골서점’을 만났다. 필요한 책을 사기 위해 찾아가는 서점이 아니라 우연히 들어간 곳에서 예상치 못한 맘에 드는 책을 구입할 수 있는 곳. 산골서점은 착한 가격으로 좋은 책을 살 수 있는 작은 기쁨을 주는 헌책방이다.

산과 자연이 좋아 서울 생활을 접고 춘천으로 이사와 올해 1월 문을 연 산골서점의 책장엔 헌책 같지 않은 책들이 가지런하게 꽂혀 있었다. 자신을 알아봐 줄 사람을 기다렸다는 듯이 깔끔한 모습으로 책장을 가득 채운 책들. 한눈에도 알아보기 쉽게 분류된 모든 책들에는 주인장의 정감 있는 손글씨로 가격이 매겨진 견출지가 붙어있었다. 바코드 없이도 충분히 분야별로 어떤 책들이 있는지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 있는 정갈한 헌책방은 오랜만이었다. 

책장의 책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니체·헤겔·마르크스 등 전문 철학 서적은 물론이고 종교·문화·영화·영어원서에 이르기까지 인문학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의 책들은 교수님들이 기증한 책들이에요.” 한 번 보고 버려지는 것이 아까워 기증받은 도서들 중엔 절판되어 구하기 힘든 책들도 있다고 했다. “가끔씩 사람들이 책이 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있으면 이렇게 책을 따로 빼놓습니다. 그럼 다음에 와서 가져가곤 해요.” 

수많은 책들 속에서 보물 같은 책들을 찾아내는 것은 수고라기보다는 반가움이다. 필요한 책을 말하면 책방 주인이 직접 찾아주는 책방. 《도덕경》을 좀 쉽게 읽고 싶은데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에 느릿느릿한 걸음이지만 정확한 방향에서 세 권의 책을 골라 주었다. 책 설명과 함께 필요한 책이 있으면 전화로 문의를 하라는 말에 ‘여기가 진짜 책방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들을 버리려니 너무 아까웠어요. 좋은 책들이니 필요한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물론 책방의 귀한 손님을 위한 새 책들도 있다. 김유정문학촌을 찾았다가 들르는 손님들을 위해 김유정 책들은 따로 분류가 되어 있었다. 

“단 한 권뿐이라 팔리고 나면 어디서 다시 구할 수도 없고… 그런 책이 팔리면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 같다.”는 말을 들으니 처음 만난 손안의 《도덕경》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책을 좋아하면 산책 삼아 산골서점을 찾아가 보면 어떨까? 정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산골서점에서 사람 냄새가 나는 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산골서점 | 오전 11시 ~ 오후 6시 

010-3134-3440 | 신동면 김유정로 1417 

유성프라자 B동 2층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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