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정은 사회적기업 나누스페이스 대표
엄정은 사회적기업 나누스페이스 대표

춘천문화재단과 나누스페이스는 2020년 ‘노리숲 축제’를 시작으로 해마다 시민들과 함께 지역자원을 활용한 놀이를 발굴하며 자연 속에서 다양한 놀이문화를 만들어 왔다. 지난해에는 아이들이 숲에서 흙·나무·자연물을 놀잇감 삼아 부지런히 놀았고, 올해는 소양강 물을 활용한 물놀이터에서 신나게 놀았다. 

즐거운 것들이 넘쳐나는 요즘, 자연 놀이가 왜 필요할까? 도시화가 진행되며 녹지와 하천 등 자연 공간은 줄고, 건축물과 도로 등 인공물이 빠르게 늘어나며 아이들은 자연이 아닌 상품화된 놀잇감을 먼저 만나며 값과 규격·성능을 먼저 체득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아이들의 놀이문화는 상업주의로 물들고 있다. 아이들이 보편적으로 누려 마땅할 놀며 느끼는 즐거움마저 가격이 붙어 양극화를 부추긴다. 아이들이 아무런 걱정 없이 뛰어놀고, 다 함께 즐거운 경험을 마음에 담을 기회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이들이 세상에 대한 더 깊은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건 구조화되어 있지 않은 자연 속 놀이다. 자연에서 위험을 인지하는 능력을 키우고, 두려움을 다루는 마음가짐을 배우며 다른 아이들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는 등 세상을 살아가는데 좀 더 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지난 6월 24일부터 7월 2일까지 펼쳐진 2023 호수자원 특성화 사업 ‘물 좋은 도시, 물 만난 춘천 여름편’에서 아이들은 자연과 공존하는 기회를 경험했다. 아름다운 강변의 모습을 간직한 우두교 아래 하천 숲에는 지역 예술가와 아이들의 상상이 만나 멋진 물놀이장이 탄생했다. 

이덕용 작가와 아빠들이 만들고 아이들이 꾸민 뗏목으로 시냇물을 건너고, 외나무다리를 살금살금 건너는 스릴을 맛보며 각자의 방법으로 숲에 들어갔다. 박종혁 작가와 한동국 작가가 아이들과 함께 설치한 놀이터인 생태 정수기와 물의 순환 구조물도 인기 만점이었다. 아이들은 생태 정수기를 통해서 물의 여과 원리를 쉽게 이해했고 구름과 비, 바다 등의 구조물을 지나며 물의 순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아트 숲에 갇혀 있던 아이들은 푸른 잎이 우거진 나무와 수풀이 주는 편안함 속에서 깨끗한 소양강물을 사용한 물놀이장에서 까르르 웃으며 멋진 시간을 보냈다.

행사 기간 중 장마가 겹쳐 종종 많은 비가 내리기도 하고,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어 어른들은 걱정을 많이 했지만, 아이들은 걱정이 없었다. 비가 오면 저마다 귀여운 우비를 입고, 어른 양말보다 작은 장화를 신고와 물웅덩이에서 참방참방 잘도 놀았다. 더울 땐 차가운 물에 몸을 함빡 적시고 물총을 쏘며 까르르 웃었다. 동심에게 날씨는 그저 새로운 놀잇감이었다.

아동친화도시 춘천은 아름다운 호수자원과 환경자원을 가지고 있다. 도심 안에 인위적인 자연공간을 꾸미지 않아도 산책로를 따라 조금만 걷다 보면 자연공간과 바로 연결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리의 자원을 잘 활용한 다양한 놀이기회가 만들어진다면 자연과 공존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끊임없이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위해 어른들은 놀이의 가치에 대해 고민하고 오롯이 놀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하다. 이 자리를 빌려서 ‘물 만난 춘천 여름편’을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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