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희 독자위원장

느닷없는 일은 아니었다. 나이는 못 속이는 법이니까. 몇 주 전 갑자기 신문의 활자가 읽히지 않았다. 나이 서른을 넘겼을 때의 그 이상하고 미묘했던 당황스러움이 두 번째 찾아왔다. 어쨌든 인생 첫 돋보기를 장만했다. 자, 이젠 더디게나마 읽으면 된다.

《춘천사람들》 기사는 크게 보면 상근 취재기자와 시민기자의 기사로 채워진다. 시민기자의 기사를 글이라고 표현하지 않고 기사라고 표현한 이유를 짐작해본다. 올해 봄부터 지면 개편과 증면을 하면서 칼럼 형식의 외부 투고가 줄었다. 대신 시민기자의 영역을 확대하면서 취재기자의 눈을 대신해주고 있고, 그 글들의 가치가 기사로서 충분하다는 의미라고 읽고 있다.

7월 10일 자 377호 기사를 살펴보면. 20면 중 11면(1~11면)이 취재기자의 기사이고, 5면(12~16면)이 시민기자의 기사이다. 나머지 3면은 이사장이 담당하는 ‘춘천100년사’(17면), 편집국이 담당하는 데스크의 의견이라고 할 수 있는 ‘오피니언’(19면), 지역 화가의 지상갤러리 ‘춘사갤러리’(20면)다. 

취재기자의 기사들을 살펴보자. 11개 지면 중 중에서 3면은 ‘고향사랑기부제’에 관한 바른지역언론연대의 공동기사이고, 7면은 이미 작년에 춘천문화재단이 발행한 《spring 100, spring!》 vol.3에 나온 내용을 재수록한 글이고, 5면은 ‘오마이뉴스’에 이미 실린 대학생기자의 기사들 2건으로 하나의 지면을 차지한다. (이번 호에는 1건의 기사가 실렸지만) 

10~11면의 ‘어린이 지면’인데, 취재를 통해 작성한 기사이기보다는 대부분 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같은 기자가 담당한 9면의 대학& 청소년 지면도 취재보다는 보도 자료에 기반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 취재 기획 기사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여서인지 송곳 같은 날카로움이 사라진 아쉬움이 있다.

가시박, 콧구멍 다리에 이어 1면, 맹꽁이에 관한 기사를 보면 《춘천사람들》은 환경과 생태에 늘 관심을 두고 있는 듯하다. 헤드라인 “맹꽁…맹꽁…맹꽁” 어딘지 맹꽁하게 느껴지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그 익숙한 맹꽁이 울음이 환청처럼 정답다.

지금은 멈춰있는 도심의 한 공사장에 맹꽁이가 살고 있다고 한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이라 이주해야만 개체를 보존할 텐데 생존이 어렵다니 안타깝다. 좀처럼 보기 힘든 맹꽁이, 자료사진으로라도 만나게 해 주었더라면.

18면 생태특집의 <수라> 이야기는 시의적절한 기획인 듯싶다. 다큐멘터리영화 <수라>에 대한 감상평을 3편을 실었다. 3인의 같은 듯하지만 다른 감상평은 수라 갯벌 보존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왜 나만 몰랐을까? 이미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은데….

아무튼, 나와 함께 돋보기를 쓰고 신문을 읽어 내려간 90 노모가 꼭 전해달라는 말씀을 옮긴다. 읽을거리가 많아졌다고. 예전엔 톡 쏘더니 이젠 다정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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