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정 춘천두레생협 이사장
김윤정 춘천두레생협 이사장

지난 11일 자 《경향신문》에 ‘춘천방사능시민대책위’ 강종윤 대표의 이야기를 다룬 기사가 실렸다. 이번 기사에는 약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다뤄져 온 춘천의 생활방사능감시단 활동과 관련한 여정이 압축되어 있었다. 새삼스런 이슈는 아니지만, 다시 다뤄진 이유는 지난달 16일에 있었던 서울행정법원의 행정소송 판결 때문이었을 것이다. 주요 골자는 생활방사선법상 건축물도 가공제품 안전기준 대상이 된다고 인정한 것이었다. 춘천시민이 원고가 되어 2020년 3월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시작해 1심에서 원료물질로 제기한 춘천의 골재가 생활방사선법상의 원료물질로 인정된다는 판결을 받았다. 이후 2022년 5월 2차 소송을 진행했고, 결국 건축물의 안전관리의무가 원안위에 있음을 확인하게 된 것이다. 평범한 시민이 국가기관을 상대로 두 번의 승소를 얻어냈다는 사실도 만나기 쉽지 않은 결과지만, 시민의 역할과 힘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됐다.

2014년 7월에 시작된 춘천두레생협의 방사능생활감시단 모임을 통해 춘천의 생활방사능 수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춘천방사능생활감시단’이라는 단체를 만들어 회비를 모았고, 평범한 시민들은 ‘방사능측정기’라는 것을 난생처음 만났다. 장비를 마련하고 활동가 지원에서부터 학습과 현장 측정, 원인조사에 방사능 수치 데이터 지도까지 모두 시민들의 자발적인 활동으로 만들었다.

약 5년에 걸쳐 시민들은 지역의 생활방사능 수치가 높았던 원인과 현황, 그리고 제안 내용까지 정리해냈다. 원인을 알게 되고 대안을 제시했던 ‘알고 난’ 이후의 싸움들이 오랜 시간 동안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은 무척이나 안타까운 지점이다. 

2019년 말 그 이후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활동이 벽에 다다랐을 때 방생단을 해체하면서시민대책위의 형태로 원안위를 상대로 한 소송이 시작되었다. 사실상 진짜 고독한 싸움은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지지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함께 움직일 무언가를 어쩌면 온전히 한 사람의 뚝심 있는 집념에 의존했으니까 말이다.

두 번의 원안위와의 소송에서 승소하는 쾌거를 얻었지만, 원안위는 6월 30일 항소를 제기했다. 실제로 움직임이 이루어지기까진 또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춘천의 생활방사능 전문가가 된 강종윤 대표에게선 이젠 의연함과 단단함이 느껴진다.

알아주지 않는, 심지어 문제 삼기 꺼리는 ‘진짜’ 문제를 우직하게 이어온 한 시민. 차분히 구성된 기사를 통해 ‘시민과학자’라는 타이틀이 그에게 가장 어울린다 생각했다. 전문가가 가치를 상실한 수많은 모순 속에서 ‘시민’이라고 마냥 아마추어는 아니라는 것을 화끈하게 보여주다니 참 다행이다. 얼마 전 보았던 영화 속 갯벌 ‘수라’의 주민들이 다시 떠올랐다. ‘시민과학자’, ‘시민연구자’…. ‘시민’이라는 수식어가 힘 좀 발휘하는 사회였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 사회의 가능성이 좀 풍부해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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