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병훈PD의 《안중근을 보다》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다 아는 사람, 안중근. 안중근에 관한 책은 이미 많다. 하지만 100년이란 시간을 거슬러 만나보지도 못한 한 사람의 일생을 따라 직접 취재를 하고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과정이 생생한 사진과 함께 기록되어 있는 책은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춘천MBC에 입사해 한국전 전사자 유해발굴 다큐 <0.0001%>, 한국전쟁 60주년 특집 <코레 아일라>는 물론 안중근 의사를 집중취재 한 다큐멘터리 <북위 38도>와 <안중근, 분단을 넘다> 등 굵직굵직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황병훈PD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알게 된 그만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긴 작가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영상으로 담지 못한 에피소드가 너무 아까워서 책을 쓰게 됐다는 그의 말은 글로 보는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6·25전사자 유해발굴 다큐제작을 위해 박선주 교수님을 만나게 됐어요. 당시 교수님은 안중근 유해발굴 단장이시기도 했습니다.” 다큐멘터리 PD였지만 그도 안중근 유해발굴과정을 직접 촬영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대신 촬영방법을 알려주었다. 그렇게해서 박선주 교수가 안중근 유해발굴과정을 직접 촬영했고 그 영상으로 그는 안중근에 대한 다큐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다큐멘터리를 찍으면서 다 하지 못한 취재 뒷이야기입니다.” 그의 말처럼 그의 책 《안중근을 보다》엔 사형장을 직접 찾아다닌 이야기부터 안중근의 생가였던 청계동천 이야기, 안중근이 북한 진남포에 설립했던 삼흥학교 이야기, 그리고 너무 놀라운 안중근의 손자인 안웅호의 이야기까지 역사책 같지만 역사책 같지 않은 살아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작가의 경험과 사실적인 사진들 덕분에 글로 읽는 안중근의 말은 음성지원서비스가 되는 것 같은 울림이 있다. 

“결단력을 가지시오! 자신의 안위나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으로는 일신의 안전도, 국가의 부흥도 도모할 수 없음이오. 내가 일본의 갖은 회유에도 굴복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신념을 믿고 목숨을 구걸하지 않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오. 무언가를 행함에 있어 주저한다 함은 두려움을 품고 있기 때문이오. 그대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제국주의의 시대도, 전쟁의 시대도 아니지 않소! 눈을 드높이고 세계를 바라보며 자신을 믿고 가슴을 활짝 펴시오. 그대들의 위대한 한걸음에 그대들의 꿈을 위해 과감한 결단력을 가지시오.” -본문 중에서

자료조사를 할 필요도 없이 수필 쓰듯이 글을 쓸 수 있었다고 막힘없이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선 시간이 지났어도 안중근이라는 한 사람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안중근의 생각은 이 책을 통해 현재 우리와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는 그의 손자로 이어져 지금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하지 마세요. 아닙니다. 육체적으로 모든 사람은 다 죽습니다. 정신은 그의 삶을 드러내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의 정신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아요.”(안웅호. 안중근의 손자) 젊은 나이에 ‘동양평화론’을 주장하며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있었던 사람, 안중근. 

《안중근을 보다》는 내 나라에서, 내 나라말을 하며, 내 나라의 글을 쓰며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울렁거릴 수 있는 책이다. 안중근에 대해 알고 싶다면 올여름 《안중근을 보다》를 음미하면서 100년 만에 다시 태어난 안중근 의사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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