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제, 일본은 어떻게 성공했나? ③ 국내-사천시 편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의 기부가 지역을 살리고 국가균형발전에 보탬을 주는 제도이다. 개인은 주소지 외 지자체에 기부하여 세액공제 혜택과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로 받을 수 있고 지자체는 기부금을 통해 재정확충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한다. 국내 지자체의 고향사랑기부제 추진 현황과 고향사랑기부제 원조인 일본 고향납세 제도를 살펴보고 고향사랑기부제의 발전 방향을 모색해본다. 

 

10만 원 이하…40·50대 출향민 주로 참여  

고향사랑기부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지 6개월이 흐르고 있다. 인구 10만 9천명의 중소도시인 사천시도 기부 활성화를 위해 답례품 차별화와 온·오프라인 홍보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천시는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6개월 만에 기부액 1억 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사천에서는 한 달 평균 140여 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1인당 평균 기부액은 11만 원으로 집계됐다. 100만 원 이상 기부자는 16명으로, 이들은 총 4천200여만 원을 기부했다. 지난 6월 19일 기준 전체 기부자는 873명으로 모금액은 9천743만 원이다. 전체 기부자의 90%가 10만 원 이하이며 주로 40·50대 출향민이 참여하고 있다. 사천시는 연말까지 모금액 2억 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박창민 사천시 행정과장은 “다양한 방법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적극 알리고 출향민들과 시민들의 관심과 동참을 유도할 것”이라며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과 행복도시 사천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채널로 기부자 홍보 ‘계속’

사천시는 100만 원 이상 기부한 사람을 ‘고액 기부자’로 명명하고, 사천시 SNS와 소식지, 언론 홍보자료 등에 소개하고 있다. 그동안 사천시 출신 기업인과 홍보대사·교수·청년·향우회 관계자 등이 주로 100만 원 이상 기부에 동참했다. 

또 사천시는 기부자의 동의를 얻어 이색 사례를 소개하는 등 기부 독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곤명면 출신 문위경(서울 거주) 씨다. 문 씨는 한 차례 고액 기부가 아닌 5천900원 씩 24차례나 기부해 눈길을 끌었다. 문 씨는 “적은 금액이지만 내 고향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기부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성공적인 안착과 사천시의 발전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관광과 기부 연결…바다케이블카 홍보 시너지

사천시는 고향사랑기부제를 관광상품과 연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역특산품만으로는 타 시군과 차별화를 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다른 지역들의 흥미를 끌 방안이 필요했다. 사천시는 답례품으로 농수산물 14종·가공식품 11종·생활용품 1종·관광서비스 3종·사천사랑상품권 1종을 제공하고 있다. 사천시는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답례품을 점차 늘려갈 계획이다. 

사천시는 사업 초기부터 사천바다케이블카와 초양섬 아라마루 아쿠아리움 통합이용권 등을 답례품에 포함했다. 시는 진주를 비롯해 사천과 가까운 곳에 사는 타 지역민이 케이블카 이용권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밝혔다. 

사천바다케이블카는 사천시 동서동 초양도와 각산을 잇는 연장 2.43km의 해상케이블카로 올해로 개통 5년째이다. 케이블카는 사천의 섬과 바다, 산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2023년 6월 기준, 주말에는 3천여 명, 평일에는 500~600여 명의 관광객이 사천바다케이블카를 찾고 있다. 오는 7월 중하순경 케이블카 누적 탑승객 300만 명을  돌파할 예정이다. 

사천시 시설관리공단 하봉삼 상임이사는 “아직 시작 단계이긴 하지만 답례품으로 케이블카 이용권을 선택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고 있다”며 “고향사랑 의미를 전하며 관광하는 기회이니만큼 많이 이용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천시는 케이블카 탑승장을 비롯한 관광지 곳곳에 고향기부 홍보물을 비치하고, 전광판과 현수막 등으로 향우와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초양섬 사천 아라마루 아쿠아리움은 사천바다케이블카와 연계한 관광시설이다. 아쿠아리움에서는 국내 최초로 수족관 전시에 성공한 ‘하마’, 공룡의 후예 ‘슈빌’ 등 국내에서 보기 힘든 희귀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초양섬에는 대관람차도 새롭게 생겨 케이블카와 연계한 관광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천 출신 연예인 연계 홍보…기부 의미 알려

하지만 답례품만으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사천시는 시 홍보대사를 활용한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 사천시에는 은방울 자매 오숙남, 트롯 가수 박서진, 농구선수 이대성·강이슬 선수가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사천시는 ‘장구의 신’으로 불리는 사천 출신의 트로트 가수 박서진 씨와 협업해 ‘박서진의 고향, 사천시에 기부해 주세요’라는 영상을 제작,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고향사랑기부제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박서진 씨는 강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으며 팬클럽은 포털사이트 팬클럽 랭킹 2위이다. 

또 사천시는 ‘박서진 길’을 조성하고 9월에 선포식을 연다. 박서진 길은 삼천포항 공영주차장~용궁수산시장~서부시장~청널공원 앞~삼천포대교공원~실안선창~산분령 북측(노을까페거리 인근)까지 총 5.8㎞ 구간의 도로이다. 시는 이후에도 지역 연고가 있는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을 활용해 고향사랑기부제 홍보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기부금 사업 발굴에 시민 공모 추진

고향사랑기부금은 △주민의 복리증진에 필요한 사업 △지역공동체 활성화 지원 △사회적 취약계층의 지원 및 청소년의 육성 보호 △지역 주민의 문화예술·보건 등의 증진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사천시는 올해 모금된 기금을 전액 예치하고, 이후 2024년부터 기부금을 운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선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사용처를 확정한다. 

현재 사천시가 검토 중인 계획은 지역공동체 활성화(빈집·폐교를 활용한 숙박시설 조성), 문화예술보건 증진(시립도서관 고향사랑기부코너 신설), 사회적 취약계층 지원(요구르트와 두유 지원 사업) 등이다. 실무부서인 행정과에서 기금사업 제안을 받고 있으며 조만간 시민 공모도 진행할 예정이다.

불안정한 시스템·제도 개선해야    사천시는 고향사랑기부제가 활성화되기 위해선 시스템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천시 담당부서인 행정과에서는 기부 절차가 초반에 비해 간소화됐지만, 여전히 절차가 복잡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실제 ‘고향사랑이(e)음 사이트’의 경우 불안정한 시스템으로 기부금 납부가 즉시 처리가 안 되는 경우가 발생하여 기부자들이 위택스 홈페이지에 들어가 재납부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는 기부자들의 기부 또는 재기부 의사를 하락시키는 요인이다. 

또 어르신들은 농·축협 등 오프라인 창구를 이용하고 있으나, 답례품 결정은 ‘고향사랑이(e)음 사이트’에서 해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 플랫폼 접근이 어려운 어르신들이 기부를 꺼리게 만들고 있다. 사천시를 비롯한 여러 지자체에서는 고향사랑기부 시스템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 또한 ‘지방소멸대응’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비수도권, 소규모 시·군지역에 기부를 장려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민경 행정과 대외협력팀장은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불편하고 불안정한 전산시스템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고, 의지가 있는 향우들이 쉽게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사천시도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사천의 특성을 살린 답례품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역 농특산물도 홍보하고 있지만, 지역 관광과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사천바다케이블카와 아쿠아리움 통합이용권 등을 적극 알려 나가고 있다. 지역 관광과 고향사랑기부제가 함께 활성화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 협의를 거쳐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리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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