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체험형 동물시설 전국 300곳 중 등록된 곳은 88곳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 전환 필요”

 

어린이들을 위한 일부 전시·체험형 동물시설이 정작 동물 복지를 위한 시설 관리·운영에는 부주의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원도 춘천시에 위치한 한 실내동물원은 지난해 12월 ‘이색동물들과 함께하는 체험형 실내동물원’이라는 콘셉트로 문을 열었다. 이 시설에는 조류·파충류 등 70여 종의 동물들이 입주했고, 실내동물원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알파카나 미어캣 등 동물들도 들여와 운영 초부터 많은 방문객을 불러 모았다.

그러나 관람객의 다수를 차지하는 어린이들이 통제가 잘 안 돼 동물 학대가 자주 일어난다. 동물원 입장 전과 가이드 도중 종사자들이 지속적으로 주의를 주지만 돌아다니는 아이들에 대한 통제가 없어, 높이가 낮은 햄스터 사육장에 들어가려 한다든지, 미어캣 거주 공간의 유리창을 마구 때리는 등 동물들에게는 위협이 되는 어린 관람객들의 돌발 행동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어린 관람객의 행동도 문제지만, 전시·체험형 동물시설의 프로그램 자체도 동물 복지에 반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이들 시설은 종사자가 가이드로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각 동물에 대해 설명을 하고 만지기·먹이주기 체험을 진행한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이런 체험 활동에 대해 “동물의 스트레스와 영양 불균형 문제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며 “복지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 행위”라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먹이 주기 체험의 경우 동물이 먹이를 먹는 시간대와 양을 고려하지 않으니, 동물들의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위한 일부 전시·체험형 동물시설이 정작 동물 복지를 위한 시설 관리·운영에는 부주의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라진 동물 복지

만지기 체험 역시 동물 복지와는 거리가 먼 프로그램이다. 동물시설에서는 가이드 도중 동물들을 만져보거나 어깨, 머리 위에 올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동물 처지에서는 만짐을 당하고 싶지 않은데도 억지로 당하는 셈이다.

거북이의 경우, 배를 하늘로 향하게 하는 게 공포를 유발하는 원인이 됨에도 가이드 도중 이를 어기고 거북이의 배를 만져보자며 거꾸로 들어 올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런 행동은 인간에 의해 강제적으로 자신의 취약한 부분이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북이에게는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또 기자가 방문한 6월 8일, 체험 도중 파충류가 체험자의 손에 소변을 보기도 했는데 이는 자신이 받는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방식인 동시에 체험자에게도 살모넬라균을 전파, 전염병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상황도 목격됐다.

한국동물복지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전시·체험형 동물시설 사육환경·동물상태 실태조사에 의하면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동물전시·체험시설은 총 300곳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자체에 동물원으로 등록한 민간 시설은 88개소뿐이다.

나머지 시설은 온라인으로조차 보유한 종·개체 수를 파악하기 힘들다. 이 정보는 동물원 등록 시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사항인데 그만큼 동물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임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또 동물들의 복지를 훼손하는 활동들도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한국동물복지연구소가 만지기·먹이주기 체험이 진행되는 시설 중 사육환경과 동물상태를 파악할 필요가 있는 20곳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방문객을 위해 주의사항을 게시하는 경우는 17곳이었지만 지면·구두 교육을 하는 곳은 3곳에 불과했다.

먹이주기 체험은 모든 시설에서 운영 중이었으며 만지기 체험은 종별로 포유류 20곳, 조류 13곳, 파충류 7곳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20곳의 동물시설에 거주하는 포유류 1692마리 중 신선한 물을 제공하는 경우는 667마리에 불과했다. 은신처를 제공받는 동물은 518마리에 그쳤고,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 129마리는 개별 사육되고 있었다.

이혜원 동물자유연대 한국동물복지연구소장은 6월 18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먹이주기 체험은 특정 개체를 너무 마르게 하거나 비만으로 만들 수 있어 전면 금지돼야 하며 기본적으로 동물이 누려야 하는 주거권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은신처와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수”라는 이 소장은 “동물 복지에 대한 사회적 계몽과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현장 방문객들이 동물의 입장에서 느끼고 행동해야 함을 강조했다.

       손승현 대학생기자

※이 기사는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대학생기자가 취재한 것으로, 오마이뉴스와 공동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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