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흥우 이사장

 

오송 궁평2 지하차도 침수로 14명이 숨졌다. 불가항력의 재난으로 인한 인명손실은 누구를 탓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서도 재난관리의 허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인재人災’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쯤 미호강이 범람해 제방이 무너졌고, 제방을 넘은 강물은 불과 몇 분 사이에 200여m 떨어진 궁평2 지하차도로 노도처럼 몰려갔다. 436m의 지하차도에 6만t의 물이 가득 차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8분.

문제는 당일 새벽 4시쯤 금강홍수통제소에서 홍수 경보를 발령했고, 5시에 대홍수 ‘심각’ 단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제방 붕괴 1시간 전인 7시 40분과 8시에도 잇따라 신고가 접수됐지만, 교통통제 등 행정당국의 대응은 없었다. 심지어 사고가 접수된 이후에도 청주시가 궁평지하차도로 우회하라고 시내버스 회사에 안내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문제는 또 있다. 지하차도 안에는 분당 3t의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배수펌프가 네 개나 있었는데 하나도 작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배수펌프가 침수로 인해 고장이 났다면 처음부터 있으나마나 한 물건이었다는 것이다.

경보는 있었는데 대응은 없었고, 펌프는 있었는데 작동은 안 됐다. 외국에 나가 있던 대통령은 돌아가야 뭐가 다를 거냐며 예정에도 없던 일정을 늘렸고, 도지사 역시 빨리 현장에 갔어도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니 자로 잰 듯 똑같은 그들의 인식과 태도에 그저 할 말을 잃을 뿐이다. 

세월호 5주기다. 5년 전 나는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대학생이었다. 그때, 나 살기도 힘들었던 그때 세월호 뉴스를 보고 눈물이 흘렀다. 무사히 아이들이 구출되길 바라고 또 바랐다. 5년이 지난 오늘 나는 여전히 가난한 대학생이고, 많은 아이가 돌아오지 못했다. 어떻게 된 건지는 대충 드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어른은 자리에 없었다. 그렇지만 그때 함께했던 마음만은 오래도록 남아 가야 할 길을 가르쳐주겠지. 얘들아,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도록 남아있는 우리가 더 열심히 살게.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이번 참사로 숨진 한 청년이 생전에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며 남긴 글이었다고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가난한 대학생이었던 그는 5년이 지난 2019년, 참사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음을 개탄하면서 열심히 살자고 썼다. 다시는 비극을 겪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던 그의 삶은 단 4년으로 그치고 말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10년이란 세월이 다 됐지만, 참사는 여전히 되풀이되고 있다. 국민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는 국가는 마치 고장난 배수펌프처럼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대통령도, 장관도, 자치단체장도 책임질 줄을 모른다. 뻔뻔한 밥버러지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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