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가로수 사고 위험성 커져
광주광역시 남구, 생태친화적 외과수술 도입

춘천시는 여름철 태풍을 대비해 위험 가로수 16그루를 제거했다.

 

지난달 27일 춘천시는 여름철 태풍을 대비해 바람에 취약해 쓰러질 위험성이 큰 대형·노령 위험 가로수 16그루를 제거했다. 시는 지난 5월부터 대형 노령 가로수 487그루에 대한 정밀진단을 진행했으며, 가로수 위험성에 따라 ‘극심·심·중·경’으로 분류했는데, 487그루 가운데 극심 14그루, 심 53그루, 중 131그루, 경 284그루로 나타났다. 이에 시는 극심 14그루와 심 2그루를 베어낸 것이다.

 

기후변화, 가로수 관리 필요성 커져

기후변화로 자연재해 규모가 커지면서 가로수로 인한 인명피해 등의 위험성도 올라가고 있다. 가로수가 뿌리째 뽑히거나 부러지는 일이 벌어지면서 체계적인 관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특히 대형·노령 수목은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더욱 철저한 관리가 요구된다.

최근에도 전국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인해 가로수 넘어지거나 부러져 전신주를 덮쳐 인근 지역 전기공급이 끊기는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안산 부근에서 가로수가 쓰러지면서 고압선을 끊어 전력 공급이 중단됐고 일대 773가구의 전기공급이 끊겼다. 지난달 11일에도 대구시 달서구 대천동의 도로에 가로수가 쓰러지며 차량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위험한 가로수 왜 생기나

먼저 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해 가로수의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지적이 있다. 가로수 인근 주민들이 상가 시야를 막는다는 등의 이유로 민원을 제기하면서 무리하게 가지치기를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나무가 더욱 빨리 손상된다는 설명이다. 굵은 가지까지 잘라내는 과정에서 갈라지거나 구멍 난 부분에 물이 들어가면서 썩기 시작하는 경우가 잦다고 한다.

시 녹지공원과는 “가로수에 대한 민원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실제 “이번에 베어낸 가로수도 대부분 평소 민원이 많았던 지역의 나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멍이 생긴 위험 가로수라고 해서 모두 병이 든 나무라는 의미는 아니다. 속에 구멍이 생기면서 쉽게 넘어질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 때문에 베어내는 경우가 더 많다.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해 서울·경기지역의 속이 빈 플라타너스 수십 그루가 넘어져 큰 피해를 일으킨 적이 있다.

윤영조 강원대 생태조경디자인학과 교수는 “플라타너스는 전 세계적인 가로수로 사용되고 있다. 플라타너스나 느티나무는 노령화되면서 자연스럽게 구멍이 생길 수 있지만, 구조적인 위험 때문에 잘라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녹지공원과도 “태풍을 대비해 넘어질 위험이 있는 가로수를 베어냈다. 보호수의 경우 빈속을 우레탄이나 콘크리트로 채우는 충진법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가로수는 비용 문제로 인해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플라타너스 수명이 50년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베어내는 나무들은 대부분 수명을 다한 나무”라고 덧붙였다. 실제 플라타너스의 수명은 100년 정도이지만 도심에서는 공해와 스트레스로 인해 수명이 짧아져 50년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고 한다.

 

광주, ‘가로수 외과수술’로 새 방법 모색

속이 빈 나무의 경우 시민 안전을 위해 베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이 문제인 셈이다. 그런데 최근 비용을 줄이면서 가로수를 베지 않고 관리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달 21일 광주광역시 남구가 상처 입거나 썩는 상태가 진행 중인 가로수에 발포 우레탄 등 화학물질을 이용한 충진법 대신 생태친화적 외과수술 기법을 도입해 가로수 관리 분야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발표했다. 생태친화적 외과수술은 썩은 부위를 도려낸 다음 살균·살충 및 방부·방수 처리하고, 자연건조가 어려운 줄기와 토양이 맞닿은 부위 및 나무 몸통에 큰 구멍이 생긴 자리에 방충망을 설치해 각종 이물질 침입 방지하는 방법으로, 적은 비용으로 생태적인 접근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광주 남구 공원녹지과는 “우레탄폼으로 메운 부분을 해체해 보니 오히려 더 썩고 있는 상태였다”면서 “생태친화적 방법으로 외과수술을 진행해 관련 예산도 절감하는 효과도 거뒀다”고 밝혔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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