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봄의대화’에 ‘쇠말뚝 제거’ 청원
레고랜드 주차장 이용 유도 의혹…시, “레고랜드와 무관”

최근 레고랜드 인근 제방에 설치된 쇠말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레고랜드 인근 제방에 설치된 쇠말뚝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레고랜드 인근 제방에 지난달 설치된 쇠말뚝을 둘러싼 논란이 점차 커지는 모양새다.

최근 춘천시는 4천여만 원을 들여 하중도 둘레길에 철제 주차금지대 160개를 설치했다. 시는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설치했다고 밝혔지만, 둘레길은 주차 단속 구역도 아닌 데에다가 지난해 레고랜드가 권한 없이 주차 단속 스티커를 붙여 논란을 샀던 지점이어서 의도마저 의심받고 있다.

생태공원 인근 쇠말뚝을 뽑아달라

춘천시 홈페이지 주민 소통 플랫폼인 ‘봄의대화’에는 지난달 19일 이○○ 씨가 제안한 ‘생태공원 인근 도로의 쇠말뚝을 제거해 달라’는 내용이 39명의 공감을 받아 현재 검토 중이다.

“중도 생태공원을 춘천시민에게 돌려주세요! 생태공원 인근 도로의 쇠말뚝을 뽑아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중도 생태공원 앞 둘레길에 원래는 차량 두 대가 오갈 수 있었는데 최근 도로에 쇠말뚝이 박혀 위급 상황 발생 시 안전이 우려된다”면서 제거해 달라는 내용이 쓰여 있다. 이 씨는 “실제로 차 한 대가 고장이 나, 모든 차량이 후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면서 “푸른색 선을 그어 표시해 자전거도로 및 보행로도 확보하고 유사시 구급 차량 등이 지나갈 수 있게 해달라”고 제안했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쇠말뚝이 오히려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사실은 쇠말뚝 설치가 안전보다는 레고랜드 주차장의 주차비 징수를 유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레고랜드가 주차 단속 스티커를 붙여 논란을 샀던 바로 그 지점이기 때문이다.

‘봄의대화’ 제안의 댓글 창에는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쇠말뚝 때문에 정말 불쾌했다. 이정표도 제대로 없고 레고랜드로 가는 도로만 요란했다. 그 외 장소는 버려지듯 방치되어 있다”, “쇠말뚝을 박은 것은 아무래도 레고랜드에 주차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레고랜드에 가려고 한 것도 아닌데 왜 레고랜드에 비싼 돈을 주고 주차하도록 하나? 강원도나 춘천시도 하중도 제방 도로에 쇠말뚝을 박을 권한은 없다” 등등의 글이 여럿 달렸다.

진짜 목적은 주차비 징수?

지난해 여름 레고랜드 주차스티커 발부 문제로 인한 논란이 있었다. 레고랜드 소유의 땅도 아니고 권한도 없는데도 제방길에 주차한 차량에 대해 주차스티커를 발부하다가 이용객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맘카페 등에는 “레고랜드 측이 공짜로 임대한 땅에서 비싼 주차비로 이득을 챙기는 상황에 자신들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라며 “레고랜드에 단속 권한도 없는데 붙인 것”이라는 지적이 지속됐고 결국 레고랜드 측은 백기를 들었다. 당시 레고랜드는 권한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 주차 단속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바로 그 위치에 말뚝이 설치된 것. 레고랜드의 유료 주차장 이용을 강제하기 위해 만든 말뚝이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레고랜드 측은 제방 도로에 주차된 차량 안전 관리 어려움을 이유로 춘천시에 말뚝 설치를 요청한 점을 인정한 바 있지만, 춘천시는 레고랜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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