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통해 위로뿐만 아니라 불행도 마주할 용기 생겨

 

공정과 상식이 허울이 되어버린 이 세상에 희망의 빛이 되어줄 그의 이야기를 담았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진심으로 마주하는 새내기 교사 ‘서짱이’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경기도 포천시에서 초등 교사로 일하고 있는 박서인입니다. 우리 집에서 제 별명은 ‘서짱이’입니다. 하루 종일 누워서 책만 읽는 모습이 영락없는 베짱이라는 이유에서지요. 나고 자란 춘천을 떠나 낯선 환경에서 일을 시작하는 게 두려웠지만, 자꾸만 저를 닮아가는 귀여운 아이들 덕분에 두려움은 잊고 행복한 시작을 이어가고 있는 새내기 교사입니다.

유년기에 도서관을 많이 이용했다지요?

학교도서관은 학교 내에서 제가 특히나 애용하던 공간입니다. 책장에 꽂혀있는 수많은 책 가운데 오늘의 나에게 끌리는 책을 고르는 과정은 실로 즐거웠어요. 더 어릴 땐 엄마가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오신 책을 읽곤 했는데, 여기선 제가 스스로 책을 고른다는 게 묘한 뿌듯함을 주었어요. 그렇게 고심해서 고른 책들을 한 데 쌓아두고 초콜릿을 꺼내 먹듯 한 권씩 꺼내 읽는 묘미를 만끽하곤 했습니다.

독서통장이라는 것도 있었어요. 제가 대출한 책 목록이 차례대로 쭉 적힌 통장이었어요. 통장에 책 제목들이 하나씩 쌓일 때면 마음이 두둑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어요. 때때로 사서 선생님께서 건네주시던 간식도 기억나요. 이처럼 학교도서관은 제게 따스한 공간이었답니다.

학교도서관에 대한 좋은 기억이 가득했던 저는, 대학생이 되어서는 도서관 근로 학생으로 일을 하였어요. 고요한 공간에서 들려오는 책 넘기는 소리가 좋았고, 책을 정렬한 뒤 보이는 가지런함이 상쾌하게 다가왔습니다.

혹자는 “OO를 통해 인생을 배웠다”라고도 해요.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접했던 것이 교사생활에 도움이 되었을까요?

네, 엄마께 참 감사한 부분이에요. 어린 시절엔 매일같이 엄마와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썼어요. 당시엔 엄마의 말씀이 곧 법이었기에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답니다.(^^) 오랜 독서를 통해서 내면을 단단하게 가꾸게 되었고 흔들리지 않는 저만의 주관이 생기게 된 것 같아요. 어린 시절의 독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기에 저희 반 아이들에게도 이 경험을 선물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 중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어떤 책일까요?

최근에 다시 읽은 양귀자의 《모순》입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책을 덮었을 때 심장이 마구 뛰는 저를 발견했어요. 저에게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던 모양이에요. 책을 통해 인생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우리가 흔히 ‘결핍이 없다’라고 여기는 인생이 실은 수많은 결핍으로 둘러싸여 있다는 모순을 이해하게 되었죠. 책에 이런 구절이 등장합니다. “인생의 부피를 늘려주는 것은 행복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가 그토록 피하려 애쓰는 불행이다.” 이런 모순이야말로 우리가 지독히 힘든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구절도 존재합니다. “인간이란 누구나 각자 해석한 만큼의 생을 살아낸다. 해석의 폭을 넓히기 위해서는 사전적 정의에 만족하지 말고 그 반대어도 함께 들여다볼 일이다. 행복의 이면에 불행이 있고, 불행의 이면에 행복이 있다….” 이제 저는 용감하게 불행을 마주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고자 합니다. 책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불행을 건강하게 맞이할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죠.

최근 교육현장의 소식들을 접하면서 새내기 교사로서 더욱 안타까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전혀 남 일 같지 않아요. 또 다른 저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교사들의 권리는 처참히 짓밟혔고, 그 피해는 교사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정말로 아이들이 좋아서, 아이들과 마음껏 소통하고 싶어서 선택한 직업인데 말이죠.

이러한 현실에 마음이 다치고 지칠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힘을 낼 수 있는 건 아이들 덕분입니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수업에 빠져드는 아이들이 예쁘고, 제게 슬며시 안기는 아이들이 사랑스러워요. 제 책상엔 반 아이들이 색종이로 만들어준 이름 모를 작품과 편지들로 가득하답니다. 고사리손으로 야무지게 만들었을 아이들 모습이 저절로 떠올라요아이들을 마음껏 사랑하고 싶어요. 교사들이 정당한 권리를 침해받지 않고 행복하게 교육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교사들이 정당한 권리를 침해받지 않고 행복하게 교육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많은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사람다움을 지향하며 참교육을 실현하는데 ‘책’이 자양분이 되어주길 바라며, 불행에 당당히 맞설 새내기 교사 박서인 씨를 응원한다. 

모순으로 엉켜있는 우리 사회의 등불이 되어주길!

안수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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