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에 약사동에서 바라본 거대한 무지개.

 

어린이 여러분 지난 9일에 춘천 하늘에 뜬 거대한 무지개를 보았나요? 물방울과 빛이 만들어 내는 무지개는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희망을 품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기상 현상입니다.

순수한 우리말, ‘무지개’

무지개는 ‘물’과 ‘지게’를 합친 순수한 우리말이에요. 조선 세종대왕 시대에 나온 《용비어천가》에도 ‘므지게’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당시에는 물을 ‘믈’이라고 했고 여기에 ‘지게’를 연결한 것인데요, ‘지게’는 보통 짐을 지고 다니는 도구이지만 과거에는 마루나 부엌에서 방을 드나들 수 있게 만든 작은 문(門)도 ‘지게’라고 불렀어요. 타원형의 무지개 모양이 땅과 하늘을 연결하는 ‘문’이라 생각하며 ‘지게’란 단어를 사용한 거죠. 이후 ‘므지게’는 ‘무지게·므지개·무지개’ 등으로 형태가 바뀌며 19세기 후반에 들어서 오늘날의 형태인 ‘무지개’로 쓰이게 됐습니다. 영어로는 활(bow)처럼 휘어진 빗방울을 뜻하는 ‘Rainbow’인데요, ‘물로 이루어진 문’이나 ‘활처럼 휘어진 빗방울’, 모두 무지개를 재밌게 잘 설명하고 있어요.

빛이 물방울에 굴절·반사되며 탄생…실제는 원모양

무지개는 햇빛이 물이나 유리 같은 투명한 물질을 통과할 때 굴절이 일어나 여러 색깔로 나뉘어 보이는 현상이에요. 이런 과학적 원리를 처음 규명한 사람은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입니다. 

비가 온 직후 대기 중에는 물방울이 떠다닙니다. 이때 햇빛이 물방울 속으로 들어갔다가 물방울 뒷면에서 반사된 후 원래 빛이 왔던 방향으로 다시 빠져나옵니다. 물방울로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빛의 굴절이 일어나지요. 그 순간 빛은 색깔에 따라 꺾이는 정도가 달라서 바깥쪽 빨간색부터 안쪽 보라색까지 빛들이 스펙트럼으로 나타납니다. 바로 무지개예요.

수증기량이 많아서 물방울이 크고 빗방울 안에서 반사가 여러 번 일어나면 ‘쌍무지개’ 심지어 세 개의 무지개가 생기기도 해요. 무지개 종류는 다양해요. 태양 빛이 아니라 달빛으로 생기는 무지개는 ‘달 무지개(moonbow)’라고 해요. 안개처럼 매우 작은 물방울에 햇빛이 비쳐 생기는 무지개는 ‘안개 무지개(fogbow)’라고 불리며 보통 희미한 하얀 색으로 보여요. 일몰이나 일출 때 대기 중 수증기가 많으면 붉은색의 단색 무지개가 생기기도 합니다.

무지개는 사실 원 모양이에요. 물방울에 반사돼 나오는 빛은 원뿔 모양이에요. 무지개가 반원 모양으로 보이는 것은 다른 부분이 지표면에 가려서 볼 수 없는 거랍니다. 비행기를 타고 하늘 위로 높이 올라가면 원형의 온전한 무지개를 관찰할 수 있다고 해요.

무지개 색깔, 고작 일곱 개?

무지개 하면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이 떠오르죠? 영국의 과학자 뉴턴(1642~1727)이 빛의 성질을 연구하다가 프리즘에 통과시켜 다양한 색깔로 나뉘는 모습을 실험으로 확인하고 일곱 가지 색깔로 구분해 기록했어요. 서양에선 7음계처럼 7을 완전한 숫자로 여겨서 무지개를 일곱 색깔로 인식합니다.

하지만 무지개 색은 나라마다 달라요. 우리 옛 선조들은 무지개를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색을 뜻하는 흑·백·청·홍·황, 다섯가지 색으로 여겼어요. 아프리카에서는 서른 가지 색깔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색에 대한 지식이나 문화에 따라 무지개 색이 다른거죠. 과학적으로도 무지개 색은 셀 수 없이 많답니다. 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207가지 색깔까지 구분할 수도 있는데 이것도 사람의 눈으로 확인 가능한 범위라고 하니, 진짜 무지개 색은 수백 가지라고 추측할 수 있어요.

나라마다 다양한 이야기

고대 중국과 북아메리카 옛 원주민들은 무지개를 불길한 현상으로 여겨서 손가락으로 무지개를 가리키지 않았답니다. 유럽 루마니아에서는 무지개의 양 끝의 강에 가서 물을 마시면 남자가 여자로, 여자가 남자로 변한다는 전설이 있고, 무지개 끝에는 보물이 있다는 전설은 세계 여러 나라에 퍼져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선녀들이 깊은 산속 맑은 계곡에 목욕하기 위하여 무지개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온다는 전설이 있답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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