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덕 작가의 《와유산수》

김남덕 작가.

 

풍경 좋은 강원도. 강원도의 산과 나무를 비롯한 자연은 늘 우리와 함께 있었다. 이 좋은 자연은 우리의 선조들에게도 예술적 영감을 주었다. 매월당 김시습은 강원도 곳곳에 자신의 흔적을 남겼다. 조선의 문화 르네상스를 이끈 정조대왕도 당시 최고의 화원을 선발해 강원도를 돌아보며 그림을 그려 오라고 했다. 그 덕에 우리는 지금 조선시대 회화사를 주름잡던 겸재 정선과 산수화의 최고봉 복헌 김응환의 그림으로 그 시대의 강원도 자연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이 문화 그 자체인 강원도 곳곳을 21세기에 붓 대신 카메라를 들고 직접 찾아 나선 사람이 있다. 김남덕. 자연과 사람을 주제로 사진 작업을 하는 그는 현재 강원일보 사진부장이자 《와유산수》라는 책을 쓴 작가이기도 하다. 평소 회화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산수화에 담긴 강원도의 곳곳을 찾아가 사진을 찍고 글을 썼다. 강원도의 자연을 조선의 회화와 사진으로 함께 볼 수 있는 그의 책은 책 자체로서도 충분히 의미가 있지만, 책을 만드는 과정도 남달랐다. 협동조합 ‘공유책방 본책’은 책방이기도 하고 출판사이기도 하다. 본책의 조합원인 그는 책방이 책방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이라 여겨 선뜻 펀드로 책을 만들어 보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시민들과 함께 만든 책이 바로 《와유산수》다. 

그림에 담긴 곳을 몇 번이고 찾아가고, 쉬는 날이면 박물관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수집했다. 5년이 넘도록 회화공부를 하며 강원도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 시간의 정성과 노력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강릉·고성부터 시작해 인제·속초·철원·평창·화천·춘천은 물론 단양·포항에 이르기까지. 꼼꼼한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답사 지도·사진·글은 단순한 여행기라기보다는 역사책 같은 느낌마저 든다. 두꺼운 책이지만 그만의 감성으로 카메라에 빛을 담았다. 《와유산수》는 조선의 옛 그림과 현재의 사진을 비교해 보는 재미는 물론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까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책이다. 

“옛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면 눈에 보이지 않던 나무와 바위 그리고 길들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그림 속 바로 그 장소를 찾아가 그림 속에 있는 바위와 나무를 직접 보고 사진을 찍는 순간 그의 카메라는 타임머신이 된다. 그의 책에는 곡운구곡·구룡폭포·낙산사·월정사 등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곳을 비롯해 모두 34곳의 보물 같은 강원도의 자연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평소 알고 지내 진솔한 대화가 가능한 도반들과 함께 산을 넘어 사진으로 남겼다. 《와유산수》는 생생한 답사일지이자, 21세기와 조선시대를 연결해주는 산·들·바위를 기록한 기록집이다. 붓을 든 화원과 카메라를 든 기자가 겹쳐 보인다.

“무분별하게 개발되어 베어지고 없어져 버리는 것을 현장에서 많이 보게 됐습니다. ‘무언가라도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살아 숨 쉬는 자연에 묻어 있는 보물을 찾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자연은 말이 없다.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누군가 행동하지 않으면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우리의 자연과 고유한 전통과 문화는 지킬 수 없다. 자연이 훼손되는 건 순간이다. 더운 여름, 직접 강원도의 곳곳을 여행하기 어렵다면 작가의 말처럼, 그의 책 제목처럼 누워서 강원도의 곳곳을 여행해 보는 건 어떨까? 이 책을 통해 분명 우리나라의 산수를 재발견하게 될 것이다.

김지혜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 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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