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성 정의당 강원도당 사무처장

 

뉴스를 보기가 힘들다. 이태원, 오송 지하차도 등에서 미리 막을 수 있었던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치와 행정은 잘 보이지 않는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지지 않는다.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이 무엇인지도, 어디까지인지도 잘 모르는 것 같다. 대통령은 다른 나라만 쳐다보고, 거대 여당은 대통령만 쳐다본다. 거대 야당은 여당이 뭘 잘못하는지만 쳐다보고, 작은 야당들은 무력감에 헤맨다. 국민에게 국가는, 정치와 행정은 사라진 지 오래다. 

사람보다 돈이 우선인 오늘날 우리 사회는 동료라는 거추장스러운 관계를 뒤로하고, 경쟁을 통한 자본획득에 올인(All in)해야 삶을 이어갈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만 같다. 유명 강사들은 수강생들에게 잠을 더 줄이라고, 그리고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라고 강조한다. 계급을 탓해봤자 아무 소용 없다고, 믿을 것은 여전히 자기 자신뿐이라고, 그러므로 뒤처지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다른 사람의 호주머니를 더 잘 뒤져 자기 것으로 가져오는 사람을 칭송하는 세상 속에서, 다른 사람에게 자기 밥그릇, 자기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을 실패자라고 손가락질하는 무서운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혼란에 휩싸인다. 무엇인가 한참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내 의심의 생각들은 냉혹한 현실 앞에 사치로 여겨져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진정으로 혼자가 되어버린 개인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한 채 철저한 고립 속에서 적응하지 못한 데에 대한 분노와 한없는 무기력을 거쳐 자기혐오를 시작한다. 왜 남들보다 뒤처졌냐고, 왜 적응하지 못 했냐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나라는 존재는 이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아무도 날 사랑해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면서 세상을 등진다. 

GDP(국내총생산) 세계 13위, 물질적으로는 세상에서 13번째로 풍요로우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 가입국 중 자살률 1위, 대한민국은 참으로 살아남기 어려운 나라가 되어버렸다. 절망의 사회가 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민생을 위한 정치와 행정은 여전히 작동하지 않는다. 점점 커지는 불평등, 해체된 공동체, 소외된 개인, 경쟁과 이기로 가득 찬 각자도생 대한민국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상대를 적으로만 여기는 정치, 책임지지 않는 행정, 부재한 사회시스템 속에서 살아가야 할 우리의 미래는 어둡다.

답이 보이지 않는 세상이지만, 진보정당 활동을 하다 보면 절망의 세상을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강원특별자치도가 난개발로 점철되지 않도록, 후쿠시마 핵 오염수가 방류되지 않도록,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단관극장 원주 아카데미극장이 철거되지 않고 계속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도록 애쓰는 이들을 만난다. 이들의 분투에 조금이나마 함께 호흡하고자 성명서를 쓰고 피켓을 만들 때 살아있음에 대한 감각이 다시금 일깨워지곤 한다. 희망 없는 사회를 그냥 보고 있지 않는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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