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현장검증…공무원 측과 업체 측 ‘네 탓’ 공방
춘천시, 매뉴얼 보강해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삼천동 옛 중도선착장 인근 풀숲에 보관 중인 인공수초섬 잔해.

 

5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된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와 관련한 법정 다툼이 치열한 가운데 지난 11일 삼천동 옛 중도 선착장 등 9곳에서 현장검증이 이뤄졌다.

검찰은 사고 약 1년 7개월 만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를 적용, 춘천시 공무원과 인공수초섬 제작 업체 관계자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의암호 사고를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로 판단해 기소했지만, 공무원 측과 업체 측은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펴면서 무죄를 주장하는 상황이다.

업체 측의 돌발행동 VS 철수 명령 내렸어야

의암호 사고는 지난 2020년 8월 6일 오전 11시 29분쯤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인공수초섬 고박 작업에 나선 민간 고무보트와 시청 환경감시선, 경찰 순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돼 공무원과 경찰관, 기간제 근로자 등 5명이 숨졌으며 1명이 실종된 사건이다.

이날 현장검증에서 춘천지법 형사1단독 송종선 부장판사는 △수초섬 계류 위치 및 크기 △수초섬 위치 변경 가능 여부 △수초섬 유실 후 상황 △민간보트의 합류 위치와 결박 시도 관여 정도 등을 살폈다.

공무원 측과 업체 측은 각각 무죄를 주장하며 상반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공무원 측 주장은 수초섬이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는 작업을 춘천시에서 도와준 것은 맞지만, 작업 진행이 어렵다고 판단해 철수하는 과정에서 수초섬 업체 측 직원의 돌발행동이 사고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즉 유실 방지작업과는 관계가 없고 업체 측의 돌발행동과 그 이후 이뤄진 구조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이므로 과실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반면 수초섬 업체 측은 고인이 된 업체 관계자가 유실 방지작업을 주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당시 기상 상황에서는 춘천시가 대피나 철수를 명령했어야 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일어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전 강화 ‘저수지·댐 법’ 개정안 계류 중

춘천시와 업체의 책임 소재 공방과는 별개로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이 허술한 재난 매뉴얼에 있다는 시각이 많다. 당시 매뉴얼을 보면 초당 수천 톤의 물을 방류하는 상황에서도 유·도선이나 수상레저 등 선박을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지침이 전혀 없었다. 안타까운 점은 사고 발생 이전에 댐 방류로 인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할 기회가 있었다는 점이다. 과거 측량 업체 직원 2명이 의암댐 상류에서 댐 방류 중 수심을 측정하다가 발전 취수구로 빨려 들어갈 뻔한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발전 방류 중단으로 취수구로 빨려 들어가는 인명사고를 겨우 막을 수 있었다. 만약 이때 댐 방류와 선박 운항에 대한 지침을 마련했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참사 이후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현행법에서는 폭우나 태풍 등 많은 강수량으로 인한 댐 방류 시 적절한 안전관리 규정이 미비한 실정”이라며 저수지·댐 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재해 원인에 댐 방류 포함 △저수지·댐 관리자에게 저수 방류에 따른 안전관리기준 마련 △방류 또는 붕괴 위험이 있을 때 저수지·댐 관리자의 긴급 안전조치 의무 규정 등이다. 그러나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한편 춘천시는 ‘내수면 수상 안전 체계 확립을 위한 수난 대비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댐 방류에 앞서 모든 선박의 운항 중단을 통보하고, 방류와 방류 후 수변 예찰을 강화하도록 매뉴얼을 보강했다.

홍석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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