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나비소셜컴퍼니에서 ‘춘천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 성과공유회 열려

반려식물과 물고기를 함께 키우는 아쿠아포닉스 작업을 배우는 중증장애인 노동자들.
성과발표회에 방문한 사람들에게 그동안의 작업과 전시작품을 직접 설명하는 노동자들.
 2023 춘천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사업 상반기 사업성과발표회 후 기념촬영.

 

우리가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이야기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 보편적으로는 복지와 지원의 대상자로, 배려가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먼저 작동하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장애인들에게도 사회적 역할이 주어지고, 그것을 위해 다양한 곳에서 많은 사람과 관계 맺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춘천시에서는 2022년부터 ‘춘천형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공공일자리’사업(이하 권리중심 일자리)이 진행 중이다. ‘권리중심’ 일자리는 심한 장애로 인해 일자리 참여의 기회조차 얻기 힘든 중증장애인에게 노동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최중증장애인이 우선 대상이다. 일을 함으로써 지역사회 내에서 사회참여와 경제활동의 기회를 얻을 수 있으며, 나아가 중증장애인에 맞춰진 방식으로 노동하는 과정에서 직업능력을 더욱 고양시킬 수 있다. 

지난 8월 21일 칠전동에서는 올해로 2년째 권리중심 일자리사업을 진행 중인 주식회사 나비소셜컴퍼니에서 상반기 사업성과공유회가 진행되었다. 주로 진행하는 직무는 ‘공익캠페인활동가’와 ‘문화예술활동가’, ‘반려식물동행가’이다. 중증장애인이지만 장애인의 권익옹호를 위한 ‘UN장애인권리협약’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이행을 촉진하는 캠페인과 함께 환경과 관련된 자원순환과 기후위기를 알리고 실행하기 위한 활동도 진행했다. 스스로의 권리와 모두의 실천이 필요한 사회 이슈들에 가까워지는 것이 ‘노동’이 되는 것이다.

이번 상반기 사업성과발표회에서는 춘천시청 장애인복지과를 비롯한 협력기관 관계자와 노동자 가족들을 행사에 초대해 함께했다. 발표회에서는 3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노동자들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했다. 기본 직무 소양 교육부터 캠페인 주제 학습·지역사회 협력 활동·외부 캠페인 활동·문화예술프로그램 진행 등 그동안 진행했던 빼곡한 일정들을 공유했다.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당사자인 노동자들의 개별 발표시간이었다. 개인 발표를 준비하는 2주에 걸쳐 각자가 좋았던 경험과 아쉬웠던 점, 그리고 특별했던 이야기를 기억을 더듬어 정리해냈다고 한다. 자기의 생각대로 내용을 구성하고, 연습을 해왔던 것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실전을 치른 것이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열심히 준비한 만큼 당당하게 발표하고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발표를 통해 박형수 씨는 “3월에 처음 근로를 시작하면서 공익캠페인활동가로서 무엇을 하는지 좀 어려웠습니다. 5월에 처음으로 강원대에서 외부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그때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많이 오지 않아서 아쉬움이 컸습니다. 또 사람들이 와도 캠페인에 대한 설명을 잘하지 못해서 개인적으로 속이 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열심히 준비해서 지난 6월 ‘춘천시 사회적경제 한마당’ 행사에서 캠페인을 진행했을 때는 많은 시민이 방문해 호응해 주셔서 너무 뿌듯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기고, 사회나 여러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했다.

다른 노동자들도 발표를 통해 “바다에 버린 쓰레기를 먹은 고래와 물고기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캘리그라피로 장애인과 함께 차별 없는 세상을 썼어요”, “그림을 그리고 만드는 작업이 즐거워요”, “처음엔 물고기 밥을 줄 때 무서웠는데, 지금은 물고기 보는 게 좋아요. 식물에 물 주는 일도 잘할 수 있어요” 등 저마다의 변화를 직접 표현했다. 

발표회에 함께 한 협력기관 ‘사회적협동조합 다행이다’의 임영심 이사장은 “평소 발달장애인과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눈에 보이는 결과보다 하나씩 만들어가는 과정을 더 많이 떠올리게 됩니다. 지금까지 일을 통해 캠페인 활동과 발표를 준비했을 노동자들의 모습이 함께 보이는 것 같아 감동이었습니다”라며 소감을 전했다.

나비소셜컴퍼니 김경희 대표는 “작게는 한 사람의 가능성을 찾아가며 역할을 만들어가는 일로 시작되지만, 그로 인해 여러 사람의 조력이 창의적으로 발현되는 것도 권리중심 일자리사업의 수확”이라며 “장애인만을 위한 일자리가 아닌 비장애인도 함께 배워가는 상생의 의미가 더 큰 만큼 지역사회에서의 접점도 다양하게 확장되어가고 있다”고 한다. 

‘최고의 복지는 노동이다’라는 말이 있다. 노동의 기회가 많지 않았던 사람이 이 말에 수긍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일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느껴본 경험이 있거나, 작은 성취감이라도 맛을 본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하는 부분이다. 짧고 간결한 표현이지만 현실 사회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중증장애인이지만 모두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목표를 가진 노동자들의 행보가 어쩌면 우리에게 나침반이 되어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앞으로의 행보를 기대해 본다.

김윤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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