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사람들은 저마다 많은 문제들을 떠 안고 있다. 개인의 문제, 가정의 문제, 직장의 문제, 사회의 문제, 국가의 문제, 인류의 문제 등 범위에 따라서도 무수히 많은 문제를 감당해야 한다. 연령이나 성, 또는 직업에 따라서도 각기 다른 문제들이 있을 것이다.

춘천시민은 우리가 당면한 사회문제 중에서 어떤 것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하고 있을까? 열 명의 시민에게 물었다.

A-기초노령연금을 받으며 퇴계동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91세 이인숙 씨. 국가가 나이 많은 노인들이 좀 더 편히 살 수 있도록 기초노령연금을 늘려 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예전보다 살기 편해진 건 맞지만, 이 씨처럼 벌이가 없는 노인들은 생활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B-춘천으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는다며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40대 남자. 미혼인데 사는 곳조차 밝히질 않는다. 그러나 질문에 대한 답변은 거침이 없다. “기후위기와 환경파괴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이에 더해 지역균형발전과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절벽도 심각하다고 전했다.

C-우두동에서 아버지를 도와 음식점을 운영하는 29세 청년 다니엘 씨. 본명 대신 별명을 써 달란다. 다니엘 씨는 대뜸 젠더 갈등을 거론했다. 그 까닭은 남녀 즉 젠더 갈등이 결혼 기피로 이어지고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으니 인구가 감소한다는 논리였다.

D-신사우동행정복지센터에서 만난 69세 배준금 씨. 이곳 주민인 배 씨는 행정복지센터에서 동네 의제를 선정하기 위해 찾아온 주민들에게 투표를 안내하고 있었다. 배 씨는 여야가 서로 발목잡기만 하고 민생을 위한 정치는 내팽겨치고 있어 정치개혁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목청을 높였다.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신문을 꼭 받아보고 싶다며 주소를 알려줄 정도로 적극적인 성격이었다. 꼭 챙겨서 보내줘야겠다.

E-도서관 휴게실에서 다정히 음료를 마시던 30데 초반의 두 여자. 이름도 주소도 밝히지 않겠다고 한다. 춘천으로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춘천에 대해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됐다고 한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는 역시 기후위기 등 환경문제를 꼽는다. 그 다음 이어진 말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는 생활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것. 예를 들면 번잡한 곳에서 어깨로 밀치고 지나가면서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는 사람들이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다며 혀를 찼다.

F-후평동에 사는 58세 윤아무개 씨는 외교문제를 언급했다. 국제적인 세력 판도가 신냉전 국면으로 흐르고 있는 지금, 과연 우리나라가 국익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가 큰 문제라고 밝혔다.

G-이름 밝히길 거절한 스물한 살의 퇴계동 여자 청년이 꼬집은 문제는 현대인들의 생활태도. 과거에 비해 각 개인이 다양한 개성에 따라 독립적인 삶을 사는 것 같지만, 동시에 동전의 양면처럼 개인주의가 너무 심하다는 것.

H-후평2동에 거주하며 57세라고 당당히 신원을 밝힌 박현선 씨는 정치를 개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가 경제발전을 이루는 과정에서 드러낸 많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치가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는 것. 요점만 말하면 바로 정치가 문제다.

I-석사동에 사는 78세의 정상원 어르신은 한국전쟁에 참전한 군인 출신이라고 밝혔다. 정 씨가 생각하는 시급한 현안이란 각 정부 부처에 뿌리 내린 ‘좌파 척결’이다. 정 씨는 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려고 했지만, 토론할 상황도 아니고 말을 끊기도 어려워 인터뷰가 참 어려웠다.

J-올해 61세인 효자동 박광희 씨는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의 본질을 갈등에서 찾는다. 계층별 또는 성별 갈등을 어떻게 치유하고 통합할 것인지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것. 이를 위해서는 더 촘촘한 사회관계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인터뷰에 응한 시민들은 세대별로 문제의식이 확실히 달랐다. 노년층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아 정치개혁을 가장 중요한 이슈로 본 반면에 청장년층은 각자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에 더 큰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각 개인의 삶의 방식은 스펙트럼이 다양한데, 그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틀 자체는 정치가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몫일 것이다.

조리노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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