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강역 대신 생긴 굴봉산역

서울에서 출발해 춘천으로 오는 경춘선 전철이 경기도 가평을 지나서 춘천에 처음 닿는 역이 바로 굴봉산역이다. 

이 역은 기존의 철로와는 다른 새로운 노선이 생기면서 탄생한 역이다. 그 이전에는 경강역이 역할을 대신했는데, 이제는 추억의 옛 역사가 되었다. 북한강 변에 있는 이 역은 경기도와 강원도 첫 자를 붙여서 역사 이름을 경강역으로 지어졌다 한다. 지금은 열차가 다니지 않아 레일바이크가 운영되고 있다. 

경강역은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영화 <편지>와 TV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 있다. 

영화 <편지>(최진실·박신양 주연)에서 주인공 정인(최진실 분)이 “언젠가 남편이 그랬다,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건너야 될 자신의 사막을 가지고 있는 거라고”라고 한 대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또 이루어질 수 없는 청춘남녀의 사랑을 그린 슬픈 러브스토리 <천국의 계단>(권상우·최지우 주연) 드라마 촬영지가 바로 경강역이다. 지금도 권상우·최지우 포스터가 붙어있다. 

새 전철역은 굴봉산(屈峰山)의 이름을 붙여서 굴봉산역이라고 지었다. 그 덕에 굴봉산은 하루아침에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유명한 산이 되었다. 춘천의 귀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굴봉산역에 내리면 한산한 분위기 때문에 산골 간이역 같은 느낌을 받는다. 자세히 알아보면 주변이 온통 트레킹과 레저를 즐길 수 있는 득템의 장소이다. 여기서 숲속의 작은 유럽 정원 ‘제이드가든’ 수목원을 가는 무료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제이드가든은 열 가지의 테마를 즐길 수 있는 정원이다. 제이드가든은 이탈리안웨딩가든·영국식보더가든·은행나무미로원·꽃물결원·수생식물원·만병초원·원추리원·잎의정원·이끼원·부루베리원·고산지대식물원 등 초록초록 고즈넉한 힐링 공간들이 가득하다.

굴봉산 가는 길

이 역에 내려 굴봉산을 다녀올 수도 있다. 굴봉산역 2번 출구로 나오면 시냇물 흐르는 서사천을 따라 600m 올라가면 백양1리 마을회관이 나오고, 춘천시가 지정한 산악자전거 코스 MTB 이정표가 나온다. 이곳은 사륜 오토바이·산악 자전거 등 놀 거리가 풍부하다. 이정표를 지나서 직진하면 오리·닭백숙 맛집 ‘태흥식당’이 나온다. 식당 바로 옆에 굴봉산 전체 약도와 이정표가 있는데, 최근 춘천시에서 제작하여 세운 것이다. ‘도치교’ 다리를 건너 실개천 따라 향긋한 칡 향기 맡으며 산길을 걷다 보면 사방댐 공원이 나오고 조금 걸어가면 좌측 굴봉산 이정표가 다시 나온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산행길이다. 

굽이굽이 돌산을 등산하면 자연동굴이 나온다. 굴봉산은 이름에 걸맞게 크고 작은 굴이 많은 곳이다. 정상 가까이에는 굴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을 모아 정안수(정화수)를 올려 아들을 낳았다는 우물굴이 있고, 일제강점기 위안부 징집을 피하고자 굴속에 베틀을 갖다 놓아 피난처가 되었다는 베틀굴도 있다. 그 외에도 많은 굴이 있었는데 무장공비 남파 사건 때 군인들이 굴 입구를 막아 놓아 지금은 작은 굴들만 남아 있다고 한다.

해발 395m의 굴봉산. 등산이라기보다는 적당히 트래킹하기 좋은 산이다. 굴봉산 가는 길은 아름드리 엄나무, 간을 해독한다는 헛개나무,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붉은 소나무 적송과 야생 들꽃이 만발한 곳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스트레스로 뭉친 마음의 근육을 풀어주는 치유의 길이기도 하다.      

박익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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