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많은 비를 쏟아부은 장마 소식이 지났다. 8교시 미술 시간, 초록이 대지를 뒤덮고 하늘은 시커먼 옷을 벗어 던지고 흰옷으로 갈아입었다. 모처럼 만의 휴일이라 함께하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 인디카 동료들과 함께 화악산에 금강초롱·참닺꽃·난장이바위솔 등을 보러 가고 싶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내와 함께 오후 지암리에 있는 이상원미술관에 함께 다녀왔다. 

일요일 스무숲에서 가는 길이라 거두리·잼버리도로·신동삼거리 방향으로 막히지 않는 길을 택했다. 그래도 지암리 길은 여름 휴가지답게 차가 많이 보였다. 길가의 음식점·민박·매점에 사람들이 부산하다. 지난번 나눔의동산 방문 시 다녀왔던 길인데, 아마도 이곳을 지날 때마다 생각날 듯하다. 수년 전 오월당의 추억도, 며칠 전 오월리 계곡에 몸을 담그고 물놀이 하던 추억도 아직 새록새록 생각난다. 큰길에서도 한참을 지나가니 이상원미술관 이정표가 보인다. 

차를 매표소 앞에 세우고 미술관 티켓을 샀다. 두 장에 1만2천 원. 거기서 다시 차를 타고 맨 위 건물 미술관까지 가야 한다. 매표소에는 뮤지엄스테이 건물 포레스트동이 있다. 계곡을 끼고 밸리동, 공방이 있는 건물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베이직동이 있다. 뮤지엄스테이를 이용하면 조식과 미술관 티켓이 제공된다. 공방 건너편에는 야외수영장이 있는데 이용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뿐이어서 의아했다.

제일 끝까지 오르니 동그란 건물의 이상원미술관이 보인다. 건물 왼쪽 뒤편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계곡에서 올라오는 부부가 보인다. 무더운 여름 날씨를 쫓아내는 시원한 물소리를 내는 계곡은 거부할 수 없는 달콤한 속삭임이다. 아내와 함께 작은 물을 건너 계곡 옆 산책길로 나섰다. 계곡 물소리를 따라 나도 모르게 다리가 움직였다. 

길가엔 오뉴월 하얗게 나무를 뒤덮던 층층나무꽃이 동글동글 발갛게 또는 까맣게 열매를 층층이 맺어 놓았다. 길 가운데는 간간이 익모초꽃이 벌을 부른다. 계곡 옆에서 한참 동안 멀뚱히 서서 흐르는 물소리를 들었다. 더위가 미술관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1층에는 아트숍과 카페가 있다. 

카페에서 파인샤베트와 로얄밀크티를 시켰다. 물론 나는 달달한 샤베트를 먹었다. 한층 기분을 좋게해 주는 맛이었다. 이제 그림 구경을 가자. 입구 왼편으로 돌아가면 4층으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있다. 4층부터 내려오면서 작품을 감상하기로 한다. 4층에 내리자 이상원 작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영화 간판을 만드는 작업을 많이 했다던가? 사실적이면서도 강렬한 그림의 동해인 시리즈, 사진 같은 사실적 표현의 그물을 그린 작품, 금방 튀어 나올듯한 소 그림 등을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살펴봤다.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변대용 작가의 ‘달빛산책’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귀여운 백색곰을 의인화하여 인간의 삶을 대중에게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보는 내내 파스텔 톤의 백색곰이 귀여웠다. 8월 26일부터는 ‘숲.바람-黙’이라는 타이틀로 유병훈 작가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층 전시장 옆으로는 야외에 선베드가 설치되어 있어 날씨 좋은 봄·가을에 잠시 쉬면서 일광욕을 해도 좋을 듯하다. 

돌아오는 길, 지암리 개울가의 ‘카페 오월에’에 들렀다. 입구에 들어서니 서양화가 4인 전시회 ‘4람전’을 하고 있다. 김춘배·이상근·정기수·최애주 작가의 그림을 감상하며 마시는 커피는 정말 그윽했다. 

이상원미술관  춘천시 사북면 화악지암길 99 (255-9001)

이철훈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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