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운항 재개에도 한산한 청평사관광지···소양2호, 지난해보다 승객 절반
청평사 말고 즐길 거리 없어···“옛날 줄 서서 배 기다리던 시절 다시 안 올 듯”

새로 건조된 유도선 소양2호.

 

《춘천사람들》이 춘천 곳곳의 이슈와 삶을 전하는 ‘생생리포트’를 시작한다. 그 첫 순서로 가을 관광 시즌을 앞두고 청평사관광지를 찾았다. 올해 1월 소양호 뱃길이 끊겼을 때 《춘천사람들》은 청평사관광지 피해 상황과 새로 건조될 유도선 소식을 전했다. 새로 건조된 유도선은 지난 5월 말 다시 소양강댐에서 청평사를 오가고 있다. 그로부터 4개월 후, 청평사관광지에 관광객이 다시 돌아왔을까?

소양2호에서 내리는 관광객들.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

새벽부터 비가 내린 지난 13일, 청평사관광지는 한산했다. 평일이고 날씨도 궂으니 당연하다. 방문 목적도 이런 날 관광객이 얼마나 오는지 확인하려는 게 아니라 선박 운항 재개 후의 회복세를 확인하려는 것이니 당일의 인상이 중요한 건 아니다. 그래서 팬데믹 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난해 수준으로는 회복됐으리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는 어긋났다. 

“배가 다시 다니는 줄 몰라요. 사람들이 지난해보다 절반도 안 와요.” 관광지 초입의 한 식당 사장의 말이다. 대화를 이어갈 틈 없이 서둘러 일을 보러 가는 그를 뒤로하고 인근 카페로 이동했다. 지난해 가을에 문을 연 카페 ‘소소한’의 대표 서채원 씨의 반응도 같았다. 서 씨는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카페를 검색해서는 종종 전화로 묻는다. 배가 안 다닌다던데 아직도 그러냐고. 뱃길이 끊겼다는 기사가 머리에 강렬하게 박혀서 이후 상황을 모르더라. 시가 제대로 홍보를 안 하는 거 같다.” 

다른 상인들도 관광객이 늘었냐는 질문에 다들 고개를 저으며 같은 말을 했다. 상인 김아무개 씨는 “코로나 때문에 파리 날리더니 코로나 풀리고 나니까 배가 또 서너 달 안 다니고 배가 서너 달 안 댕겼다가 다시 다니는 거를 모른다. 좀 전에도 차를 타고 온 일행이 배가 다니냐고 묻더라. 여기 상인들 거의 여름 휴가철에도 적자였다. 코로나 때보다 더 어렵다”라고 말했다.

소양2호의 내부.

 

청평사 보고 나오면 끝…어린이 콘텐츠·오봉산 활용 아쉬워

고향 춘천을 떠나 서울의 이벤트 기획사에서 오랫동안 일하다가 지난해 귀향해서 카페를 차렸다는 서 씨. 그의 말에서 객관적이고 냉정한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올해 딱 한 번 부귀리 벚꽃축제 때 사람들이 많이 왔었다. 그 후에는 한산하다. 가을에는 좀 기대하는데 문제는 청평사관광지만의 콘텐츠가 없다는 거다. 귀향해서 와보니 여전히 배 타고 와서 청평사 보고 가는 것 말고는 없더라. 수십 년째 변한 게 없다. 콘텐츠가 부족하니 사람들이 머물고 돈을 쓰지 않는다. 오봉산 같은 좋은 콘텐츠도 활용하지 못한다. 틈나는 대로 오봉산을 오르는데 너무 좋다. 서울 지인들도 와보고는 다들 너무 좋아하더라. 있는 자원을 엮어서 시너지를 내야 한다”라며 “춘천시가 삼악산 케이블카나 레고랜드는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전통적인 관광지는 아예 손을 놓은 것 같다. 새로운 콘텐츠를 계속 만드는 것도 이해되지만, 기존의 것들을 잘 살리고 새로운 것과 접목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관광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차를 타고 와서 청평사를 둘러보고 떠나는 관광객들에게 물었더니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지연(서울·38) 씨는 “작은 절 하나밖에 없잖아요. 산과 길, 호수가 예쁘긴 한데 그게 전부인 것 같아요. 오는 도로도 험한데 와서는 즐길 게 없어서 허무한 느낌도 드네요. 그나마 반려동물과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건 좋아요”라고 말했다.

청평사로 걸어가는 관광객들.

 

‘둘레길’만으로는 부족…붙잡을 콘텐츠 더해야

이미 알려진 것처럼 춘천시는 소양강댐 정상에서 청평사까지 약 5㎞의 둘레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 8월에는 주민설명회도 마쳤다. 상인들은 새로운 콘텐츠가 더해지니 좋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전했다.

‘ㅂ’ 식당의 박아무개 씨는 “큰 기대는 하지는 않는다. 긴 시간 걷거나 자전거 타고 온다 한들 와서 머물지 않고 바로 가버리면 아무 소용없다. 애들 데리고 온 가족들이 하나같이 애들이 할 게 없다고 말한다. 하늘자전거나 집라인, 숲속 놀이터 같은 모험심 자극하는 것이라도 생기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때마침 청평사관광지 선착장에 소양2호가 도착해서 관광객 6명이 내렸다. 승무원 이종석 씨는 “회복이 쉽지 않다. 지난해보다 승객이 절반 아래로 줄었다. 주말에도 비슷하다. 아주 옛날에는 여기 선착장에서 저 위 식당까지 한 500m씩 줄을 서서 배를 기다렸는데 그런 시절은 다시 안 올 것 같다. 100명 정원인데 만석이 되는 것도 주말에 가끔 한두 번 정도였다”라며 “솔직히 시가 손을 놓은 것 같다. 둘레길을 만든다는데 선박 운항사 입장에서는 손님이 더 줄 테니 달갑지는 않다. 근데 교통이 편해진다고 청평사 관광지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다. 길이 편한 만큼 금방 다시 나갈 것 아닌가? 문제는 여기 머물고 놀 게 있어야 지갑을 열 텐데 그런 게 없다. 출렁다리나 절벽길이라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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